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쿠팡이 최근 발생한 전산장애로 피해를 본 고객과 음식점주, 배달 라이더에 대한 보상에 나서면서 플랫폼 장애에 따른 피해 인정 범위를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기업의 선제 보상이 피해 회복을 앞당길 수 있지만 보상 범위와 규모가 기업의 자체 판단에 좌우되는 만큼 객관적인 피해 산정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 9일 발생한 전산장애의 원인을 내부 시스템 개선 과정에서 발생한 코드 오류로 파악하고 있다.
오류 발생 이후 시스템을 이전 상태로 되돌리는 복구 작업을 진행해 당일 오전 2시31분께 정상화했으며 외부 공격 가능성도 점검했지만 관련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장애로 주문이 취소된 고객에게는 쿠팡캐시 5000원을 지급하고 쿠팡이츠 이용 고객에게는 3000원 할인쿠폰을 제공하기로 했다. 배달 과정에서 피해를 본 음식점주와 라이더에 대해서도 별도의 보상을 진행하고 있다.
쿠팡은 앞서 개인정보 유출과 지난 7월 인천 물류센터 화재 등 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자체적인 보상책을 내놓은 바 있다. 인천 물류센터 화재 당시에는 주민과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45억원 규모의 지원책을 마련해 개별 피해 보상과 현금성 지원, 지역사회 회복 대책 등을 추진했다.
이처럼 사고 발생 직후 기업이 보상안을 마련할 경우 피해자의 일상과 영업 회복을 앞당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사고 유형마다 피해 형태가 다른 데다 보상 대상과 금액을 정하는 기준도 기업별로 달라 자율적인 보상만으로 일관된 피해 구제가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쿠팡 본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번 전산장애에서도 핵심 쟁점은 피해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다. 주문을 받아 조리를 마친 음식이 배달되지 않아 폐기된 경우처럼 직접적인 손실은 비교적 명확하지만 장애 시간 동안 주문 자체가 들어오지 않아 발생한 매출 감소까지 보상 대상에 포함할지를 두고는 판단이 쉽지 않다.
특히 쿠팡이츠 의존도가 높은 음식점과 야간 시간대에 주로 일하는 라이더의 경우 장애가 없었다면 얻을 수 있었던 매출이나 수입 등 기회비용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배달 라이더 커뮤니티에서는 추석 연휴 첫날 야간 배달 수요를 기대하고 업무에 나섰지만 장애로 수입을 올리지 못했다는 사례가 공유됐다. 전산장애 당시 고객센터 연결까지 원활하지 않아 현장에서 대응하기 어려웠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음식점주의 피해 역시 주문 취소에만 한정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전문위원은 배달앱 매출 비중이 높은 음식점일수록 전산장애로 영업에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안주류를 판매하는 음식점은 배달앱 매출 비중이 40% 수준에 이르는 경우도 있어 장애 시간대 매출 감소 폭이 상대적으로 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미 조리한 음식을 폐기하는 직접적인 손실뿐 아니라 주문이 끊기면서 준비한 식재료를 소진하지 못한 피해까지 발생할 수 있다.
류 전문위원은 쿠팡이 보상안을 제시한 만큼 실제 피해 점주들에게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는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플랫폼 장애에 따른 보상 범위를 둘러싼 논란은 과거에도 반복됐다. 지난 2022년 카카오 서비스 장애 당시에도 소상공인과 이용자를 대상으로 피해 접수를 받아 보상이 이뤄졌지만 피해 인정 기준과 일괄적인 보상 방식의 적정성을 두고 논쟁이 이어졌다.
플랫폼이 소비자와 소상공인의 주요 거래 수단으로 자리 잡은 만큼 보상 금액뿐 아니라 피해 인정 기준과 구제 절차를 구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장애 재발을 줄이기 위한 시스템 관리와 함께 실제 손실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준도 마련할 필요성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