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택지개발·주택건설과 주거복지 기능을 분리해 두 개 공사로 재편한다. 2009년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를 합쳐 LH를 출범시킨 지 17년 만에 조직 체계를 다시 손보는 것이다. 개발과 복지라는 성격이 다른 기능을 한 기관에 묶어둔 결과 주택 공급 속도와 재무 효율성이 떨어졌다는 판단이 배경이다.
3일 정부는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방안’을 발표하며 LH의 택지개발·주택건설 기능은 ‘주택도시개발공사’(가칭), 주거복지·자산비축 기능은 ‘주택도시자산공사’(가칭)으로 분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향후 별도의 LH 개혁방안을 통해 조직별 세부 기능과 재무 개편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번 분리안은 과거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를 단순히 원상복구하는 방식과는 다르다. 2009년 통합 당시 정부는 택지개발 등에서 두 기관의 중복 투자와 과당 경쟁을 줄이고 택지부터 주택 공급까지 연계해 사업기간을 단축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이번에는 반대로 공급 속도와 재무성과가 중요한 개발 기능과 공공성이 우선되는 주거복지 기능의 경영 목표를 분리해 각각의 역할을 명확히 하겠다는 취지다.
분사 이후에도 개발이익이 주거복지 재원으로 이어지는 구조는 유지한다. 지금까지 LH는 공공택지를 민간에 매각해 얻은 이익 등으로 공공임대 건설·운영 손실을 메우는 교차보전 방식을 활용해왔다. 앞으로는 주택도시개발공사의 이익 일부를 주택도시기금 내 별도 계정에 적립하고 기금이 이를 주택도시자산공사에 출연하는 방식으로 연결할 계획이다.
조직 개편이 추진되는 배경에는 LH의 사업 방식 변화도 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공공택지를 민간에 매각하기보다 LH가 직접 주택을 공급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왔다. 이에 택지 매각 수입은 줄어드는 반면 직접 시행에 필요한 사업비는 늘어날 수 있어 기존 교차보전 구조만으로 재무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재무지표도 부담이다. LH의 부채는 지난해 말 173조7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3조6000억원 늘었고 부채비율은 217.7%에서 230.8%로 높아졌다. 임대주택 운영 손실은 2016년 1조1706억원에서 2024년 2조8311억원, 지난해 3조1949억원으로 증가했다.
관건은 얽혀 있는 자산과 부채를 두 공사에 어떻게 나눌지다. 개발공사는 토지와 주택사업에서 수익을 낼 수 있지만 자산공사는 공공임대 운영과 주거복지 비중이 높아 자체 수익만으로 손실을 감당하기 어렵다. 개발공사의 이익을 어느 수준까지 이전할지, 자산공사의 적자가 커질 경우 어떤 방식으로 부담을 나눌지도 정해야 한다.
이번 개편의 성패는 조직을 둘로 나누는 것보다 공급 기능의 속도를 높이면서 주거복지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달려 있다. 부채와 자산 배분, 개발이익 이전 규모, 정부 지원 방식이 정리되지 않으면 기능 분리가 재무 부담을 두 기관으로 나누는 데 그칠 수 있다. 세부적인 LH 개혁안에서 어떤 재무 분리 기준과 재원 연계 장치를 제시할지가 핵심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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