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산업

삼성·LG, 에어컨 회사에서 HVAC 기업으로…히트펌프 승부수

김아령 기자 2026-09-18 16:47:21

삼성전자 플랙트그룹 인수 이어 2400억원 냉각 생산라인 투자

LG 오는 2030년 HVAC 매출 20조원 목표…히트펌프 확대

정부 보급 확대 속 가격·설치환경은 넘어야 할 과제

삼성전자 관계자가 EHS 히트펌프 관련해 대화하고 있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경제일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에어컨 중심의 냉방 사업에서 난방과 온수까지 아우르는 HVAC(냉난방공조)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히트펌프를 앞세워 기존 보일러가 주도해온 난방시장에 진입하면서 제품 경쟁을 넘어 설치·서비스와 주거환경 대응까지 경쟁 범위가 확대되는 모습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HVAC 사업 확대는 기업 인수와 생산시설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독일 HVAC 업체 플랙트그룹을 15억유로(약 2조4000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올해 8월 광주사업장에 약 2400억원을 투자해 HVAC 생산라인을 구축하기로 했다.

신규 생산라인은 연면적 2만1800㎡(약 6600평) 규모로 2028년부터 냉각수분배장치(CDU) 등 데이터센터용 냉각 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플랙트그룹 인수를 통해 데이터센터와 병원, 공항 등 대형 시설용 공조 시장으로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가정용 히트펌프 분야에서도 생산을 확대한다. 삼성전자는 이달 말 광주사업장에서 EHS 히트펌프 보일러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광주사업장 제2캠퍼스에 2132㎡(약 645평) 규모 생산라인을 구축했으며 연간 10만대 이상의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생산 물량은 전량 국내에 공급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EHS 히트펌프 보일러를 국내에 출시한 뒤 제주 보급사업에 참여했고, 이달에는 수원 CS 아카데미에 EHS 히트펌프 전담 교육장을 마련했다. B2B 파트너사와 설치 엔지니어를 대상으로 수배관 시공부터 제품 설치, 시운전, 서비스 점검까지 교육하고 있다.

LG전자는 HVAC를 별도 사업 영역으로 키우고 있다. LG전자는 2024년 말 ES사업본부를 출범시키고 HVAC 사업을 담당하도록 했다. 오는 2030년 HVAC 매출 20조원을 목표로 제시했으며, 지난해 ES사업본부 매출은 9조3230억원, 영업이익은 6473억원을 기록했다.

외부 사업 기반도 확대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유럽 온수 솔루션 기업 OSO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OSO의 온수 저장탱크 기술과 LG전자의 히트펌프 기술을 결합해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온수 솔루션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LG전자는 국내에서 실제 주거환경에서 히트펌프 적용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다. 제주 서귀포시 신효아파트 12세대를 대상으로 냉난방과 급탕을 히트펌프로 전환하는 실증사업을 추진한다. 오는 10월까지 설계를 마치고 착공한 뒤 12월 준공 후 본격적인 운영 실증에 들어갈 예정이다. 실제 주민이 거주하는 공동주택에 히트펌프를 적용해 냉방·난방·온수를 통합하는 방식이 국내 주거환경에서 작동하는지 점검한다.

국내 시장을 둘러싼 수요 기반도 형성되고 있다. 정부는 올해 히트펌프 보급 목표를 1만2000대로 잡았고 내년에는 9만7000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제주에서는 올해 2460가구 규모의 보급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삼성전자와 LG전자, 대성 등 복수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히트펌프가 주목받는 이유는 냉방과 난방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기열을 활용해 전기로 열을 이동시키는 방식인 만큼 냉방에 쓰던 기술을 난방으로 확장할 수 있고, 난방과 온수까지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는 것도 가능하다.

삼성전자 EHS 히트펌프 보일러의 경우 35도 출수 조건에서 계절성능계수(SCOP) 4.9를 제시하고 있다. 투입 전력보다 많은 열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구조를 앞세워 기존 연소식 보일러와 차별화한다는 전략이다.

다만 국내 시장에서 히트펌프가 보일러를 대체할 수준으로 확산되려면 넘어야 할 장벽도 있다. 기존 아파트는 실외기 공간이나 수배관 구조가 히트펌프 설치를 전제로 설계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신축 주택보다 기존 주택의 전환이 쉽지 않다. 제품 크기와 설치 공간 문제가 남아 있다.

가격도 대중화의 변수다. 현재 정부 지원사업은 초기 구매 부담을 낮추는 방식으로 시장 형성을 돕고 있지만, 보조금에 의존하지 않고 일반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수준까지 제품 가격과 설치비를 낮추는 과정이 필요하다.

또한 수배관 설비와 축열조 등 기존 에어컨과 다른 설치 요소가 필요한 만큼 시공 품질과 유지보수 역량을 함께 확보해야 실제 효율을 구현할 수 있다. 주택 형태에 따른 설계 능력과 시공 인력, 사후관리 체계까지 포함한 HVAC 사업 역량 확보가 시장 확대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HVAC 사업은 가정용 제품뿐 아니라 데이터센터와 산업시설 등 고부가 시장에서 수요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B2B 공조 사업에서 얼마나 수익성을 확보하느냐가 실적을 좌우할 것"이라고 했다.
0개의 댓글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