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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 끝난 롯데월드에 3000명 몰렸다…SKT가 장기고객에 선물한 '6시간'

류청빛 기자 2026-09-14 09:58:51
SKT, 10년 이상 장기고객·동반인 대상 '어드벤처 데이'…11개 어트랙션 야간 운영 직접적인 통신비 할인 대신 대규모 체험 행사…응모 고객의 이용 지속·추천 의향도 측정
12일 SKT이 장기고객 대상 행사 'T 장기고객 프로그램 어드벤처 데이'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류청빛 기자]

[경제일보] 평소라면 영업을 마칠 시간인 서울 잠실 롯데월드 어드벤처 곳곳에 SK텔레콤의 로고와 함께 놀이기구의 불이 밝혀져 있었다. 

12일 SK텔레콤이 자사의 서비스를 10년 이상 이용한 장기고객과 동반인을 대상으로 'T 장기고객 프로그램 어드벤처 데이'를 진행했다. 다음날 오전 5시까지 열린 이번 행사는 롯데월드 어드벤처 실내 전체를 대관해 진행됐다.

평소 수많은 방문객으로 붐비는 롯데월드를 이날 밤만큼은 SK텔레콤 장기고객들이 채웠다. 고객들은 후렌치레볼루션, 스페인해적선, 신밧드의 모험, 회전목마, 범퍼카 등 11개 어트랙션을 이용하고 곳곳에 마련된 체험 프로그램을 돌며 새벽까지 시간을 보냈다.

SK텔레콤이 굳이 영업이 끝난 놀이공원을 빌려 장기고객을 초대한 것은 '할인'보다 '경험'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서다. 강욱 SK텔레콤 세그먼트 팀장은 이날 행사장에서 "올해는 어떤 장소를 통으로 대관해서 평소에 느끼지 못하는 경험을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놀이공원은 밤에 문을 닫기 때문에 우리 고객만 들어가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를 냈다"고 말했다.
 
강욱 SKT 세그먼트 팀장이 이번 행사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류청빛 기자]

앞서 SK텔레콤은 장기고객을 위한 초청 행사에서 스포츠 경기나 사옥 내 회원 공간 등을 활용해왔다. 다만 규모가 작다 보니 고객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기 어려웠다는 것이 SK텔레콤의 판단으로 풀이된다. 올해부터는 장기고객만을 위한 장소와 콘텐츠를 직접 만들어 기억에 남는 경험을 제공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이번 행사의 규모도 이런 방향을 반영했다. SK텔레콤은 롯데월드 측과 협의해 야간에 운영할 수 있는 실내 어트랙션을 선정하고 최대 수용 가능 인원보다 적은 3000명을 초청했다. SK텔레콤에 따르면 롯데월드 측이 제시한 최대 규모는 더 많았지만 고객들이 보다 여유롭게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인원을 조정했다.

고객들은 놀이기구만 타고 돌아가는 대신 행사장 곳곳을 돌며 미션도 수행했다. 'T 빙고'에는 어트랙션 이용과 현장 이벤트 참여 등이 미션으로 들어갔다. 미션을 완성한 고객에게는 캡슐 비타민과 콜라겐 드링크 등이 제공됐다.

이날 특히 눈길을 끈 것은 '타임캡슐 상점'이었다. 10년 이상 SK텔레콤을 이용한 고객이라는 행사 성격에 맞춰 '10년 전의 나에게 편지를 보낸다'는 콘셉트를 담았다. 고객이 QR코드를 찍고 과거의 자신에게 메시지를 남기면 타임캡슐을 받는 방식이다. 일부 캡슐에는 인기 어트랙션을 대기 없이 이용할 수 있는 매직패스도 들어갔다.
 
행사에 방문한 고객들이 '타임캡슐 상점'을 이용하고 있다. [사진=류청빛 기자]

이번 행사에 참가한 고객들은 가입 기간을 보여주는 LED 머리띠도 받을 수 있었다. 참가자 가운데 10년 이상 20년 미만 머리띠가 약 75%로 가장 많았고, 20년 이상 30년 미만이 약 18%, 30년 이상이 약 7%였다.

새벽 1시가 되자 분위기는 다시 한번 바뀌었다. 롯데월드 가든스테이지에서는 장기고객들이 직접 무대에 오르는 ‘전국장기고객자랑’이 진행됐다. SKT가 지난 5월 공개한 같은 이름의 유튜브 콘텐츠를 오프라인 행사로 옮겨온 것으로, 장기고객들은 노래를 부르고, 가족과 친구들은 객석에서 응원을 보냈다. 우승자에게는 통신요금 1년 무료 혜택이 주어졌다. 2등에게는 오는 12월 예정된 ‘뮤지컬 데이’ 초청권 2매가 제공됐다.

SK텔레콤이 장기고객에게 경험을 주려는 이유는 단순히 행사의 재미 때문만은 아니다. 장기간 한 통신사를 이용하는 고객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이들의 이용 가치를 별도로 인정하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강 팀장은 장기고객 조사를 진행하면서 고객들이 가장 아쉬워했던 것은 쿠폰이나 할인 혜택보다 '알아봐 주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렇게 오래 쓰고 있는데 회사에서 한 달 전에 가입한 고객과 똑같이 대응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며 "SK텔레콤을 오래 썼다는 것이 자랑스럽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통신비 할인처럼 고객이 바로 체감할 수 있는 금전적 혜택 대신 경험형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데는 사업적인 이유도 있다. 통신요금 할인은 고객에게 직접적인 혜택이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매출에 영향을 미치는 비용이다. 

SK텔레콤은 장기고객에게 매번 요금을 깎아주는 대신 다른 곳에서는 쉽게 경험하기 어려운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고객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SK텔레콤은 장기고객 프로그램에 참여한 고객뿐 아니라 행사에 응모했다가 초청받지 못한 고객의 반응도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고객을 위한 혜택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통신사에 대한 이용 지속 의향과 추천 의향 등이 높아지는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는 것이다.

경험형 장기고객 프로그램은 이번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SK텔레콤은 올해 봄 ‘숲캉스 데이’, 여름 ‘테이블 데이’와 ‘콘서트 데이’, 가을 ‘어드벤처 데이’를 진행했다. 겨울에는 뮤지컬 ‘시카고’ 일부 회차를 장기고객을 위해 단독 대관하는 ‘뮤지컬 데이’를 준비하고 있다.

통신사에서 10년을 넘게 서비스를 이용했다는 사실은 숫자로는 가입 기간에 불과하다. 다만 이날 밤 롯데월드에서는 그 숫자가 머리띠가 되고, 놀이공원 입장권이 되고, 무대에 올라 노래할 기회가 된 것이다.

강욱 팀장은 "이번 행사는 압도적으로 많은 전체 응모 수를 기록했다"며 "(이번 행사에서) 부족한 부분은 앞으로 더 신경을 써서 많이 알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행사장을 방문한 고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류청빛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