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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증권 줌인] 100일 새 182조 증발…국민연금, '리밸런싱 유예' 책임 공방 점화

전지수 수습 기자 2026-10-21 06:00:00

삼성전자·SK하이닉스서 약 131조 감소… 전체 감소분의 71.8% 차지

13일 외인 4조5440억 팔 때 연기금 514억 매수… '안전판' 역할 지적

국감서 증시 부양 동원 의혹 제기… 李 대통령 등 4명 공수처 고발

국민연금 보유 주식의 평가액이 석 달 반 만에 182조원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연금 상담을 하는 시민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공시한 상장사 287곳의 주식 평가액이 석 달 반 만에 182조원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감소분의 71.8%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나왔다. 기금운용위원회의 국내주식 비중 조정(리밸런싱) 유예 결정을 두고 국정감사에서 여야 공방이 오갔고 시민단체는 공수처에 고발했다.

2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515조9293억원이던 평가액은 이달 15일 기준 333조5330억원으로 추정됐다. 감소분은 182조3963억원으로 감소율은 35.3%다. 분기 기준으로 국민연금 주식 평가액이 감소한 것은 지난 2024년 4분기 이후 7분기 만이다. 지난 4월 1일부터 7월 6일까지 늘어난 평가액 189조원을 사실상 반납한 것으로 풀이된다.

평가액 감소는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됐다. SK하이닉스 74조2261억원과 삼성전자 56조8710억원 등 131조971억원이 줄어 전체 감소분의 71.8%를 차지했다. 이 기간 삼성전자 주가는 33만4000원에서 21만원으로, SK하이닉스 주가는 265만원에서 126만2000원으로 하락했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자산에서 두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3월 말 40.4%에서 7월 6일 55.7%로 커졌다. 이처럼 반도체 집중도가 높아진 것이 하락 국면에서 평가액 감소폭을 키운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 수치는 공시된 보유 주식의 평가액을 두 시점에서 비교한 결과다. 실제 매매로 확정된 손실이나 국민연금 전체 국내 주식 운용손실과는 별개다.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 1월 26일 국내주식 리밸런싱을 6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유예했다. 지난 5월에는 목표 비중을 14.9%에서 20.8%로 높였다. 전략적 자산배분(SAA) 허용범위도 ±3%포인트에서 ±6%포인트로 넓히면서 최대 보유 가능 비중은 26.8%가 됐고 전술적 자산배분(TAA) ±2%포인트 등을 더한 실질 상한은 28.8%까지 올라갔다. 국민연금은 유예 기한이 끝난 지난 7월 1일부터 리밸런싱을 재개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5월 말 8476에서 7월 말 6595로 내렸다. 지난 7월 한 달 새 기금 규모는 1865조6000억원에서 1684조2000억원으로 181조4000억원 줄었다. 같은 기간 국내주식 평가액은 124조6000억원 감소했다. 국내주식 비중은 29.13%에서 24.87%로 낮아졌지만 올해 목표 비중 20.8%를 여전히 웃돌았다.

이를 두고 연기금이 최근 급락장에서 '안전판'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4조5440억원어치 순매도하는 동안 연기금 등의 순매수는 514억원에 그쳤다.

지난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리밸런싱 유예 결정에 질의가 집중되며 여야 공방이 오갔다. 야당 의원들은 리밸런싱 유예로 연금이 이익실현 기회를 놓쳤다고 지적하며 △증시 부양 동원 의혹 제기 △국정조사 요구 △기금위 회의록 공개 요구 등에 나섰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기금위가 만장일치로 결정했으며 정부 주문이 그대로 통과된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회의록은 공개되면 투자 패턴이 역이용될 수 있다며 비공개 입장을 유지했다. 여당 간사인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시장 안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의 회의록은 4년 뒤 공개하도록 법에 예외 규정이 있다며 야당 요구에 협조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국민연금공단 국정감사 닷새 뒤인 19일 시민단체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는 △이재명 대통령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대통령비서실 공무원 등 4명을 직권남용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단체는 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복지부 업무보고에서 보유 한도를 넘긴 주식을 계속 팔아야 하느냐고 언급한 직후 자산 재조정이 멈췄다고 주장했다.

김 이사장은 지난 14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올해 1월 기금운용위원회에서 리밸런싱을 유예하지 않고 규칙대로 했다면 매일 8000억원 이상, 코스피 거래대금의 10% 이상을 던져야 해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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