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LH 둘로 쪼개면서 돈줄은 다시 잇는다…17년 만의 분리, 뭐가 달라지나

한석진 기자 2026-09-07 10:03:09
LH 사옥 전경 [사진=LH]


[경제일보]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개발과 주거복지를 담당하는 두 공사로 나누면서도 개발사업에서 벌어들인 돈이 임대주택과 주거복지에 투입되는 통로는 유지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LH 내부에서 이뤄졌던 개발이익의 교차보전을 앞으로는 주택도시기금을 거쳐 이어가는 방식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LH는 조직은 분리하지만 재정적으로 두 공사를 완전히 떼어놓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173조원이 넘는 부채를 어떻게 나눌지와 매년 3조원 안팎에 이르는 임대주택 운영 손실을 어느 재원으로 충당할지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에 따르면 LH의 택지개발·주택건설 기능은 가칭 ‘주택도시개발공사’가 맡는다. 공공임대 관리와 주거복지·자산비축은 가칭 ‘주택도시자산공사’로 넘어간다.
 

정부는 개발사업과 주거복지의 성격이 다른데도 한 기관이 두 업무를 함께 맡으면서 주택 공급 속도가 떨어지고 임대주택 운영 부담이 커졌다고 판단했다. 신속성과 재무성과가 필요한 개발사업과 공공성이 우선되는 주거복지를 각각 전문화하겠다는 취지다.
 

LH가 두 기관으로 갈라지는 것은 2009년 출범 이후 17년 만이다. 당시 정부는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가 택지개발 등에서 중복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두 기관을 하나로 합쳤다.
 

한국토지주택공사법 제정 이유에도 양 기관의 중복기능을 없애고 경영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통합 목적으로 명시됐다. 토지 취득·개발·공급부터 주택 건설과 관리, 주거복지까지 하나의 공기업에서 맡도록 업무 범위도 넓혔다.

 

17년이 지나 정부의 판단은 달라졌다. 한 기관에 개발과 주거복지 기능을 함께 둔 것이 오히려 각각의 사업 목적에 맞는 의사결정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게 이번 개편의 출발점이다.
 

재무 상황도 2009년과는 달라졌다. LH의 부채는 2023년 152조9000억원에서 2024년 160조1000억원, 지난해 173조6567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부채는 1년 만에 약 13조6000억원 증가했고 부채비율도 217.7%에서 230.8%로 높아졌다. LH는 지난해 641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통합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연간 영업적자를 냈다.
 

임대주택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LH의 임대주택 운영 손실은 2016년 1조1706억원에서 2024년 2조8311억원, 지난해에는 3조1949억원으로 불어났다.
 

LH는 그동안 택지개발과 분양 등에서 발생한 수익으로 임대주택 건설·운영에서 생긴 손실을 메워왔다. 수익사업인 개발과 적자가 발생하는 주거복지를 한 기관 안에 둔 이유 가운데 하나도 이런 교차보전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정부도 기능을 분리한다고 해서 이 연결까지 끊지는 않기로 했다. 개발공사가 택지개발과 주택건설로 얻은 이익 일부를 주택도시기금 내 별도 계정에 적립하고 기금이 이를 자산공사에 출연하도록 할 계획이다.
 

달라지는 것은 돈이 이동하는 경로다. 지금은 LH 한 기관의 개발부문 수익으로 임대부문 손실을 보전하지만 분리 이후에는 개발공사에서 나온 돈이 주택도시기금을 거쳐 자산공사로 넘어간다.
 

두 기관을 재정적으로 연결해야 하는 이유는 자산공사의 사업 성격에 있다. 공공임대주택은 임대료를 민간 수준으로 올리기 어려운 데다 노후주택의 수선과 관리비용까지 지속적으로 발생해 자체 수입만으로 비용을 충당하기 어렵다.
 

반대로 개발공사가 이전처럼 충분한 이익을 낼 수 있을지도 변수다. 정부는 공공택지를 민간 건설사에 매각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LH가 직접 주택을 짓고 공급하는 비중을 늘리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기존 택지 매각 수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개발공사가 벌어들인 이익 가운데 얼마를 주거복지에 넘길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이익이 줄어들 때 자산공사의 손실을 어느 수준까지 보전할지와 부족한 금액을 정부 재정에서 지원할지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
 

173조6567억원의 부채 배분도 남아 있다. 임대주택과 관련한 자산과 부채를 자산공사에 대거 넘기면 출범 단계부터 재무 부담이 커질 수 있고 개발공사가 상당 부분을 떠안으면 기능 분리를 통해 개발부문의 재무 여력을 높이려는 취지가 약해질 수 있다.
 

인력과 자산을 어디까지 나눌지도 결정해야 한다. 지난해 기준 9000명 안팎인 LH 인력을 두 기관에 어떻게 배치할지와 토지·임대주택 등 방대한 자산을 어느 기관 소유로 둘지에 대한 세부 방안은 이번 발표에서 공개되지 않았다.
 

정부 구상대로라면 2009년 한 조직으로 합쳐졌던 개발과 주거복지는 다시 별도 기관이 된다. 다만 개발사업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주거복지를 지원하는 기능은 주택도시기금을 매개로 계속 유지된다.
 

이번 LH 분리의 성패를 조직도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토교통부가 별도로 내놓을 LH 개혁방안에서 173조원대 부채와 자산을 어떻게 나누고 개발이익을 얼마만큼 주거복지에 배분할지가 정해져야 두 공사의 실제 출발점도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