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과 인접한 이란 항구도시 반다르아바스에 선박들이 정박해 있다. [사진=AFP 연합뉴스]
[경제일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앞두고 미국을 향해 병력 철수와 전쟁 피해 배상 등을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재개방을 위한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평가 속에서도 실제 개방 여부는 미국의 태도에 달려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의 모하마드 바게르 졸가드르 사무총장은 지난 8일(현지시간) 이란 국영 매체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한 6개 요구 사항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성명은 해협 통항 문제를 둘러싼 협상이 진전되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협상 조건을 보다 구체화한 동시에 미국을 향한 정치적 메시지를 강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은 우선 미국이 자국에 대한 해상 봉쇄와 경제 제재를 즉각 해제할 것을 요구했다. 동시에 이란 인근 해역과 중동 지역에 배치된 미군 해군·공군 전력의 철수도 조건으로 내걸었다.
또한 이란은 ‘침략 전쟁’에 따른 피해 배상과 함께 해외에 동결된 자산을 아무 조건 없이 반환할 것을 촉구했다. 여기에 더해 중동 지역 내 이란 동맹 세력에 대한 공격 중단과 이란을 겨냥한 모든 위협 행위의 중단도 요구 사항에 포함됐다.
졸가드르 사무총장은 “미국이 행동을 바로잡을 때까지 호르무즈 해협은 재개방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조건 수용 없이는 개방이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러한 입장은 앞서 체결된 종전 양해각서(MOU)보다 한층 강경해진 것이다. 당시 MOU에는 향후 핵 협상 일정에 맞춰 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이 포함됐으나 이번에는 선제적 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란의 이번 발표는 오만과의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시점에서 나왔다. 이란은 오만과 해협 통항 방식에 대해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주장하면서도 최종적인 재개방 여부는 미국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 대변은 “미국이 이란의 조건을 전면 수용하고 역내 협상에 대한 개입을 중단해야 한다”며 이를 해협 개방의 전제 조건으로 제시했으며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도 기자회견에서 “호르무즈 해협 개방은 미국의 합의 위반에 대한 배상 등 여러 조건이 충족돼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이란이 요구 조건을 강화하면서 국제 사회에서 기대되던 해협 재개방 가능성은 다시 낮아지는 분위기다. 주요 외신들은 이란의 강경한 입장이 협상 판도를 흔들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 해상 물류 상황도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다. 해운 데이터에 따르면 최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은 하루 평균 10여 척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는 전쟁 이전과 비교해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글로벌 에너지 공급과 해상 운송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경로로 이 지역의 긴장 상황은 국제 유가와 물류 흐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란과 미국 간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을 경우 해협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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