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글로벌 가전 기업 LG전자가 연구·전문위원 선발을 확대하며 핵심 인재 중심의 기술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인공지능)·전장·디지털트윈 등 미래 사업 분야 인재를 전면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기술 패권 경쟁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인재 중심 전략'을 강화하는 행보로 해석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연구위원 15명, 전문위원 7명 등 총 22명을 2026년도 연구·전문위원으로 선발했다. 연구위원 제도는 R&D·생산·품질·디자인 등 각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를 선별해 독립적 연구 환경과 별도 처우를 제공하는 엘리트 트랙이다. 직무별 상위 1% 수준만 선발되는 만큼 기업 내 기술 리더를 육성하는 핵심 제도로 자리 잡고 있다.
이번 선발에서 눈에 띄는 점은 미래 사업 중심의 인재 집중이다. 차세대 AI 데이터센터용 냉각 솔루션은 고성능 반도체 집적도가 높아지면서 급증하는 발열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인프라 기술로 데이터센터 효율과 직결되는 분야다. 차량용 증강현실(AR)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운전자 시선과 주행 환경에 맞춰 정보를 실시간으로 구현하는 기술로 자율주행·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전환 과정에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디지털트윈 기반 AI 제어 기술 역시 실제 장비 없이 가상 환경에서 제품 성능과 제어 알고리즘을 검증할 수 있어 개발 기간 단축과 비용 절감 효과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는 영역이다. 이처럼 선발된 연구위원들의 주요 성과는 단순 기술 개발을 넘어 AI, 전장, 스마트팩토리 등 LG전자가 중장기 성장 축으로 삼고 있는 핵심 분야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는 LG전자가 단순 가전 제조를 넘어 AI·전장·플랫폼 중심 기업으로 체질 전환을 추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면서 글로벌 기술 경쟁 환경 변화와 맞물려 있다. 최근 산업 경쟁의 핵심이 설비나 자본이 아닌 핵심 인재로 이동하면서 기업들은 연구개발 인력을 단순 조직 구성원이 아닌 전략 자산으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특히 AI, 자율주행, 에너지 효율 기술 등 고도화된 분야에서는 개인 단위의 연구 역량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결국 인재 확보와 유지가 곧 기술 주도권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LG전자의 연구위원 제도는 이러한 흐름에 대한 대응 전략으로 볼 수 있다. 관리직 승진 중심의 기존 커리어 체계에서 벗어나 기술 전문가가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별도의 성장 경로를 제공함으로써 핵심 인재 이탈을 방지하고 기술 축적을 가속화하려는 의도다. 이러한 흐름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운영하는 '테크니컬 펠로우(Technical Fellow)' 제도와 유사한 구조로 연구자 중심 조직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AI 기반 기술'의 비중 확대다. 디지털트윈, AI 제어, 차세대 디스플레이 등 이번에 선정된 분야는 모두 데이터와 알고리즘 중심 기술로 향후 제품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영역이다. 이는 LG전자가 하드웨어 중심 기업에서 소프트웨어·AI 기반 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과제도 존재한다. 업계에서는 핵심 인재를 선발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이들이 실제 사업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조직 전반의 협업 구조와 실행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제한된 인원 중심의 엘리트 트랙이 조직 전체의 혁신으로 확산될 수 있는지 여부도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기술 경쟁의 시대, 기업의 경쟁력은 결국 사람에서 나온다. LG전자가 연구위원 제도를 통해 핵심 인재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단기 성과가 아닌 장기 기술 축적을 선택한 전략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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