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식품·패션업계 장수 브랜드들이 수십 년간 축적한 고유 가치와 철학을 현재의 브랜드 경쟁력으로 다시 꺼내 들고 있다. 대상 청정원은 론칭 30주년을 맞아 '정성'과 함께하는 식탁을 브랜드 메시지로 풀어냈고 삼성물산 패션부문 빈폴은 유행을 타지 않는 클래식과 '에센셜리즘'을 이번 가을·겨울(FW) 시즌의 핵심으로 삼았다. 오뚜기도 함태호 명예회장 서거 10주기를 계기로 품질제일주의와 식품보국, 나눔의 정신을 되짚었다.
정성·클래식·창업 철학처럼 브랜드마다 꺼내 든 자산은 다르지만 이를 현재의 제품, 캠페인, 경영 방식에 녹여내고 있다는 점은 같다. 오래된 역사 자체보다 현재도 통하는 핵심 가치를 앞세워 브랜드 지속성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대상 청정원은 론칭 30주년을 맞아 진행한 브랜드 캠페인의 마지막 본편 영상 '우리가 원하던 가득찬 오늘'을 공개했다.
1996년 출범한 청정원은 올해 배우 임윤아를 모델로 발탁하고 소비자 일상과 연결한 세 편의 캠페인을 순차적으로 선보였다. 지난 4월 '우리가 원하던 건강한 오늘'에서는 알룰로스와 저당 홍초, 콩담백면 등을 활용한 건강한 식탁을, 7월 '우리가 원하던 느긋한 오늘'에서는 초간편 국물요리와 오트밀 등 편의형 제품을 통해 여유로운 일상을 보여줬다.
마지막 영상은 직접 만든 음식을 소중한 사람들과 나누는 장면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청정원 '본된장'과 '국물내기 한알 멸치디포리'로 된장찌개를 만들고 물만 넣어 조리할 수 있는 '호밍스 초간편 볶음요리'를 활용해 오징어볶음을 준비하는 등 다양한 제품으로 한 상을 차리는 과정을 담았다.
세 캠페인은 건강·편의·함께하는 식탁처럼 서로 다른 생활 장면을 보여주지만 청정원이 30년 동안 식생활에서 쌓아온 역할을 현재 소비자의 일상에 맞춰 다시 설명한다는 점에서 연결된다. 특히 마지막 편은 정성스럽게 음식을 준비하고 함께 나누는 행위를 '오래도록 함께하고 싶은 마음'으로 풀어내며 브랜드가 강조해온 '정성'의 의미를 전면에 배치했다.
제품에서도 기존 자산과 현재의 식생활을 함께 반영하고 있다. 장류 전문 브랜드 '청정원 순창'은 전통 제조 방식을 현대적으로 계승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발효 노하우와 식품 과학 기술을 적용한 '본된장'을 선보였다. 간편식에서는 물만 넣고 끓이면 완성되는 호밍스 '초간편 국물요리'가 출시 1년 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 봉을 돌파한 데 이어 볶음요리까지 제품군을 넓혔다.
대상 관계자는 "청정원 30주년 캠페인의 세 번째 영상에는 맛과 풍미로 삶을 정성스럽게 채워주는 청정원 제품과 브랜드의 진정성을 담았다"며 "앞으로도 소비자의 일상에 '알게 모르게 맛있게' 함께하는 라이프푸드 전문 브랜드의 가치를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6년 빈폴 가을·겨울(FW) 시즌 캠페인 화보 [사진=삼성물산 패션]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빈폴도 이번 FW 시즌 브랜드가 오랫동안 유지해온 철학을 다시금 꺼냈다. 새 캠페인 이름부터 '인투 유어 에센셜(INTO YOUR ESSENTIALS)'로 정하고 '나를 완성하는 본질'을 핵심 메시지로 내세웠다.
