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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서울 재건축 판 바뀐다…많이 따내는 시대 끝, 잘 고르는 시대로

한석진 기자 2026-04-21 10:30:09

현대건설 압구정·GS건설 성수·삼성물산 핵심지 집중

압구정3구역 내 현대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우용하 기자]

[경제일보] 서울 재건축 시장의 경쟁 공식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얼마나 많은 사업장을 따내느냐가 실적과 위상을 가르는 기준이었다면 이제는 수익성과 사업 안정성이 검증된 곳을 얼마나 정확하게 선점하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외형 확장 중심의 무한 수주전이 저물고 선별 수주 경쟁이 새 흐름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2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주요 재건축·재개발 시장은 최근 대형화와 고급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압구정 성수 여의도 목동 용산 등 핵심 사업지는 단순한 주택 공급지를 넘어 건설사의 브랜드 가치와 미래 먹거리를 좌우하는 전략 거점으로 평가된다. 한 번의 수주 결과가 후속 사업 수주전과 시장 평가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만큼 상징성도 커졌다.
 

이에 따라 대형 건설사들의 움직임도 달라졌다. 예전처럼 모든 사업장에 뛰어들어 점유율을 넓히기보다 승산 있는 핵심 지역에 역량을 집중하는 방식이다. 사업성이 낮거나 경쟁 비용이 과도한 현장은 과감히 걸러내고 상징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곳에 자금과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압구정 일대에서 선택과 집중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기존 수주 경험과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주요 구역 공략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특정 권역에서 연속 수주에 성공하면 브랜드 타운 효과와 후속 사업 확장 가능성까지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은 프리미엄 주거 시장 경쟁력을 앞세워 강남권 핵심 사업지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급 설계와 브랜드 이미지를 무기로 상징성 높은 사업장에서 존재감을 키우려는 전략이다. 단일 사업장의 수익을 넘어 고급 주거 시장 전체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GS건설은 성수전략정비구역 등 핵심 사업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조합원 대상 홍보와 사업 조건 제시 등 자원을 집중 투입하며 수주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선택한 사업지에서는 확실하게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달라진 사업 환경이 있다. 고금리와 공사비 상승, 원자재 가격 변동성 확대 속에서 정비사업은 예전처럼 수주만 하면 이익이 남는 시장이 아니게 됐다. 입찰 과정에서 설계 경쟁, 금융 지원, 홍보 비용이 크게 늘어나 무리한 경쟁은 곧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수주 실적은 늘었지만 실제 남는 것이 없는 상황을 피해야 하는 것이다.
 

건설사들은 이제 사업 속도, 조합 재무 여건, 일반분양 가능성, 공사비 협의 여지, 브랜드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사업장을 고른다. 많이 따내는 회사보다 잘 고르는 회사가 유리한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이 흐름은 앞으로 더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 여의도 목동 용산 등 대형 정비사업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서다. 자금력과 브랜드 파워, 복합개발 경험을 갖춘 상위권 건설사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중견 건설사들은 지역 특화 전략이나 틈새 시장 공략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서울 재건축 시장은 지금 전환점에 서 있다. 사업 규모는 커졌지만 경쟁 방식은 더 신중해졌다. 무차별 수주전은 줄고 핵심 거점 중심의 포트폴리오 경쟁은 강해지고 있다. 앞으로 시장의 승자는 가장 많은 사업장을 확보한 회사가 아니라 가장 안정적으로 이익을 낼 사업장을 선점한 회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서울 재건축 시장은 양적 경쟁보다 질적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수주 건수보다 어떤 사업장을 선택했는지가 기업 실적을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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