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글로비스의 1만800대적 자동차선 'Glovis Leader(글로비스 리더)' 호. [사진=현대글로비스]
[경제일보] 현대글로비스가 중국 제조기업의 해외 진출을 따라 물류 영토를 넓히고 있다. 중국산 완성차 운송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전기차 배터리와 자동차 반조립 부품(KD), 공장 설비까지 유럽과 중앙아시아 생산거점으로 옮기는 계약을 잇달아 따냈다. 현대차그룹 계열 물량을 기반으로 성장한 사업 구조를 비계열 글로벌 화주로 확장하는 행보다.
앞서 중국 전기차 제조기업의 동유럽 공장으로 향하는 KD와 프레스공장 설비 운송 계약도 수주했다. 올해 상반기부터 중국 화동 지역에서 부품과 설비를 인수해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로 해상 운송한 뒤 트럭을 이용해 현지 생산공장까지 배송하고 있다. 화동 지역은 전기차와 반도체 등 중국 첨단 제조기업이 밀집한 곳이다.
이번 수주의 특징은 단순 해상운송을 넘어 물류 전 과정을 묶어 제공한다는 점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출하지에서의 창고 보관과 통관부터 해상운송, 철도·트럭을 통한 내륙운송까지 일괄 관리한다. 화주가 운송 단계마다 별도의 사업자를 선정하지 않고 중국 공장에서 해외 생산거점까지 화물을 보낼 수 있는 종단 간(End-to-End) 방식이다.
중앙아시아를 향한 공급망도 가동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중국 완성차 기업의 차량 분해·포장 업무를 수주해 현지에서 생산된 차량을 인수하고 품질을 점검한다. 이후 차량을 분해·포장해 컨테이너에 싣고 중국횡단철도(TCR)를 통해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등으로 운송한다.
자동차운반선(PCTC) 사업에서도 중국 비계열 물량이 빠르게 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가 PCTC로 운송한 중국발 완성차는 2023년 약 26만대에서 2025년 약 51만대로 늘었다. 회사가 내부 집계치를 토대로 제시한 증가율은 약 93%다. 중국발 남미행 완성차를 비롯해 건설장비와 상용차 등 대형 화물로도 운송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내수 경쟁 심화에 대응해 유럽과 동남아시아, 중남미 등 해외 시장 공략을 강화하면서 관련 물류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완성차 수출뿐 아니라 해외 생산공장 건설에 필요한 배터리와 부품, 생산설비 물량까지 함께 증가할 수 있어서다.
중국 제조기업 수주는 현대글로비스가 추진하는 비계열 고객 확대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2024년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데이에서 계열 물량을 안정적으로 수행하는 동시에 비계열 고객을 늘려 2030년 매출 4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번 계약은 완성차 해상운송을 넘어 부품·설비와 보관·통관·내륙운송까지 사업 범위를 넓힌다는 점에서 이 같은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배터리 운송은 정확한 시점을 밝히기 어렵지만 올해 초부터 시작한 것으로 보면 된다”며 “이번 종단 간 운송에는 창고 보관과 통관, 해상운송, 철도 및 트럭 운송이 모두 포함된다”고 했다. 이어 “화주사와의 계약 규정과 영업상 이유로 구체적인 운송 물량과 운임, 계약 기간, 유류비 연동 조건 등은 공개하기 어렵다”며 “회사의 운송 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 각국의 모빌리티 관련 기업과 물류 협력 관계를 지속해서 넓혀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건은 늘어난 중국 물량을 안정적인 수익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계약 규모와 기간, 운임 조건이 공개되지 않아 당장의 실적 기여도를 산출하기는 어렵다. 단발성 운송을 장기계약으로 전환하고 해상·철도·육상운송을 결합한 종단 간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이 비계열 사업의 수익성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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