빈폴은 이번 캠페인을 통해 '에센셜리즘(ESSENTIALISM)'이라는 브랜드 철학을 다시 강조했다. 유행을 좇기보다 불필요한 요소를 덜어내고 시간이 지나도 가치가 유지되는 클래식을 서울의 감성과 현재의 생활 방식에 맞게 재해석하는 방향이다.
캠페인 영상에는 배우 김선호와 전소영이 등장해 각각 연기라는 자신의 본질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연극 무대를 준비하고 공연을 마친 뒤 성장한 자신을 마주하는 서사를 통해 '나의 에센셜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빈폴의 브랜드 철학을 연결했다.
상품 구성에서도 같은 방향이 드러난다. 이번 시즌에는 △해링턴 재킷 △울 재킷 △트렌치코트 △옥스퍼드 셔츠 △아가일·페어아일 니트 △데님과 치노 팬츠 등 유행 변화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 클래식 아이템을 중심으로 '서울 클래식'을 제안한다.
기존에 꾸준히 사랑받아온 아이템을 현재 감각에 맞게 다시 다듬은 '에센셜' 상품군도 강화했다. '베러 데이즈 카디건'과 '베러 핏 쿼터집', '소프트터치 셔츠' 등 기본적인 활용도가 높은 품목에 핏과 소재, 세부 디자인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빠른 트렌드 변화가 특징인 패션 시장에서 빈폴은 새로운 유행을 끊임없이 추가하기보다 반복해서 입을 수 있는 기본 아이템과 브랜드가 오랫동안 지켜온 클래식의 가치를 차별화 요소로 삼은 셈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유행을 넘어 오랜 시간 이어온 브랜드의 본질을 고객들에게 진정성 있게 전달하고자 이번 캠페인을 기획했다"며 "앞으로도 사람들의 일상과 일생에 함께할 수 있는 빈폴만의 클래식 웨어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1일 경기 안양시 함태호홀에서 열린 故 함태호 오뚜기 명예회장 서거 10주기 추모식 [사진=오뚜기]
오뚜기는 창업자 경영철학을 현재의 기업정신과 연결하며 브랜드 뿌리를 재조명하고 있다. 함태호 명예회장 서거 10주기를 맞아 지난 11일 경기도 안양시 함태호홀에서 추모식을 열고 창업자가 평생 강조했던 품질제일주의와 식품보국, 나눔의 정신을 되새겼다.
함 명예회장은 1969년 오뚜기의 전신인 풍림상사를 설립하고 같은 해 '오뚜기 카레'를 선보였다. 이후 스프와 케챂, 마요네스, 식초 등에 이어 '오뚜기 3분 카레'로 대표되는 즉석식품까지 제품군을 넓히며 국내 식문화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
제품을 만드는 기준에는 '우리 가족이 먹는 음식'이라는 원칙을 뒀다. 함 명예회장은 "우리는 우리 가족이 먹는 음식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품질을 경영 우선 가치로 삼았다. 식품 질을 높여 국가 발전에 기여한다는 '식품보국' 역시 창업 초기부터 이어온 철학이다.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생각은 나눔으로도 이어졌다. 1992년 한국심장재단을 통한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 후원을 시작했고, 이후 오뚜기함태호재단을 기반으로 장학사업과 학술 지원을 이어갔다. 심장병 어린이 후원은 올해 8월 기준 누적 6783명에 이른다.
오뚜기는 이러한 창업자의 철학을 과거 기록으로만 남겨두지 않고 현재의 기업정신과 연결하고 있다. '인류의 식생활 향상과 건강에 이바지한다'는 기업이념 아래 제품의 맛과 품질을 개선하고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가는 한편 올해 안양공장에는 창업자의 삶과 경영철학, 오뚜기와 국내 식문화의 역사를 담은 '함태호홀'도 개관했다.
함영준 오뚜기 회장은 "함태호 창업자의 창립 정신과 경영철학을 계승·발전시켜 누가 이끌더라도 오뚜기가 지속 가능한 회사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며 "지난 시간에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데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