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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법부 국정조사 논란, 재판 독립과 국회의 견제 모두 원칙이 있다

경제일보 2026-10-28 09:51:30

대법원장 관련 의혹은 규명하되 재판에 대한 정치적 압박은 경계해야

[사진=AI 생성 이미지]

[경제일보] 더불어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하기로 결정하면서 국회와 사법부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거부와 업무추진비 집행 관련 의혹 등을 규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는 정치적 압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은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관련 안건을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실제 국정조사가 이뤄진다면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법원장을 대상으로 하는 조사가 된다.
 
국회의 국정조사권은 헌법이 보장한 권한이다. 헌법 제61조는 국회가 국정을 감사하거나 특정한 국정 사안을 조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법부 역시 공적 권한을 행사하는 헌법기관인 만큼 행정 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에 관한 검증에서 예외일 수 없다. 예산 집행이나 인사 절차에 합리적인 의문이 제기됐다면 관련 사실을 확인하고 설명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국정조사권이 무제한인 것은 아니다. 헌법 제103조는 법관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하도록 규정한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도 계속 중인 재판이나 수사 중인 사건의 소추에 관여할 목적으로 조사권을 행사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국회가 사법행정을 감시할 권한을 가졌다고 해서 개별 사건의 판결이나 재판부의 판단까지 정치적으로 심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 논란에서 주목할 대목은 대법관 인선을 둘러싼 갈등이다. 헌법 제104조는 대법원장의 제청과 국회의 동의, 대통령의 임명이라는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을 둘러싼 이견은 이들 헌법기관의 권한과 절차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에 관한 문제다. 제청권 행사에 법적 문제가 있었는지 따지는 것과 특정 후보자를 제청하도록 정치적 압력을 가하는 것은 구분돼야 한다.
 
조 대법원장에 대한 국정조사 추진이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배경도 살펴야 한다. 지난해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 이후 여권과 사법부 사이에는 긴장이 이어져 왔다. 최근 정치적으로 주목받는 사건의 판결까지 논란에 겹치면서 국정조사의 목적을 둘러싼 의구심도 커졌다. 국민의힘이 사법부 독립 침해를 주장하는 이유다. 민주당은 조사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그 취지가 정당하다는 평가를 받으려면 구체적인 근거와 적정한 조사 범위부터 제시해야 한다.
 
국정조사를 추진한다면 조사 대상과 목적을 명확히 하는 것이 우선이다. 대법관 제청 과정에서 어떤 절차적 문제가 있었는지,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의혹은 어떤 자료에 근거하는지부터 따져야 한다.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위법행위로 단정하거나 조사에 앞서 정치적 책임을 결론 내리는 방식은 경계해야 한다. 재판의 합의 과정과 법관의 독립적인 판단을 겨냥한 자료 요구나 증인 신문 역시 엄격한 검토가 필요하다.
 
대법원도 사법부 독립을 모든 질문에 대한 방패로 삼아서는 곤란하다. 인사와 예산 등 사법행정에 관한 합리적인 의문에는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자료를 제시하고 절차를 설명해야 한다. 재판의 독립을 지키는 일과 사법행정의 책임성을 높이는 일은 서로 충돌하는 목표가 아니다. 오히려 투명한 행정이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뒷받침한다.
 
공자는 <논어>에서 ‘군군신신 부부자자(君君臣臣 父父子子)’라고 했다. 각자가 자신의 자리에서 마땅한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뜻이다. 오늘날 민주공화국의 헌정질서를 고대의 군신관계에 견줄 수는 없지만, 권한을 가진 자일수록 자신의 역할과 한계를 알아야 한다는 교훈은 여전히 유효하다. 국회는 국회답게 견제하되 재판의 영역을 존중하고, 사법부는 사법부답게 독립을 지키되 행정적 책임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국회와 사법부의 갈등이 길어질수록 그 부담은 국민에게 돌아간다. 국회가 정치적 다수의 힘으로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는 의심을 받아서도 안 되지만, 사법부 역시 국민을 대신한 적법한 검증 요구를 일률적으로 거부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어느 기관이 더 강한 권한을 행사하느냐가 아니다. 사법행정에는 책임을 묻되 재판의 독립은 존중하는 것이 이번 국정조사 논란에서 지켜야 할 헌법적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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