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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100명 규모 고객자문단 출범…기획부터 유통까지 고객이 메스 댄다

선재관 기자 2026-03-17 09:08:14
우리가 직접 요금제 짠다 고객 100명에게 칼자루 쥐여준 진짜 이유
이혜연 SKT 고객가치혁신실장이 고객자문단 출범식에서 발표하는 모습[사진=SKT]

[경제일보] SK텔레콤(대표 정재헌)이 단순한 의견 수렴을 넘어 상품 기획부터 마케팅, 유통 전 과정에 소비자를 직접 참여시키는 '고객자문단'을 공식 출범했다. 통신 시장 포화와 인공지능 전환(AX)이라는 거대한 변곡점을 맞은 2026년 현재, 철저한 고객경험(CX) 혁신 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반영된 선제적 조치로 풀이된다.

SK텔레콤은 지난 16일 서울 성수동 T팩토리에서 직장인, 주부, 대학생 등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군으로 구성된 100명 규모의 고객자문단 출범식을 개최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자문단은 신제품 출시 후 단순 모니터링에 그치던 과거 베타테스터 수준을 뛰어넘는다. 임직원과 기획 단계부터 참여해 현장 기반의 피드백 체계를 구축하고 개선안을 직접 도출한다. 월 1회 정기 미팅으로 신규 서비스 아이디어를 제안하며 실행 가능성이 높은 안은 실제 서비스와 프로모션에 즉각 반영된다. 아울러 소규모 포커스그룹인터뷰(FGI)를 통해 광고 캠페인의 체감 효과나 브랜드 호감도까지 꼼꼼히 따질 예정이다.

◆'가입자 뺏기' 한계 직면…글로벌 트렌드는 '프로슈머'

통신업계가 이토록 고객 목소리에 집착하는 이유는 고착화된 시장 환경 때문이다.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어 단순한 요금 인하나 보조금 살포를 통한 '가입자 뺏기' 전략은 한계에 달했다. 

글로벌 빅테크들은 일찌감치 소비자를 제품 개발에 참여하는 '프로슈머(Prosumer)'로 격상시켰다. 고객이 자발적으로 제공하는 고품질 제로파티 데이터(Zero-party Data)를 확보해 서비스 질을 높이고 강력한 락인(Lock-in) 효과를 창출하기 위함이다. SK텔레콤 역시 이번 자문단을 통해 현장의 날것 그대로인 요구사항을 수집해 통신 서비스 전반의 질적 도약을 꾀하려는 전략이다.

이번 자문단 출범은 정재헌 CEO가 선언한 'AI 컴퍼니' 도약과 궤를 같이한다. SK텔레콤은 통합전산시스템을 AI 중심으로 개편하고 '에이닷 전화' 등 초개인화된 AI 에이전트 확산을 추진 중이다. AI 서비스의 성패는 알고리즘 우수성을 넘어 실제 사용자가 느끼는 '편의성'과 '정서적 교감'에 달렸다. 

고객자문단은 SK텔레콤이 쏟아낼 다양한 B2C AI 서비스가 시장에 나오기 전 맹점과 환각현상(Hallucination) 등을 걸러내는 가장 깐깐한 거름망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인간의 피드백을 통한 강화학습(RLHF)이 AI 고도화의 필수 요소인 만큼 자문단의 활동은 SK텔레콤 AX 전략 성공의 핵심 자산이 될 것이다.

 
SKT 고객자문단이 16일 T팩토리 성수에서 고객자문단 출범식을 마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2열 왼쪽부터 일곱 번째 한명진 SKT MNO CIC장, 여덟 번째 안완기 고객신뢰위원회 위원장)[사진=SKT]

고객 신뢰 회복도 중요한 과제다. 자문단은 안완기 위원장이 이끄는 '고객신뢰위원회'와 상시 간담회를 열고 외부 비판을 여과 없이 사측에 전달한다. 잦은 통신 장애나 요금제 논란 등으로 저하된 업계 전반의 신뢰도를 고객 주도형 소통으로 극복하겠다는 의지다.

한명진 SK텔레콤 MNO CIC장은 "고객과 사회의 목소리를 경청해 경영 전략에 적극 반영하고 모든 접점에서 변화 노력이 느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결국 답은 '사람'에게 있다. SK텔레콤이 고객자문단이라는 인간 중심의 아날로그적 소통 창구를 통해 최첨단 AI 통신 혁신을 어떻게 완성해 나갈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