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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데스크 칼럼] 40도 노동, '멈춰도 된다'가 아니라 '멈춰야 한다'로

한석진 기자 2026-08-11 09:14:37
[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지난 8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김포공항 지상조업 현장을 예고 없이 찾았다. 항공기를 유도하고 수하물과 화물을 싣고 내리는 노동자들이 폭염 속에서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최근 김포공항 활주로 표면온도는 50도 이상까지 올라갔다. 냉방 휴게시설이 마련돼 있었지만 작업장과 거리가 멀거나 수용 인원이 부족해 항공기가 몰리는 시간에는 제대로 쉬기 어려운 곳도 확인됐다.
 

지난해부터 폭염 작업에 관한 법도 달라졌다. 체감온도 33도 이상에서 장시간 작업할 경우 사업주는 노동자에게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을 줘야 한다. 노동자가 더위를 견디지 못해 먼저 쉬겠다고 요구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주가 정해진 시간마다 일을 멈추고 쉬도록 해야 한다.
 

정부가 폭염 노동을 개인이 알아서 견뎌야 할 문제에서 사업주가 관리해야 할 산업안전 문제로 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는 의미 있는 변화다. 그러나 체감온도가 더 올라가면 규제의 강도가 오히려 애매해진다. 노동부는 체감온도 35도 이상이면 오후 시간대 옥외작업을 중지하거나 조정하도록 지도하고 38도 이상에서는 긴급한 작업을 제외한 옥외작업을 중지하도록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체감온도 33도에서 휴식을 주는 것은 법적 의무인데 훨씬 위험한 38도에서 작업을 멈추는 것은 여전히 권고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정부는 올해 극단적인 고온에 대응하기 위해 폭염중대경보까지 신설했다. 폭염을 ‘기후 재난’으로 규정하고 대응 체계를 강화하면서도 정작 노동 현장에서 일을 멈출 기준은 사업주의 판단에 상당 부분 맡겨두고 있다. 체감온도 38도가 사람의 생명과 건강에 중대한 위험을 줄 수 있는 수준이라고 판단했다면 그 온도에서 옥외작업을 계속할 수 있는 조건 역시 보다 엄격하게 정할 필요가 있다.

 

올여름 피해 상황도 이런 논의를 미룰 수 없게 한다. 지난 5월 중순 이후 8월 초까지 전국에서 3000명이 넘는 온열질환자가 발생했고 추정 사망자도 30명에 이르렀다. 노동 현장에서 발생한 사례만을 집계한 수치는 아니지만 폭염이 더 이상 불쾌하고 힘든 정도의 여름 날씨가 아니라 사람의 생명을 직접 위협하는 재난이라는 점은 충분히 보여준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에도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사업주가 작업을 중지시키고 노동자를 대피시켜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노동자 역시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판단하면 작업을 멈추고 대피할 수 있다. 법조문만 놓고 보면 폭염 상황에서도 위험한 작업을 중지할 수 있는 길은 열려 있다.
 

현장에서 이 권리를 실제로 행사하는 일은 법조문처럼 간단하지 않다. 하루 일당을 받는 노동자와 하청 노동자가 공정이 밀린 상황에서 혼자 일을 멈추겠다고 말하려면 적지 않은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오늘 작업을 중단하면 임금이 줄어들 수 있고 다음 날 다시 불릴 수 있을지도 걱정해야 한다. 외국인 노동자나 고용관계가 불안정한 노동자라면 이런 부담은 더 커진다.
 

작업량과 공사기간, 납기와 인력 배치를 결정하는 사람은 대부분 노동자가 아니다. 그런데 폭염이 심해졌을 때 일을 계속할지 결정하는 부담만 노동자에게 넘긴다면 작업중지권은 법전에 있는 권리와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권리 사이에 거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래서 폭염 작업은 노동자가 위험을 호소한 뒤 멈추는 방식보다 일정한 온도 기준을 넘으면 사업주가 먼저 작업을 중지하도록 하는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
 

김포공항 현장에서 확인된 휴게시설 문제도 같은 이유에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휴게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휴식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항공기가 한꺼번에 들어오고 수하물이 밀려드는 시간에도 노동자가 작업장을 떠날 수 있어야 휴식이 된다. 건설현장이나 조선소, 물류현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물량과 인력은 그대로 두면서 더우면 쉬라고 말하면 실제 현장에서는 쉬는 시간이 가장 먼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일정 수준 이상의 폭염에서는 옥외작업 중지를 원칙으로 하고 반드시 필요한 작업에 예외를 두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전력이나 통신 복구, 공항 운영처럼 즉시 중단하기 어려운 업무에는 교대인력을 늘리고 연속 작업시간을 줄이는 별도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 작업 특성에 따라 냉각휴식 시간을 더 자주 주거나 가장 더운 시간대의 작업을 피하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작업중지 기준을 강화하려면 공사기간과 임금 문제도 함께 손봐야 한다. 폭염 때문에 작업을 중단했는데도 준공 날짜와 납기를 그대로 유지하면 현장에서는 결국 다른 날 더 오래 일하거나 휴식시간을 줄여 부족한 공정을 채우려 들게 된다. 공공공사부터 폭염으로 작업을 중단한 시간을 공사기간 산정에 제대로 반영하고 민간공사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일당을 받는 노동자가 안전을 위해 일을 멈춘 대가로 곧바로 소득을 잃지 않도록 하는 장치도 필요하다.
 

발주처가 납기를 재촉하고 원청이 공정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하청업체에 노동자를 쉬게 하라고 지시하는 것만으로는 현장이 달라지기 어렵다. 정부가 극한 폭염 때 작업을 멈추도록 할 생각이라면 작업중지로 발생하는 공사기간과 비용 문제까지 함께 조정해야 한다. 그래야 사업주도 작업을 멈출 수 있고 노동자도 임금을 걱정하지 않고 현장에서 나올 수 있다.
 

과거에는 여름 더위를 참고 견디는 것까지 노동의 일부처럼 받아들였다. 그러나 한낮 기온이 40도에 육박하고 공항 활주로와 건설현장의 바닥 온도가 50도를 넘는 날이 반복되는 상황에서도 같은 방식을 고집하기는 어렵다. 정부 역시 폭염을 재난의 하나로 관리하기 시작했다면 노동 현장의 규칙도 그에 맞게 달라져야 한다.
 

체감온도가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올라갔는데도 공정이 밀렸다는 이유로 작업을 이어갈 수 있다면 폭염 대책은 충분하지 않다. 사람이 쓰러진 뒤 휴식시간을 제대로 줬는지 조사하는 것보다 위험한 온도에 도달했을 때 일을 먼저 멈추도록 하는 편이 산업안전의 취지에도 맞는다.
 

공사는 하루 늦출 수 있고 배송은 다음 순서에 처리할 수 있다. 그러나 폭염 속에서 한 번 잃은 생명은 되돌릴 수 없다. 이제 극한 폭염에서 노동자에게 필요한 것은 일을 멈출 수 있다는 허용이 아니라 일정 온도 이상에서는 누구도 계속 일하도록 요구할 수 없다는 분명한 기준이다. 40도에 가까운 더위 속 노동만큼은 ‘멈춰도 된다’가 아니라 ‘멈춰야 한다’는 원칙으로 바꿀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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