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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싸움 각서' 쓰고 동대표 폭행 뒤 급성심장사…항소심도 '폭행치사 무죄', 왜

신동규 기자 2026-07-20 17:35:37

폭행과 사망 인과관계는 인정…"사망 예견 가능성 입증 부족"  

폭행죄는 유죄 판단 유지…징역 10개월·집행유예 2년

[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아파트 동대표 간 몸싸움으로 한 명이 숨진 사건에서 상대방을 폭행한 4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폭행치사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폭행이 사망의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인정하면서도, 피고인이 피해자의 사망까지 예견할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고법 형사1부(재판장 신현일)는 폭행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의 항소심에서 검사와 피고인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이에 따라 폭행죄만 유죄로 인정해 A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이 유지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이 여러 양형 요소를 충분히 고려해 형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기 평택시의 한 아파트 동대표였던 A씨는 2024년 2월28일 오후 7시40분께 관리사무소에서 불법 주·정차 스티커 부착 문제 등을 논의하다 다른 동대표인 50대 B씨와 다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두 사람은 관리사무소 밖에서 몸싸움을 벌였고 A씨는 B씨의 얼굴 등을 주먹과 발로 때렸다. B씨는 폭행을 당한 뒤 몇 걸음을 걷다가 쓰러졌으며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급성심장사로 숨졌다.

검찰은 A씨의 폭행으로 B씨가 사망했다고 보고 폭행치사죄를 적용했다. 폭행치사죄가 성립하려면 폭행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뿐 아니라, 행위자가 폭행으로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었다는 점도 인정돼야 한다.

1심과 항소심은 폭행이 B씨의 사망을 유발한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러나 당시 폭행의 정도와 피해자의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하면 A씨가 사망 결과까지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목격자 진술을 토대로 A씨가 B씨의 얼굴 부위를 발로 찬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A씨가 일행에게 몸을 붙잡힌 상태였던 만큼 온 힘을 다해 걷어차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봤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만으로도 폭행 정도가 피해자의 생명을 위협할 수준이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얼굴 부위가 치명적일 수는 있지만 피고인이 자신의 폭행으로 피해자가 사망할 것이라고 예견할 수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1심은 B씨가 먼저 싸움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각서 작성을 제안한 뒤 몸싸움이 시작된 점도 판단 근거로 들었다. B씨에게 특별한 기저질환이 확인되지 않았고 체격도 A씨보다 컸다는 사정 등을 고려하면 사망을 쉽게 예상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이번 판결은 A씨의 폭행 자체가 정당했다거나 사망과 무관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법원은 폭행 행위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사망이라는 결과에 대한 형사책임까지 부담시키기에는 예견 가능성에 관한 입증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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