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전기차(EV) 중심으로 성장해온 배터리 산업이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신사업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ESS 사업 확대를 통해 변화하는 시장 구조에 대응하며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에 나섰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최고경영자(CEO)는 20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지금은 산업의 성장 가치가 재편되는 '밸류 시프트(Value Shift)'의 시기"라며 "전력 수요 구조 변화 속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확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발언은 배터리 산업의 성장 축이 전기차에서 에너지 인프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최근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성장세가 둔화되는 '캐즘' 국면에 진입한 반면 데이터센터와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ESS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ESS 사업을 핵심 성장 축으로 설정했다. 회사는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ESS 생산 역량을 확대하며 시장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미시간과 캐나다 등 북미에 5개 생산 거점을 확보하고 있으며 기존 전기차 배터리 생산 설비를 ESS용으로 전환하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특히 북미 시장에서는 중국산 배터리 및 원자재 의존도를 낮추려는 정책 기조가 강화되면서 비중국 공급망을 확보한 기업들이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전기차 및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사용되는 배터리와 핵심 광물의 원산지를 엄격히 규정하고 있으며 중국 등 '우려 외국기관(FEOC)'이 포함된 공급망에는 세제 혜택을 제한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현지 생산 기반을 바탕으로 비중국 공급망 요구에 대응하고 있다. 미시간 공장과 캐나다 넥스트스타 에너지 공장 등에서 배터리를 생산하며 북미 내 생산·조달 체계를 구축해 정책 요건을 충족시키고 있다.
특히 ESS용으로 주로 활용되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현지에서 생산할 수 있는 점도 경쟁력으로 꼽힌다. 현재 글로벌 LFP 배터리 시장은 중국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북미 지역에서 비중국 공급망 기반으로 LFP를 생산할 수 있는 업체는 제한적인 상황이다.
이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ESS 시장에서 정책 대응력과 공급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며 수주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럽에서도 유휴 생산 설비를 활용해 ESS 제품을 생산하는 등 지역별 맞춤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기존 자산을 활용한 생산 전환을 통해 투자 부담을 줄이면서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전략은 배터리 산업의 구조 변화와 맞물려 있다. 과거에는 전기차 수요 확대가 시장 성장을 이끌었지만 최근에는 전력 수요 증가와 에너지 전환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와 재생에너지 확대는 전력 저장 수요를 크게 늘리고 있다. ESS는 전력 수급 안정성과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으며 시장 규모가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글로벌 ESS 시장이 구조적인 성장 국면에 진입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ESS 수주 목표를 전년 대비 확대하고 생산 능력도 60GWh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또한 사업 포트폴리오 측면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회사는 ESS와 신사업 비중을 현재 약 20% 수준에서 향후 40% 중반까지 확대해 전기차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균형 잡힌 사업 구조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전기차 시장은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보조금과 정책 중심 성장에서 벗어나 성능과 가격 경쟁력이 수요 회복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배터리 산업이 'EV 중심'에서 'EV+에너지 인프라'로 확장되는 전환기에 진입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별로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속도와 실행력이 향후 경쟁력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특히 ESS와 같은 에너지 저장 시장에서 선제적으로 생산 기반과 공급망을 구축한 기업이 중장기적으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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