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현대자동차 주가가 중동 전쟁 여파로 크게 흔들리면서 회사가 추진 중인 자사주 매입·소각 정책의 효과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제유가와 환율 변동성이 동시에 확대되며 자동차 업종 전반의 투자 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자사주 소각이 기업가치 하락 압력을 방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중동 지역 군사 충돌로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현대자동차 주가 변동성이 확대됐다.
현대자동차 주가는 지난 4일 장중 전일 대비 9% 하락한 데 이어 9일에도 장중 9.6% 하락하는 등 단기간에 큰 폭의 변동을 나타냈다. 국제유가 상승 가능성과 환율 변동성이 동시에 부각되면서 제조업 중심 대형주에 대한 위험 회피 심리가 확대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동차 산업은 국제유가와 환율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업종으로 분류된다. 국제유가 상승은 철강·물류·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이어지고 환율 변동은 수출 기업 실적의 변동성을 확대한다.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질 경우 이러한 비용과 수요 변수에 대한 우려가 동시에 반영되며 자동차주 변동성이 커지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런 환경에서 시장이 주목하는 것이 자사주 소각이다. 자사주 매입은 기업이 시장에서 자기 주식을 사들이는 조치지만 소각은 매입한 주식을 아예 없애 발행 주식 수 자체를 줄이는 방식이다. 발행 주식 수가 감소하면 동일한 순이익 규모에서도 주당순이익(EPS)이 상승하는 구조가 형성된다.
현대자동차는 최근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포함한 주주환원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약 4000억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해 이를 연내 전량 소각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소각을 동시에 추진하는 방식이다.
현대자동차는 총주주환원율(TSR)을 최소 35% 이상 유지하고 향후 수년간 최대 4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배당과 자사주 매입, 소각을 함께 운영하는 구조다.
이 같은 정책은 최근 국내 증시의 기업가치 제고 정책과 맞물린다.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 밸류업 정책은 기업이 축적한 현금을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 방식으로 주주에게 환원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핵심이다. 자사주 소각은 이러한 정책에서 대표적인 주주환원 수단으로 언급된다.
자동차 업종에서는 이미 유사한 흐름이 나타난 바 있다. 기아는 지난 2024년 1월 열린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총주주환원율(TSR) 35%와 배당성향 최소 25%를 골자로 한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다. 같은 해 약 70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 계획도 제시했다.
이후 주주환원 기대감이 반영되며 2024년 1월 31일 기아 시가총액은 약 41조3000억원을 기록해 현대자동차(약 41조원)를 일시적으로 앞지르기도 했다.
자동차 기업 주가는 판매량과 영업이익뿐 아니라 자본 배분 정책에 영향을 받는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 다수가 낮은 주가수익비율(PER)로 거래되는 상황에서 배당 확대나 자사주 소각은 기업가치 할인 요인을 완화하는 정책으로 언급된다.
현대자동차가 자사주 소각 정책을 확대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 대비 낮은 기업가치 평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자본 정책을 통해 밸류에이션 할인 요인을 줄이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다만 자사주 소각이 단기적으로 주가를 크게 끌어올리는 재료로 작용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동 전쟁과 같은 지정학적 충격이 발생한 상황에서는 기업 자본 정책보다 거시 변수의 영향이 더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자사주 소각의 역할을 주가 상승 촉매보다 하방 방어 장치로 보는 시각이 많다. 발행 주식 수가 줄어들면 주당 가치가 높아지고 회사가 잉여현금을 주주에게 환원한다는 신호가 시장에 전달되면서 주가 하락 압력이 완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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