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데스크칼럼] 왜 하필 지금 공소기각인가

한석진 기자 2026-07-30 10:08:30
'보완수사권 폐지' 형사소송법 개정안 찬성하는 여당 [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권을 없애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공소청 검사는 사법경찰관이 송치하거나 송부한 사건을 검토해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지만 피의자를 직접 조사하거나 증거를 수집할 수 없다. 사건관계인의 의견을 듣고 자료를 받을 수는 있으나 그 과정에서 얻은 진술과 자료는 재판에서 증거로 쓰지 못한다.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출범에 맞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겠다는 것이 정부·여당의 설명이다. 개정안은 29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를 없애려면 경찰 수사의 오류와 누락을 바로잡을 통로부터 마련해야 한다. 지금 개정안대로라면 검사는 수사가 부족하다고 판단할 때 경찰에 다시 수사해 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경찰이 보완한 기록을 보내면 검사가 다시 살펴보고 그래도 미진하면 또 돌려보낼 수밖에 없다. 고소인이나 피해자가 검찰에서 같은 내용을 진술해도 증거로 쓸 수 없어 경찰에 다시 출석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사건 당사자에게 수사기관의 권한 배분은 관념적인 제도 논쟁이 아니다. 사건 처리가 몇 달씩 늦어지고 같은 진술을 여러 차례 반복해야 하는 현실의 문제다.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에 참여한 법률가들까지 사건 지연과 경찰 업무 폭증, 피해자 권리 침해를 우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런데 민주당은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도 전에 보완수사권과 성격이 전혀 다른 공소기각 조항을 법안에 넣었다. ‘중대한 위법 수사에 기해 공소가 제기된 때’와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해 공소가 제기된 때’를 공소기각 사유로 추가한 것이다. 민주당 형사소송법 개정 태스크포스가 마련한 안에는 없었던 내용이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포함됐고 이튿날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보완수사권은 검사가 기소 여부를 판단하기 전에 부족한 수사를 직접 보충할 수 있는지를 다룬다. 공소기각은 이미 기소된 사건을 법원이 유무죄 판단 없이 끝낼 수 있는 사유에 관한 문제다. 적용되는 단계도 다르고 법적 효과도 다르다. 두 제도를 한 법안에 묶어 서둘러 처리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민주당은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공소기각 판결이 내려지면 법원은 피고인이 범죄를 저질렀는지, 검사가 혐의를 입증했는지를 따지지 않고 재판을 끝낸다. 현행 형사소송법이 재판권이 없거나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을 위반해 무효인 경우, 같은 사건이 다시 기소된 경우 등 제한된 사유에 한해 공소기각을 인정하는 것도 그만큼 형사재판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대법원도 검사가 자의적으로 공소권을 행사해 피고인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을 주고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벗어난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공소권 남용을 인정해 왔다. 수사 과정에 잘못이 있었다거나 기소가 무리해 보인다는 사정만으로 재판을 끝내지는 않았다. 검사가 자의적으로 공소권을 행사하려 했다고 볼 만한 사정까지 요구했다.

 

민주당은 이런 판례를 법률에 옮긴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개정안의 ‘중대한 위법 수사’가 무엇을 뜻하는지부터 선뜻 잡히지 않는다. 수사 과정의 일부 위법만으로 공소 전체를 무효로 돌릴 수 있는지, 위법 수사와 기소 사이에 어느 정도 관련성이 있어야 하는지도 법문에 드러나지 않는다.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한 공소제기’ 역시 기존 판례가 요구해 온 검사의 자의성과 피고인의 실질적 불이익까지 포함하는지 논란이 남는다. 기존 판례를 조문으로 옮긴 것인지, 판례보다 공소기각의 범위를 넓힌 것인지조차 정리되지 않은 조항이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추가됐다.
 

입법 시점은 의심을 키운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전에 기소된 5건의 형사재판을 받고 있었고 현재 재판은 모두 중단돼 있다. 민주당은 대북송금 사건을 비롯한 이 대통령 관련 수사와 기소를 조작수사 또는 정치기소라고 주장해 왔다. 그런 여당이 ‘중대한 위법 수사’와 ‘소추재량권 일탈’을 이유로 공소를 기각할 수 있는 조항을 신설했다.
 

현직 대통령의 형사재판이 모두 멈춰 있는 상황에서 집권당이 공소기각 사유를 넓혔다는 점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이 대통령의 재판이 재개될 경우 새 조항이 거론될 가능성도 있다. 대통령 사건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야당의 정치공세만으로 몰아붙이기 어려운 이유다.
 

민주당이 이런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다면 민심에 둔감한 것이고 예상하고도 밀어붙인다면 의석수에 기댄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법은 만든 사람의 해명보다 조문의 내용과 실제 적용 가능성으로 평가받는다. 입법자에게 그런 의도가 없었다는 말만으로 법이 가져올 결과까지 없어지지는 않는다.
 

국민의 의심이 커진 데는 그만한 사정이 있다. 이 대통령의 취임 뒤 재판은 잇따라 중단됐다. 여권에서는 공소취소 요구가 나왔고 대통령 재임 중 형사재판을 멈추도록 하는 입법도 거론됐다. 여기에 위법 수사와 소추재량권 일탈을 공소기각 사유로 추가하는 법안까지 등장했다. 모두 현직 대통령의 사법적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겹쳐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은 방탄 입법이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이기 전에 방탄으로 의심받을 입법부터 피해야 한다. 대통령 사건과 관계없는 제도 개선이라면 공소기각 조항을 보완수사권 폐지 법안에서 떼어내 별도로 심사하면 된다. 기존 판례와의 관계와 적용 요건을 따지고 계속 중인 사건에 미칠 영향도 공개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보완수사권 폐지 법안에 공소기각 사유까지 넣어야 할 필연성은 보이지 않는다. 별도의 공론화도 없이 법사위 심사 막판에 추가됐고 그 시점은 이재명 대통령의 형사재판이 모두 중단된 때와 겹친다. 민주당 스스로 검찰개혁보다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을 먼저 떠올리게 만든 셈이다.
 

사건 지연과 수사 공백을 막을 장치는 허술한데 이미 기소된 사건을 유무죄 판단 없이 끝낼 수 있는 사유부터 넓히고 있다. 형사사법 개편으로 피해자가 겪을 불편과 수사 현장의 혼란에는 답을 내놓지 못하면서 공소기각의 문부터 넓히니 누구를 위한 개혁인지 묻게 된다.
 

민주당이 대통령 사건과 무관하다는 점을 믿어 달라고 요구하려면 먼저 의심받지 않을 방식으로 입법해야 한다. 공소기각 조항을 법안에서 떼어내 다시 심사하는 것이 그 출발점이다. 국민에게 오해하지 말라고 요구하기 전에 오해받을 일을 하지 않는 것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