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 본사 전경.[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경제일보] SK바이오사이언스가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에볼라 바이러스 백신 개발과 대량 생산에 나선다. 미국 보건복지부 산하 생물의약품첨단연구개발국(BARDA)이 이번 프로젝트에 최대 9900만 달러(약 1310억원)를 지원하기로 하면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독일 자회사 IDT 바이오로지카의 생산 역량을 활용해 백신의 대량 생산 기반을 구축할 계획이다. 글로벌 감염병 대응 사업에 참여하는 동시에 백신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국제 백신 연구기관인 IAVI(국제에이즈백신추진본부), 힐레만 연구소 등과 함께 미국 보건복지부 산하 전략대비대응청(ASPR)의 BARDA가 지원하는 분디부교 바이러스(BDBV) 백신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한다고 29일 밝혔다.
전체 지원 규모는 최대 9900만 달러다. 이 가운데 초기 지원금은 3600만 달러(약 477억원)로 확정됐다. 지원금은 임상 1상을 포함한 임상시험과 규제 대응, 백신 생산 및 공급에 투입된다.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있도록 백신 후보물질을 개선하는 작업도 추진한다.
이번 프로젝트의 대상인 분디부교 바이러스는 에볼라바이러스의 한 종류다. 현재 분디부교 바이러스에 특화된 허가 백신이나 전용 치료제가 없어 백신 개발과 공급 체계 확보가 주요 과제로 꼽힌다. 프로젝트 참여 기관들은 한 차례 접종으로 신속한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백신을 개발하고 감염병이 확산할 때 필요한 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생산 체계를 마련한다는 목표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백신 생산 공정을 확대하고 대량 생산 체계를 구축하는 역할을 맡는다. 백신 후보물질의 개발뿐 아니라 실제 감염병 발생 시 필요한 물량을 신속하게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독일 자회사 IDT 바이오로지카의 제조 역량도 활용한다. IDT는 백신 충전과 완제 공정을 담당한다. 무균 상태에서 백신을 용기에 충전하고 최종 제품으로 만드는 과정까지 맡는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생산 공정 확대를 주도하고 IDT가 충전·완제 분야를 담당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나눴다.
백신은 후보물질의 효능을 확인하는 임상시험뿐 아니라 대량 생산과 품질 관리, 규제당국의 심사를 거쳐야 실제 공급이 가능하다. 감염병이 빠르게 확산할 경우 개발 속도만큼이나 생산시설과 제조공정, 공급망을 사전에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프로젝트는 임상 개발과 제조 역량을 연결해 감염병 발생 시 백신을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의미가 있다.
프로젝트에는 각 기관의 전문성이 결합된다. IAVI는 전체 프로그램을 총괄하며 임상 개발과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규제기관 대응, 대유행 대비 전략을 담당한다. 힐레만 연구소는 초기 임상시험에 사용할 백신을 생산하고 제조 기술을 이전하는 역할을 맡는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IDT는 생산 공정 확대와 대량 제조를 담당한다.
이번 지원은 감염병대비혁신연합(CEPI)의 지원으로 진행돼 온 기존 백신 개발 사업을 보완하고 확대하는 성격을 띤다. CEPI가 백신 후보물질의 개발과 생산을 지원해 온 가운데 BARDA의 자금이 더해지면서 임상시험과 생산 기반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참여 기관들은 세계보건기구(WHO)의 사전적격성평가(PQ)를 받은 자이르 에볼라 바이러스 백신과 같은 재조합 수포성 구내염 바이러스(rVSV)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자이르 에볼라 바이러스와 분디부교 바이러스는 서로 다른 바이러스이므로 기존 백신의 성과가 분디부교 백신의 효능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기존 플랫폼 기술과 개발 경험을 활용해 후보물질 개발을 앞당기려는 접근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그동안 미국 제약사 머크(MSD), 힐레만 연구소, CEPI 등과 협력해 자이르 에볼라 바이러스 백신의 차세대 개발과 제조공정 개선을 추진해 왔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에볼라 바이러스 유형에 대응하는 백신 개발과 생산 역량 확보에 나선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글로벌 제약사와 국제기구의 협력을 바탕으로 감염병 대응 백신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다. 사노피와 공동 개발 중인 21가 폐렴구균 단백접합 백신은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개발한 주사형 로타바이러스 백신 후보물질에 대해서도 기술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후속 임상과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게이츠재단과 CEPI, 질병관리청 등과는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예방 항체와 범용 코로나 백신 등 차세대 공공보건 분야의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감염병 백신 개발과 생산 역량을 다각화해 글로벌 보건 위협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미국 정부의 자금 지원과 글로벌 연구기관의 개발 역량, SK바이오사이언스와 IDT의 제조 기반이 결합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다만 지원금 규모가 최대치로 책정된 만큼 실제 집행 규모와 단계별 개발 성과는 향후 사업 진행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임상시험을 통한 안전성과 유효성 입증, 규제당국의 허가, 실제 공급 계약 확보도 남은 과제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은 "감염병 위협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백신 개발과 생산 기반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번 프로젝트 참여는 SK바이오사이언스와 IDT의 연계 역량이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은 성과로 글로벌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해 백신의 신속한 개발과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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