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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코스피 9000 시대, 환호만큼 경계도 필요하다

경제일보 2026-06-19 09:44:03
1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코스피 9000선 돌파를 기념하며 축하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9000포인트를 돌파했다. 한국 자본시장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진 것이다. 한때 꿈같이 여겨졌던 '9만피 시대'가 현실의 언어로 거론될 만큼 투자자들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AI) 혁명과 반도체 슈퍼사이클, 글로벌 유동성 확대가 맞물리면서 한국 증시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상승 동력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상승은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AI 반도체, 첨단 메모리, 배터리, 바이오 등 미래 산업을 이끄는 국내 기업들은 기술력과 생산 능력에서 글로벌 선두권에 올라섰다. 과거처럼 단순한 경기 회복 기대감이 아니라 기술 혁신이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는 점은 한국 경제의 체질이 한 단계 도약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자본시장 선진화 측면에서도 긍정적 신호가 적지 않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정책 확대, 기관투자가의 역할 강화는 국내 증시의 저평가 구조를 해소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오랫동안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오명을 안고 살아온 한국 증시가 이제는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 새로운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환호만으로는 부족하다. 역사적으로 모든 상승장에는 그림자가 존재했다. 지금 증시가 보여주는 가장 큰 우려는 특정 업종에 대한 과도한 쏠림 현상이다. 시장 상승의 상당 부분이 반도체와 AI 관련 대형주에 집중되고 있다. 일부 종목의 시가총액 확대가 지수 상승을 이끌고 있지만 상당수 중소기업과 전통 제조업, 내수기업들은 여전히 성장의 온기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의 괴리도 심각하게 바라봐야 할 문제다.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서민 가계가 느끼는 체감경기는 여전히 녹록지 않다. 소비 회복은 더디고 고금리와 고물가의 부담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자본시장의 호황이 국민경제 전체의 회복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시장의 상승은 결국 취약한 기반 위에 세워진 성과에 불과하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빚투'의 급증이다. 상승장에 대한 기대가 커질수록 투자자들은 대출을 활용해 더 큰 수익을 추구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시장은 언제나 상승만 하지 않는다. 작은 충격에도 과도한 레버리지는 금융 시스템 전체의 불안 요인으로 번질 수 있다. 가계부채가 이미 높은 수준인 상황에서 신용융자 확대는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정부와 금융당국도 마냥 축배만 들고 있을 때가 아니다. 자본시장의 활력을 유지하되 과열 신호에 대한 점검과 위험 관리에 더욱 힘써야 한다. 특히 신용거래 확대와 특정 업종 편중 현상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시장 자금이 미래 성장산업 전반으로 고르게 흐를 수 있도록 정책적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

증시의 최고치는 국가 경쟁력의 상징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건강한 자본시장은 숫자의 높이가 아니라 지속 가능성에서 평가받는다. 코스피 9000 시대는 분명 자랑스러운 성과다. 하지만 진정한 선진 자본시장은 환호 속에서도 위험을 경계하고 상승의 열기 속에서도 균형과 원칙을 잃지 않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낙관이 아니라 냉철한 자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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