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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종전 기대에 들뜬 금융시장, 한국은행 경고를 흘려들어선 안 된다

선재관 기자 2026-06-14 13:31:10
지난 2일 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전쟁은 끝나야 하고 평화는 언제나 환영받아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란 간 종전 합의 양해각서(MOU) 체결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제 금융시장이 안도한 것도 이러한 기대감의 반영이다. 

호르무즈 해협 개방 가능성에 국제유가가 하락하고 뉴욕 증시가 상승했으며 국내 증시에도 반등 기대가 커지고 있다. 전쟁 리스크 완화가 시장 심리를 되살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시장의 안도가 곧 경제의 본질을 바꾸는 것은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환호가 아니라 냉정한 판단이다.

금융시장은 언제나 미래를 선반영한다. 하지만 기대가 지나치면 거품이 되고 거품은 결국 더 큰 충격으로 돌아온다. 종전이라는 호재만 믿고 앞다퉈 투자에 뛰어드는 ‘포모(FOMO·소외 공포)’ 심리가 확산된다면 시장은 단기 과열과 과도한 변동성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전쟁 종식 기대감으로 오른 시장이 현실의 경제 여건 앞에서 조정을 받은 사례는 적지 않다.

특히 눈여겨봐야 할 것은 한국은행의 메시지다. 한국은행은 최근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중동전쟁발 물가 압력과 금융안정 리스크를 이유로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는 단순한 경고가 아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 인상에 나섰고 미국 연방준비제도 역시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한 상황에서 한국만 통화긴축 압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현실 인식이다.

문제는 시장이 종전이라는 한 가지 변수에만 지나치게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정학적 위험이 완화된다고 해서 물가가 곧바로 안정되고 기업 실적이 개선되며 가계부채 부담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한국 경제는 여전히 높은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 불안, 수출 의존 구조, 내수 부진이라는 구조적 과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펀더멘털을 외면한 채 낙관론만 앞세우는 것은 위험한 착시다.

국제유가 하락은 분명 한국 경제에 호재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는 물가 부담과 기업 비용을 낮추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그러나 유가 안정이 지속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미국과 이란의 합의는 최종 서명 전이고 이란 핵 프로그램 처리와 제재 완화 순서를 둘러싼 이견도 남아 있다. 호르무즈 해협 개방이 지연되거나 합의 이행이 흔들릴 경우 유가와 금융시장은 다시 요동칠 수 있다.

투자자 역시 냉정을 잃어서는 안 된다. 단기 상승세에 편승해 무리하게 빚을 내 투자하거나 검증되지 않은 기대감만으로 자산을 늘리는 행위는 결국 자신에게 가장 큰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금융시장의 가장 큰 적은 전쟁만이 아니다. 과도한 탐욕과 집단적 착각 역시 시장을 무너뜨리는 위험한 변수다.

정부와 정책 당국도 마찬가지다. 종전 기대감이 소비와 투자 심리를 살리는 긍정적 효과는 활용하되 고금리와 긴축 압력에 대비한 선제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기업의 자금 조달 부담과 취약계층의 금융 비용 증가, 부동산 시장의 충격 가능성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 금융시스템 안정성을 강화하는 일도 늦출 수 없다.

평화는 경제에 호재지만 호재만으로 경제가 지속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은 기대만으로 움직일 수 있지만 국가는 현실 위에서 운영되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종전의 안도감에 취하는 일이 아니라 한국 경제의 체력을 다시 점검하는 일이다. 한국은행의 경고를 가볍게 여긴다면 오늘의 축포는 내일의 충격으로 바뀔 수 있다. 냉정한 판단과 철저한 대비만이 불확실한 시대를 이겨내는 가장 확실한 투자이자 경제 정책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