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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서희의 라이프 리포트] 아침마다 머리 무겁고 진통제 안 듣는다면…'뇌 속 시한폭탄' 뇌종양을 의심하라

안서희 기자 2026-03-15 06:00:00
일반 두통과 뇌종양 두통 구별법…아침에 심하고 구역질 동반되면 위험 신호 뇌내시경부터 감마나이프까지…환자 통증 줄이고 정상 조직 살리는 최신 치료법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경제일보] 머릿속에 종양이 생겼다는 진단은 환자와 가족에게 사형 선고처럼 무겁게 다가온다. 우리 몸의 모든 기능을 통제하고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뇌에 문제가 생겼다는 사실만으로도 극도의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의학계는 뇌종양을 ‘조기에 발견만 한다면 충분히 극복하고 관리할 수 있는 질환’으로 규정한다. 첨단 수술법과 방사선 치료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과거와 달리 정상적인 삶의 질을 유지하며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다.

뇌종양은 두개골 안쪽에 생기는 모든 종양을 통칭한다. 인구 10만명당 연간 20명 정도 발생하는 비교적 드문 질환이지만 그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가장 흔한 것은 뇌를 감싸고 있는 막에서 발생하는 ‘뇌수막종’이다. 전체 일차성 뇌종양의 약 30%를 차지하며 주로 40~50대 성인, 특히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2배 정도 높은 빈도로 발견된다. 다행히 이 중 85% 이상은 암이 아닌 ‘양성 종양’이다.

하지만 뇌종양은 조직학적 판정보다 ‘위치’와 ‘크기’가 훨씬 중요하다. 일반적인 장기의 양성 종양은 크기가 아주 커지기 전까지는 경과를 지켜보는 경우가 많지만 뇌는 다르다.

김종현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신경외과 교수 “뇌는 딱딱한 두개골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 갇혀 있기 때문에 종양의 성격이 아무리 온순하더라도 크기가 커지면 문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종양이 커지면서 주변의 뇌 조직이나 주요 신경을 압박하고 뇌압을 상승시키면 마비, 의식 저하, 언어 장애 등 심각한 신경학적 결손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종양의 성격뿐 아니라 주변 혈관 및 신경과의 인접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정밀 진단이 필수적이다.

이 외에도 호르몬 분비 기관인 뇌하수체에 생기는 종양이나 청신경 등에 생기는 신경초종 등이 주요 양성 종양으로 분류된다. 반면 뇌의 신경교세포에서 발생하는 ‘신경교종’은 진행 속도가 빠르고 악성일 확률이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폐암이나 유방암 등 다른 장기의 암세포가 혈관을 타고 뇌로 전이되는 ‘뇌전이암’ 비중도 높아지는 추세다.

뇌종양의 증상은 종양의 위치와 크기에 따라 제각각이지만 가장 흔한 신호는 역시 두통이다. 많은 이들이 일상적인 편두통이나 긴장성 두통과 혼동하곤 하지만 뇌종양에 의한 두통은 뚜렷한 특징이 있다.

가장 큰 차이는 ‘발생 시점’이다. 뇌종양 두통은 잠을 자고 난 직후인 아침에 유독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누워 있는 동안 뇌압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의 강도가 세지고 일반적인 진통제로는 좀처럼 조절되지 않는다. 만약 두통과 함께 구토나 구역질이 동반된다면 이는 뇌부종으로 인해 뇌압이 위험 수준까지 올라갔다는 신호일 수 있으므로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발생 위치에 따른 특이 증상도 놓쳐서는 안 된다. 사고와 감정을 조절하는 전두엽이나 측두엽에 종양이 생기면 성격이 갑자기 변하거나 기억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이유 없이 정신이 멍해지거나 일시적으로 팔다리에 힘이 빠지는 경련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호르몬 분비를 관장하는 뇌하수체에 종양이 생기면 신체 대사에 이상이 생긴다. 여성의 경우 생리 불순이나 유즙 분비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호르몬 과다로 인해 손발이 비정상적으로 커지는 말단비대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특히 뇌하수체 종양이 커지면서 시신경을 누를 경우 양쪽 시야가 좁아지거나 시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증상이 발생한다.
 

귀와 연결된 청신경 부위도 종양이 자주 발생하는 곳이다. 갑작스러운 청력 저하나 이명이 느껴지거나 심한 어지럼증으로 인해 제대로 걷기 힘든 보행 장애가 나타난다면 청신경초종을 의심해 봐야 한다.

뇌종양 치료의 근간은 종양을 직접 제거하는 수술이다. 전통적인 ‘개두술’은 두개골을 절개해 종양을 확실하게 제거하고 신경학적 악화를 빠르게 호전시키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환자의 신체적 부담을 최소화하는 ‘최소 침습’ 기법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대표적인 것이 ‘뇌내시경 수술’이다. 코 안쪽이나 눈 주위에 아주 작은 절개창을 내고 내시경을 삽입해 종양을 제거한다. 뇌 깊숙한 곳을 직접 확인하며 정밀하게 타격할 수 있고 정상 뇌 조직을 건드리지 않아 후유증이 적다. 흉터가 거의 남지 않는 미용적 장점 덕분에 환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수술과 함께 현대 뇌종양 치료의 핵심 축을 담당하는 것은 ‘감마나이프’다. 이는 돋보기로 햇빛을 한 점에 모아 종이를 태우듯 감마선을 종양 부위에만 정밀하게 조사하는 치료법이다. 피부를 절개하지 않고도 종양을 위축시키거나 성장을 억제할 수 있어 ‘칼 없는 수술’로 불린다.

특히 수술적 절제가 어렵거나 환자가 고령이어서 전신 마취가 힘든 경우 감마나이프가 매우 효과적이다.

특히 여러 개의 종양이 발생하는 뇌전이암 치료에 핵심적이다. 최근 도입된 기기는 실시간 움직임 추적 시스템을 통해 환자의 미세한 움직임을 0.15mm 수준까지 감지하며 나사로 머리뼈를 고정하는 대신 특수 마스크를 사용해 통증과 공포감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원발성 뇌종양은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신경섬유종증 같은 특정 유전자 변이 외에는 환경적 요인이 명확지 않아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특별한 예방법도 마땅치 않다. 결국 ‘조기 발견’과 ‘지속적 관리’가 최선의 방어책이다.

김교수는 “조기에 발견된 작은 종양은 감마나이프 같은 방사선 수술만으로도 완치가 가능하며 수술이 필요한 경우에도 크기가 작을수록 합병증 확률이 현저히 낮아진다”며 “평소와 다른 두통이 지속되거나 시력, 청력, 운동 능력에 이상이 느껴진다면 지체 없이 뇌 MRI 등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