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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기자수첩] 투자할 이유는 많아졌는데…기업이 따져야 할 것은

김아령 기자 2026-09-10 16:42:01
산업부 김아령 기자

[경제일보] 한미가 합의한 3500억 달러 규모 대미투자의 구체적인 사업 논의가 진행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투자 부담도 커지고 있다. 미국의 관세 압박에 대응하고 현지 시장을 확보하려면 생산시설 확대가 필요하지만, 대규모 투자가 곧 기업의 수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관세 절감 효과와 현지 생산비, 예상 가동률, 투자금 회수 기간까지 따져야 하는 가운데 대미투자 확대가 국내 생산과 연구개발에 투입할 자원까지 잠식하지 않는지 살펴야 한다.
 
대미투자 자체는 기업에 필요한 선택이다. 미국 시장을 지키고 관세 부담을 낮추려면 현지 생산거점이 필요할 수 있고, 공급망 변화와 미국의 산업정책에도 대응해야 한다. 다만 정부의 통상 전략과 기업의 투자 판단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정부에는 통상 리스크를 줄이는 투자가 기업에는 장기간 자금을 묶어두는 사업이 될 수 있는 만큼 정부의 정책적 목표와 기업의 수익성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한다.
 
현재 한미 간에는 3500억 달러 투자 패키지의 구체적인 사업을 놓고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 측이 제안한 에너지 사업의 규모와 비용, 수익성 등을 놓고 조율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현지 생산에는 관세 절감과 함께 새로운 비용도 따라붙는다. 인건비와 조달비용, 물류비가 늘어날 수 있고 현지 공급망을 새롭게 구축하는 데도 비용이 들어간다. 판매량이 예상보다 낮으면 관세 절감 효과보다 공장 유지에 필요한 고정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알래스카 LNG 같은 대형 사업도 투자 규모만으로 사업성을 판단하기 어렵다.
 
해외 투자와 국내 투자 사이의 자원 배분도 중요하다. 기업의 자금과 인력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해외 생산시설에 대규모 자원이 투입되면 국내 설비투자와 연구개발에 배분할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 대미투자가 국내 산업의 투자 여력을 떨어뜨리는 구조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정부 역시 기업에 투자를 요청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세제와 인허가, 전력·용수 등 투자 환경 개선을 병행해야 한다.
 
대미투자가 필요하더라도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선택은 피해야 한다. 미국의 요구에 맞춰 투자 규모를 키우는 과정에서 기업의 경영 여력과 경쟁력까지 훼손돼서는 안 된다. 특히 정책적 필요에 따라 추진한 사업에서 손실이 발생했을 때 그 부담까지 기업이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라면 투자 결정의 기준은 더 엄격해질 수밖에 없다. 통상·외교적 성과와 개별 사업의 경제성을 구분하고, 투자에 따른 위험을 누가 얼마나 부담할 것인지도 투자 조건에 반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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