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종묘 건너편 세운상가 앞에서 세운4구역 주민대표회의 관계자 등이 재개발 구역에 대한 국가유산청의 유산영향평가 행정명령에 대해 규탄하며 국가유산청장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세운4구역 재개발사업이 종로구청장 교체를 앞두고 다시 정면 충돌 국면에 들어섰다. 서울시 안전영향평가를 통과한 데 이어 종로구가 사업시행계획 변경 인가까지 내주면서 행정 절차는 사실상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하지만 새 구청장 당선인 측이 절차 중단을 요구했던 만큼 갈등의 양상이 구청장 교체기 행정 판단 문제로 번지는 흐름이다.
19일 서울시와 정비업계에 따르면 종로구는 전날 세운4구역 재개발사업 사업시행계획 변경안을 인가하고 이 같은 내용을 서울시에 통보했다. 결재는 이달 말 퇴임을 앞둔 국민의힘 소속 정문헌 종로구청장이 직접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결정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유찬종 종로구청장 당선인의 요구와 배치된다. 유 당선인 측은 최근 세운4구역 사업 인가 여부를 새 구청장 취임 이후 판단해야 한다며 관련 절차를 중단하라는 입장을 종로구 도시개발과에 전했다. 인수위 측은 서울시와 중앙정부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사안인 만큼 성급하게 결론을 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설명해 왔다.
그럼에도 종로구가 인가를 단행하면서 세운4구역은 다시 정치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유 당선인 측은 취임 전 인가가 이뤄질 경우 담당 공무원에 대한 감사와 책임 추궁까지 검토할 수 있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세운4구역은 종로구 예지동 일대에서 추진되는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다. 서울 종묘 맞은편에 최고 높이 약 142m 규모의 고층 건축물을 짓는 계획이 포함되면서 도심 재개발과 문화유산 경관 보존 논란이 맞물려 왔다. 서울시는 세운4구역 사업을 조건부 의결했고 이에 따라 종로구의 사업시행계획 변경 인가가 핵심 절차로 남아 있었다.
종로구 인가가 고시·공고까지 이어지면 세운4구역 개발을 위한 주요 행정 절차는 국가유산청 자문기구인 국가유산위원회의 매장유산 심의 정도만 남게 된다. 서울시 차원의 안전영향평가와 자치구 인가 절차가 모두 진행된 만큼 사업 추진 동력은 한층 커지는 셈이다.
다만 국가유산청과의 갈등은 그대로 남아 있다. 국가유산청은 지난 5월 세운4구역 재개발이 세계유산인 종묘와 그 역사문화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서울시와 종로구에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먼저 이행하라는 취지의 행정 명령을 내렸다. 국가유산청은 세운4구역 고층 건물이 종묘에서 바라보는 경관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의 판단은 다르다. 세운4구역이 종묘 경계에서 약 180m 떨어져 있어 서울시 조례상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기준인 100m 이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논리다. 시는 세계유산영향평가를 거칠 경우 사업이 장기간 지연돼 사실상 동력을 잃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가를 사업의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안전영향평가와 자치구 인가라는 핵심 행정 절차를 넘었지만 새 구청장 취임 이후 사업 불확실성이 다시 커질 수 있어서다. 국가유산청의 행정 명령과 서울시·종로구의 인가 절차가 충돌하는 구도도 향후 법적·행정적 쟁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세운4구역은 도심 정비사업의 속도와 문화유산 경관 보존 사이의 충돌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사업지다. 퇴임을 앞둔 현 구청장이 인가를 내주고 취임을 앞둔 당선인이 절차 중단을 요구한 만큼 사업 향방은 단순 인허가 문제를 넘어 새 종로구 행정 기조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Copyright © 경제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