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이란 공습 취소하고 협상 제안

선재관 기자 2026-08-02 12:48:01
호르무즈 해협 전면 개방·핵 위협 종식이 조건 중부사령부는 10~14일 집중 공습안 보고했으나 무산 한국은 원유 수입의 70%가 호르무즈 통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UPI 연합뉴스]

[경제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 계획을 취소하고 협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미군 중부사령부가 최대 2주짜리 집중 공습안을 보고하고 대통령이 이를 승인했다는 보도가 나온 지 사흘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란과 다른 중동 국가들이 합의의 기본 틀이 마련됐다며 공격을 보류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며 "합의에는 호르무즈 해협의 즉각적이고 완전하며 전면적인 개방과 이란의 핵 위협 종식이 포함될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신속하게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는 조건 아래 공격을 취소하기로 했다"며 "이스라엘도 이 약속에 동참한다"고 덧붙였다.

◆ 사흘 만에 뒤집힌 기류

직전까지는 반대 방향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캠프데이비드 내각 회의에서 "우리는 그들을 매우 강하게 타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대통령이 새 공격 계획을 승인했고 이르면 주말부터 수일간 작전이 진행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긴장이 다시 높아진 계기는 지난달 28일 이란의 기습이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요르단에 있는 미 공군기지와 중앙지휘소를 향해 탄도미사일 여러 발을 발사했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모두 요격했다고 밝혔다. IRGC는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던 유조선 세 척도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이전과 다른 점은 순서였다. 그동안 이란의 발사는 미군 공습에 대한 대응이었으나 이번에는 미군의 이란 본토 공격이 없는 상태에서 먼저 이뤄졌다. 미군도 기습적 공격 시도라는 표현을 썼다. 미군은 다음 날 이란 본토 공습을 재개했다.

이 시점에 브래드 쿠퍼 중부사령관이 10~14일 동안 이란의 미사일 능력을 무력화하는 집중 공습안을 보고했다. 델라웨어주 공군기지의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댄 케인 합참의장이 참석한 회동이었다. 케인 합참의장은 방공 요격미사일 재고가 줄어 전 세계 미군 기지와 동맹 방어에 위험이 커진다며 신중론을 폈다.

◆ 원유 5분의 1이 지나는 길목...20년 묵은 핵 협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사진=AFP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첫 조건으로 내건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아라비아해를 잇는 폭 좁은 수로다. 하루 2000만~2100만배럴의 원유가 지난다.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20~25% 수준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이라크, 쿠웨이트, 카타르가 수출하는 원유가 이 길을 거친다.

한국에는 더 직접적인 문제다. 한국은 수입 원유의 70.7%를 중동에서 들여온다. 지난해 총 원유 수입 1억3700만톤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을 지난 물량은 69.6%였다. 사우디아라비아산 4713만톤, 이라크산 1550만톤, 아랍에미리트산 1535만톤 순이다. 액화천연가스(LNG)도 20.4%가 중동산이다. 해협이 막히면 원유 확보와 운임, 보험료가 한꺼번에 흔들린다.

두 번째 조건인 핵 위협 종식은 더 오래된 사안이다. 이란과 서방은 2015년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에 합의했다. 이란이 우라늄 농축도를 3.67% 아래로 묶고 비축량을 300㎏으로 줄이며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검증을 받는 대신 제재를 푸는 내용이었다.

이 합의는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 탈퇴로 흔들렸다. 미국이 제재를 되살리자 이란은 농축도를 60%까지 끌어올렸다. 무기급으로 분류되는 90%와는 거리가 있지만 민수용 기준에서는 크게 벗어난 수준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복원 시도가 있었으나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년 넘게 이어진 협상에서 양쪽 모두 상대의 파기 전력을 기억하고 있다는 점이 이번 합의의 걸림돌이다.

이번 전쟁은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으로 시작됐다. 5주 넘게 이어진 교전 끝에 4월 초 60일 휴전에 합의했으나 6월 말 사실상 무너졌다. 7월 들어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졌고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공습을 일시 중단했다가 나흘 만에 재개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기본 틀이 마련됐다고 했으나 어느 나라가 중재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란은 지난달 말까지 미국과 진행 중인 협상이 없다는 입장이었고 이번 발표에 대한 공식 반응도 내놓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