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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반복되는 세수 오차, 재정 당국은 책임을 피하지 말라

경제일보 2026-09-27 13:49:17
[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국가 재정의 출발점은 거창한 경제철학이 아니다. 정확한 숫자와 투명한 관리다. 얼마를 걷을 수 있고 얼마를 쓸 수 있는지를 제대로 계산하는 것이 나라살림의 기본 중 기본이다. 그런데 최근 수년간 재정 당국의 세수 추계는 이 상식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수조 원은 예사고 때로는 수십조 원에 달하는 오차가 반복됐다. 한두 번의 예측 실패라면 경제의 불확실성 탓으로 돌릴 수 있다. 그러나 해마다 대규모 오차가 되풀이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것은 불확실성이 아니라 시스템의 실패이자 관리 능력의 문제다.

더 큰 문제는 큰 오차가 발생하고도 누구 하나 제대로 책임지는 모습을 찾기 어렵다는 데 있다. 세수 추계는 단순한 참고자료가 아니다. 국가 예산의 규모와 지출 우선순위, 재정수지와 국가채무를 결정하는 핵심 기초자료다. 이 숫자가 틀리면 예산 편성부터 집행까지 줄줄이 어긋난다. 민생에 필요한 돈이 제때 투입되지 못하거나 뒤늦게 지출을 조정해야 한다. 반대로 세수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잡으면 미래세대에 빚을 떠넘기는 결과가 될 수 있다.

그런데도 재정 당국은 세수 오차가 발생할 때마다 경기 변동, 기업 실적, 자산시장 급변 등 외부 요인을 앞세워 설명하는 데 급급했다. 물론 세수는 누구도 정확히 맞히기 어려운 영역이다. 하지만 예측이 어렵다는 것과 부실하게 예측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같은 오류가 반복된다면 먼저 물어야 할 것은 경제 상황이 왜 그랬느냐가 아니라 정부의 예측 모형과 의사결정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느냐는 것이다.

특히 세수 추계가 정부 내부의 폐쇄적인 판단에 지나치게 의존해 왔다면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성장률 전망 하나가 달라지고 기업 실적과 자산시장 전망이 흔들리면 세수 규모는 크게 달라진다. 그렇다면 다양한 전망과 모형을 놓고 서로 검증하는 것이 상식이다. 내부 전망에 의존한 뒤 결과가 빗나가면 사후 설명으로 끝내는 구조라면 같은 실패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제 재정 당국은 세수 추계의 독점권부터 내려놓아야 한다. 정부가 산출한 전망을 민간 전문가와 학계, 독립 연구기관이 교차 검증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추계에 사용한 주요 변수와 전제, 전망치가 실제 세수와 얼마나 차이가 났는지도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특히 일정 규모 이상의 오차가 발생하면 국회와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사후 검증을 의무화해 원인을 철저히 따져야 한다.

책임도 분명히 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책임은 단순히 담당자를 문책하거나 자리를 내놓게 하자는 뜻이 아니다. 잘못된 전망이 반복되는데도 시스템을 고치지 않는 조직적 무책임을 바로잡자는 것이다. 전망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고 개선책을 마련하지 않은 데 대한 책임까지 묻는 체계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재정 관료들이 정치적 부담을 피하기 위해 낙관적인 숫자나 편의적인 숫자를 제시하는 유혹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더구나 지금은 재정 여건이 과거와 같지 않다. 고령화와 복지지출 증가로 의무지출은 계속 불어나고 국가채무 부담도 커지고 있다. 한번 잘못된 세수 전망으로 수십조 원의 재정 운용이 흔들릴 경우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과 미래세대에게 돌아간다. 이런 상황에서 세수 추계의 정확성을 높이는 것은 행정의 효율성 차원을 넘어 국가재정의 생존 문제다.

지출 구조도 함께 손봐야 한다. 세수가 부족하다고 무조건 긴축하거나 경기가 어렵다고 무작정 돈을 풀어서는 안 된다. 효과가 불분명한 보조금과 관행적 사업부터 구조조정하고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투자와 꼭 필요한 민생 분야에 재원을 집중해야 한다. 재정 건전성과 민생은 서로 충돌하는 가치가 아니다. 낭비를 줄이고 재정의 생산성을 높이면 두 목표를 함께 달성할 수 있다.

국민에게 세금을 더 내라고 요구하면서 정부가 정작 걷힐 세금조차 제대로 계산하지 못한다면 재정정책에 대한 신뢰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제는 변명보다 책임이 먼저다. 반복되는 세수 오차를 경제 탓으로 돌리는 데 익숙해진 재정 당국의 안이한 관행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나라곳간의 숫자를 틀리는 것은 단순한 통계의 오류가 아니다. 국민의 돈과 미래세대의 부담을 잘못 계산하는 일이다. 재정 당국은 더 이상 세수 오차 뒤에 숨지 말고 추계 시스템을 전면 개혁하고 실패에 대한 책임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 국가재정의 신뢰를 회복하는 첫걸음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정확한 숫자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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