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서울 강남권 아파트 실거래가격이 4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정부의 세제개편 추진으로 고가주택 보유에 따른 세 부담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면서 강남권을 중심으로 가격을 낮춘 매물이 거래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면 노원·도봉·강북구 등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서울 전체 아파트 실거래가격은 오름세를 유지했지만, 지역별로는 가격 흐름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18일 한국부동산원이 최근 발표한 공동주택 실거래가격지수 통계에 따르면 지난 8월 서울 동남권 아파트 실거래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29% 하락했다. 동남권은 강남·서초·송파·강동구를 포함하는 지역으로, 서울 5개 권역 가운데 실거래가격지수가 하락한 곳은 동남권이 유일했다.
동남권 실거래가격지수가 하락한 것은 4개월 만이다. 앞서 이 지역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재개를 앞두고 매도 물량이 늘면서 지난 3월과 4월 각각 2.62%, 1.32% 하락했다. 이후 지난 5월부터 상승 흐름을 보였지만, 지난 8월 다시 하락세로 전환했다. 세제 변화에 따른 매도 움직임과 고가주택 시장의 가격 조정이 실거래 통계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전체 시장과 비교하면 강남권의 약세가 더 뚜렷하다. 8월 서울 전체 아파트 실거래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72% 상승했다. 전월 상승률인 1.83%와 비교하면 오름폭은 축소됐지만 상승 흐름 자체는 유지했다. 서울 전체 가격이 오른 가운데 동남권만 하락하면서 지역별 시장 온도 차가 나타났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정부가 지난 8월 3일 공개한 세제개편안이 고가주택 매매시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종합부동산세 부담 확대와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 축소 등이 예고되면서 고가주택 보유자의 세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세금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에 대비해 매도에 나서는 집주인이 늘고, 매수자를 확보하기 위해 가격을 낮춘 거래가 이어지면서 강남권 실거래가격을 끌어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강남권 주요 단지에서는 이전 거래보다 낮은 가격에 매매계약이 체결된 사례가 나타났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79㎡는 지난 8월 32억5000만원에서 34억5000만원 사이에 거래됐다. 지난해 11월 같은 면적이 37억~38억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지난달 신고된 거래 가격도 31억원대로 내려왔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서도 강남권의 하락세가 확인됐다. 강남구와 서초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 8월 10일 조사부터 이번달 둘째 주까지 10주 연속 하락했다. 송파구 역시 6주 연속 하락 흐름을 보였다. 월간 실거래가격지수뿐 아니라 주간 가격 동향에서도 약세가 이어진 것이다.
반면 서울 외곽의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에서는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노원·도봉·강북구 등을 포함하는 동북권의 8월 실거래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1.54% 상승해 서울 5개 권역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종로·중구·용산구 등을 포함하는 도심권도 1.06% 올랐다. 고가주택이 집중된 동남권과 달리 중저가 주택이 많은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해당 차이는 서울 아파트 시장이 일률적으로 움직이기보다 가격대와 지역에 따라 서로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고가주택 시장에서는 세금 부담 전망과 매도 움직임이 가격 조정 요인으로 작용하는 반면, 중저가 주택 시장에서는 실수요가 유입되며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거래량 감소도 향후 가격 흐름을 가늠할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서울시가 공개한 거래 통계에 따르면 8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지난달 15일 집계 기준 3143건으로, 지난 7월 5838건보다 46.2% 감소했다. 거래 신고가 계속 접수되는 만큼 최종 거래량은 달라질 수 있지만, 당시 집계에서는 매매 거래가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대출금리 부담까지 커지면 매수자의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해 가격 상승세가 둔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이 중간 집계한 지난달 서울 아파트 잠정 실거래가격지수 상승률은 0.16%로, 지난 8월 확정치인 0.72%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권역별로는 동남권이 1.71% 하락해 낙폭이 확대되고, 도심권도 0.97% 하락하며 하락 전환할 것으로 전망됐다. 잠정치는 이후 신고되는 거래를 반영해 바뀔 수 있지만, 현재까지의 집계만 보면 서울 전체의 상승폭은 축소되고 일부 권역에서는 하락세가 확산할 가능성이 나타난다.
결국 강남권 아파트의 실거래가격 하락 전환은 세제개편에 따른 고가주택 보유 부담과 매물 가격 조정이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여기에 거래량 감소와 대출 부담까지 겹치면서 서울 아파트 시장의 상승 동력이 약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동북권 등 다른 지역에서는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어 서울 전체가 본격적인 하락 국면에 들어섰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향후 세제개편의 실제 시행 내용과 거래량 변화, 지난달 잠정 지수의 확정 결과가 시장 흐름을 가늠할 주요 변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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