[경제일보] 국내 주요 전자·반도체 기업들이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힘입어 3분기 실적 성장세를 이어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호황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예고한 반면 LG전자는 가전·전장 사업의 성장에도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수익성을 나타냈다.
21일 각 사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 195조원, 영업이익 107조4000억원의 잠정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26.6%, 영업이익은 782.5% 증가했다. 전 분기와 비교해도 각각 13.7%, 20.0% 늘었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실적은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이 주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글로벌 빅테크의 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고대역폭메모리(HBM)뿐 아니라 서버용 D램과 낸드플래시 수요까지 증가한 영향이 컸다. 범용 인공지능(AGI) 개발 경쟁으로 데이터센터와 AI 서버 증설이 이어지는 가운데 메모리 가격 상승까지 더해지면서 반도체 사업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DS 부문의 영업이익이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과 비슷하거나 이를 소폭 웃돌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메모리 사업에서 거둔 대규모 이익이 비메모리와 완제품 등 다른 사업의 손실을 상쇄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SK하이닉스 역시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3분기 연결기준 매출 컨센서스는 98조2257억원, 영업이익은 76조9640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약 301.8%, 576.1% 증가한 규모다.
시장 전망치가 현실화하면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률은 약 78.4%에 달한다. 지난 2분기 영업이익률 76.3%보다 약 2.1%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HBM 공급 확대와 범용 메모리 가격 상승이 동시에 실적에 반영되면서 높은 수익성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 요인은 AI 인프라 투자 확대다. 대형 기술기업들의 데이터센터 증설로 고용량·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증가한 가운데 메모리 공급 여건까지 가격 상승에 우호적으로 작용했다. HBM 중심의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와 범용 메모리 가격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매출 증가보다 이익 증가폭이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반면 LG전자는 반도체 기업과 다른 실적 구조를 나타냈다. LG전자의 3분기 연결기준 잠정 매출은 23조8270억원, 영업이익은 781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9%, 13.5% 증가했다. 매출은 3분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다.
전 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반면 영업이익은 50.5% 감소했다. 영업이익률도 약 3.3%로 집계됐다. LG전자는 가전·전장 등 주력 사업의 수익성 개선 여부가 핵심이다.
LG전자는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와 기업 간 거래(B2B) 사업 성장이 실적을 뒷받침했다고 설명했다. 원가 구조 개선과 매출 증가에 따른 고정비 부담 완화로 물류비·재료비 상승의 영향을 줄였다는 설명이다.
생활가전 사업은 프리미엄과 중저가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는 전략에 가전 구독과 온라인 판매, B2B 사업 확대가 더해지면서 매출이 증가했다. 제조·물류 운영의 효율성을 높여 원가 부담을 줄이고 수익성도 유지했다.
TV 등을 담당하는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사업은 올레드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 증가와 신흥 시장 매출 확대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늘었다. 웹OS(webOS) 플랫폼 사업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프리미엄 제품 판매 비중을 높이고 마케팅 비용을 효율적으로 집행하면서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
전장 사업은 기존 수주 물량이 매출로 이어지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나타냈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분야에서 프리미엄 제품 판매 비중이 확대된 점도 수익성 개선에 기여했다.
냉난방공조(HVAC) 사업은 해외 판매 증가에 힘입어 전년 동기 수준의 매출을 유지했다. 다만 생산 능력 확대와 신사업 인력 충원 등에 따른 투자 비용이 반영되면서 수익성은 전년 동기보다 소폭 낮아졌다.
LG전자는 주력 사업에서 확보한 수익을 신사업 투자로 확대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외 생산 거점을 고도화하고 생산 능력을 늘리는 중이다. 로봇 사업에서는 서울 양재에 데이터팩토리를 구축하고 경남 창원에 로봇 핵심 부품인 액추에이터 양산 인프라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는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이익 확대가 두드러지는 반면 가전은 프리미엄 제품 판매와 원가 절감이 실적을 좌우하고 있다"며 "AI 관련 투자가 확대되는 가운데 기업별 수익성은 고부가 사업의 성장 속도와 신규 투자에 따른 비용 부담에 따라 차이를 보일 전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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