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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반도체 초격차, 방심하는 순간 사라진다

선재관 기자 2026-10-13 17:04:23
[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잘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는 늘고 메모리 가격도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실적 회복이 뚜렷하고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서 앞서가고 있다. 숫자만 보면 걱정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시장은 다른 곳을 보고 있다. 중국 CXMT가 차세대 D램 구조인 4F² 기술 진전을 공개하면서 한국 반도체의 기술 우위를 다시 돌아보게 만들었다. 실제 양산 능력과 수율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당장 한국 기업의 HBM 경쟁력을 넘어섰다는 뜻도 아니다. 그럼에도 경계해야 하는 이유는 중국의 추격 속도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반도체를 이야기할 때 '초격차'라는 말을 자주 쓴다. 경쟁국보다 기술에서 몇 년 앞서 있다는 뜻이다. 듣기 좋은 말이다. 하지만 반도체에서 몇 년은 긴 시간이 아니다. 한두 세대 제품이 바뀌면 격차는 빠르게 좁혀질 수 있다.

중국은 이미 범용 메모리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HBM 같은 고부가 제품에 집중하는 사이 CXMT와 YMTC는 일반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을 넓혀왔다. 아직은 기술과 시장에서 차이가 있지만 중국 기업의 생산 능력과 기술 수준이 올라오면 경쟁 구도도 달라질 수 있다.

우리는 비슷한 장면을 여러 번 봤다. LCD가 그랬고 태양광이 그랬다. 처음에는 기술 차이가 컸다. 중국 기업은 가격을 앞세웠고 한국 기업은 고부가 제품으로 대응했다. 시간이 지나자 중국은 생산 규모뿐 아니라 기술에서도 따라왔다. 결국 한국 기업 상당수가 해당 시장에서 밀려났다.

반도체는 다를 것이라고 믿고 싶다. 실제로 진입장벽도 훨씬 높다. HBM은 설계와 미세공정, 첨단 패키징이 맞물려야 하고 고객 인증도 까다롭다. 중국이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려운 이유다.

그러나 중국에는 거대한 내수시장과 정부 지원이 있다. 당장 수익이 나지 않아도 생산시설을 확충하고 연구 인력을 늘릴 수 있다. 실패하더라도 다시 투자할 여력이 있다. 기술 격차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안심할 수 없는 상대다.

한국이 해야 할 일은 지금의 호황을 다음 기술의 경쟁력으로 바꾸는 것이다. 차세대 HBM과 첨단 패키징, 소재·부품·장비에 대한 투자를 늦춰서는 안 된다. 연구 인력을 키우고 협력사의 기술력도 함께 끌어올려야 한다.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어디에 쓰느냐에 따라 다음 반도체 경쟁의 승패가 갈릴 수 있다.

정부도 세액공제와 보조금 지원에만 머물러서는 부족하다. 전력과 용수, 전문 인력과 연구개발 기반까지 챙겨야 한다. 공장 하나 짓는 데 몇 년씩 걸리고 핵심 인재를 구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좋은 기술도 제때 시장에 내놓기 어렵다.

무엇보다 경계해야 할 것은 성공에 대한 익숙함이다. 한국은 30년 넘게 메모리 강국의 자리를 지켜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이 좋아지면 그 자리가 앞으로도 당연히 유지될 것처럼 생각한다. 그러나 반도체 시장에서 과거의 성공은 미래의 경쟁력을 보장하지 않는다.

CXMT의 기술 발표가 곧 한국 반도체의 위기를 뜻하지는 않는다. 실제 양산 능력과 수율, 고객 확보까지 검증할 과정이 남아 있다. 그러나 중국이 한국과 대등한 제품을 만들어낸 뒤에야 위기를 인정한다면 이미 늦다. LCD와 태양광에서 치렀던 대가를 반도체에서 다시 치를 수는 없다.

지금의 반도체 호황은 우리에게 시간을 벌어주고 있다. 차세대 기술을 개발하고 공급망을 강화할 수 있는 시간이다. 이 기회를 놓친다면 훗날 호황기에 벌어들인 막대한 이익이 무슨 의미였는지 되묻게 될 것이다.

중국의 추격보다 더 위험한 것은 우리가 여전히 앞서 있다는 안도감이다. 초격차를 외치는 것만으로 격차가 유지되지는 않는다. 지난 30년의 성공이 앞으로 10년의 경쟁력까지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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