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한컴이 인공지능(AI) 에이전트를 직원처럼 채용해 팀을 꾸리고 업무를 맡기는 플랫폼 ‘노마디안(Nomadian)’을 미국 시장에 선보인다. 국내 기업·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전개해 온 AI 전환(AX) 사업을 구독형 글로벌 서비스로 확장하는 첫 시험대다.
한컴은 전담 태스크포스(TFT)를 구성해 노마디안을 개발하고 있다고 14일 밝혔다. 오는 12월 미국에서 베타 버전을 공개한 뒤 이용자 검증을 거쳐 2027년 정식 구독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별도 프로그램 설치 없이 웹에서 사용하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로 제공된다.
노마디안에서는 데이터 분석가, 콘텐츠 마케터, 이메일 마케터 등 필요한 직무의 AI 에이전트를 골라 팀을 구성할 수 있다. 적합한 에이전트가 없으면 이용자가 직접 만들어 배치한다. 한 줄로 업무를 지시하면 상위 에이전트가 과제를 나누고 담당 에이전트와 도구를 지정한 뒤 결과물을 취합한다.
업무 진행 과정은 3D 가상 사무실 ‘룸(Room)’에 표시된다. AI 직원이 캐릭터로 움직이며 어떤 도구를 사용하고 있는지, 작업이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결과물이 누구에게 전달됐는지를 보여준다. 결과만 제시하는 채팅형 AI와 달리 여러 에이전트가 협업하는 과정과 작업 상태를 눈으로 확인하도록 설계했다.
브랜드 지침과 업무 규칙을 기억해 같은 설명을 반복하는 수고도 줄였다. 이메일 발송과 전자서명처럼 실행 이후 되돌리기 어려운 업무는 사용자 승인을 받은 뒤 처리한다. AI에 업무 수행 권한을 주면서 최종 통제권은 사람에게 남겨두는 ‘휴먼 인 더 루프(Human in the loop·인간 개입형 통제)’ 방식이다.
기반 기술은 한컴이 개발 중인 ‘에이전틱 운영체제(OS)’다. 여러 AI 에이전트를 만들고 실행하는 동시에 역할 분담과 도구 접근 권한, 승인 절차를 통합 관리한다. 한컴은 문서·표·발표자료를 만드는 에이전트를 팀으로 연결하고 업무 과정을 3D 공간에 구현한 플랫폼은 세계 최초라고 설명했다. AI 직원을 표방한 해외 서비스가 이미 다수 출시된 만큼 ‘세계 최초’의 구체적인 비교 기준과 검증 자료는 추가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첫 공략지는 미국의 1인 사업자 시장이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고용한 직원 없이 운영되는 무고용 사업체는 3000만곳을 넘어섰다. 카르타 자료에서도 신규 스타트업 중 1인 창업 비중은 2019년 23.7%에서 2025년 36.3%로 높아졌다.
AI 사용은 빠르게 늘었지만 업무 시스템과의 연결은 아직 초기 단계다. 골드만삭스의 ‘1만 소기업’ 참여 기업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6%가 AI를 사용한다고 답했으나 핵심 업무에 완전히 적용했다는 비율은 14%에 그쳤다. 기술 전문성 부족과 적합한 도구 선택의 어려움도 주요 장벽으로 꼽혔다.
노마디안은 여러 AI 도구를 개별적으로 익힐 여력이 부족한 1인 창업가에게 마케팅과 분석, 문서 업무를 함께 수행하는 가상 조직을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한컴은 현지 기업들과 유통·상용화 방안을 논의하고 베타 기간에 가격과 규제 요건을 점검한 뒤 한국과 유럽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김연수 한컴 대표는 “노마디안은 단순한 업무 도구가 아니라 함께 일할 AI 직원과 팀을 제공한다”며 “36년간 축적한 문서 원천기술과 자체 에이전틱 OS를 기반으로 개인이 곧 기업이 되는 시장을 열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컴의 올해 상반기 AI 매출은 약 135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실적 89억원을 넘어섰다. 별도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3.7%로 확대됐다. 노마디안이 이 흐름을 해외 개인 고객 대상의 반복적인 구독 매출로 연결하려면 업무 정확도와 외부 서비스 연동 범위, 실행 오류에 대한 책임 체계, 이용자가 체감할 가격 경쟁력을 출시 전까지 구체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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