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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조희대·청와대, 대법관 재제청 놓고 이틀째 충돌

선재관 기자 2026-09-23 22:48:52

손봉기 후보 임명동의안 미제출…재제청 사유·법적 근거 놓고 이견

민주당은 국정조사 거론, 국민의힘은 권한쟁의심판 청구

조희대 대법원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대법관 후보를 다시 제청하라는 청와대의 요구를 조희대 대법원장이 거듭 거부하면서 후임 인선이 멈춰 섰다. 청와대는 손봉기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겠다는 뜻을 이미 통보했다고 주장한다. 조 대법원장은 기존 제청을 되돌려야 할 구체적인 사유와 법적 근거가 공문에 없다고 맞선다.

갈등은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을 정하는 과정에서 시작됐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1월 김민기·박순영·윤성식·손봉기 후보자 4명을 추천했다. 조 대법원장은 8월 18일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임명 제청했다. 청와대는 손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고 같은 달 28일 재제청을 요청했다.

조 대법원장은 22일 요구를 거부한 데 이어 23일 다시 입장을 냈다. 재제청 요청 공문에 그 사유가 명확하게 적혀 있지 않아, 헌법과 법률에 따른 후속 절차를 진행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청와대가 언론을 통해 제기한 ‘제청 과정의 절차적 흠결’도 수긍할 수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공문에 손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겠다고 명시했다며 반박했다. 임명 거부가 재제청을 요청한 이유인데도 조 대법원장이 사유가 불분명한 것처럼 설명한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대법원이 추천위에서 후보자 4명을 추천받은 뒤 일부 후보자에게 사퇴 의사를 물으며 추천 절차를 다시 진행하려 한 점도 문제 삼았다.

양측의 공방은 공문 문구의 해석에서 그치지 않는다. 헌법은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정한다. 지금 다투는 지점은 대통령이 제청된 후보자의 임명 절차를 진행하지 않을 때, 대법원장이 어떤 사유와 절차에 따라 새 후보를 제청해야 하느냐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임명 거부에 따른 후속 절차를 요구하고, 조 대법원장은 그 요구의 근거부터 명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야도 정면으로 맞섰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조 대법원장의 재제청 거부를 ‘내란적’이라고 비판하며 국회 현안 질의와 국정조사, 필요할 경우 특검 가능성을 언급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대법원을 항의 방문했다. ‘내란’은 민주당의 정치적 규정으로, 법적 판단이 내려진 사안은 아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여권의 재제청 요구를 거부한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공세, 비무장지대(DMZ) 내 지뢰 추정 폭발 사고 등 현안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기 위해 기자회견이 열리는 회의실로 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은 조 대법원장의 판단을 사법부 독립을 지키기 위한 결정이라고 옹호했다. 앞서 손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은 조치가 국회의 동의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심판 청구가 이뤄진 것과 그 주장이 받아들여질지는 별개의 문제다.

손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은 여전히 국회에 제출되지 않았다. 청와대와 대법원이 재제청의 사유와 절차에 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노 전 대법관의 후임 공백도 길어질 수 있다. 정치권의 공세가 거세졌지만 인선을 다시 움직이려면 양측이 주장하는 권한의 근거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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