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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54만 계정 털렸는데"…티빙 유출 피해 구제 도마 위

류청빛 기자 2026-09-04 17:52:55

5000원 포인트·제휴 이용권 제공…확정적 현금성 보상 제한적

최대 300만원 안심보험도 실제 피해 발생 때 보상

티빙 CI

[경제일보] 티빙에서 총 3954만개의 계정 정보가 유출된 대규모 개인정보 침해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회사가 내놓은 이용자 보상안을 두고 실효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티빙은 최대 300만원을 보상하는 해킹·피싱 안심보험과 5000원 상당의 티빙 포인트, 웨이브 광고형 요금제 또는 CGV 할인 쿠폰 등을 제공하기로 했지만, 실제로 모든 피해 이용자에게 확정적으로 돌아가는 혜택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로 이용자 불안과 2차 피해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기업의 보상 수준과 책임 범위를 둘러싼 논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민관합동조사단은 티빙 침해사고에 대한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활성·휴면·탈퇴 계정을 포함해 모두 3954만개의 계정 정보가 유출됐다고 지난 3일 밝혔다. 유출된 정보에는 성명과 휴대전화 번호, 이메일 주소, 생년월일, 연계정보(CI) 등 최대 20개 항목, 70종의 정보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티빙은 이날 공식 사과와 함께 고객 보상 대책을 내놨다. 피해 고객에게 1년간 해킹·피싱 등에 따른 사이버 금융사기와 인터넷 쇼핑몰 사기, 개인 간 직거래 사기 등에 대해 1인당 최대 300만원을 보상하는 안심보험을 제공한다. 특히 티빙 구독 고객에게는 별도 신청 없이 10월부터 12월까지 프리미엄급 시청 환경을 제공하고, 추가로 5000원 상당의 티빙 포인트와 웨이브 광고형 요금제 1개월 이용권 또는 CGV 할인 쿠폰 중 하나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보상안의 상당 부분이 현금성 보상이 아닌 5000원 상당의 포인트와 제휴 서비스 이용권을 제공한다는 것으로 구성돼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대 300만원의 안심보험 역시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 자체에 정액으로 지급되는 보상이 아니라 향후 특정 유형의 피해가 발생했을 때 보상받을 수 있는 보험 상품이다.

특히 티빙은 개인정보 유출 피해 정도와 관계없이 모든 피해 고객에게 동일한 보상안을 적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이용자에게는 보험의 보상 한도를 온전히 체감하기 어렵고, 당장 확정적으로 받을 수 있는 혜택 역시 제한적이다. 티빙은 전체 보상 규모도 공개하지 않았다. 티빙은 보상안에 얼마나 많은 이용자가 참여하고 어떤 옵션을 선택할지에 따라 전체 금액이 달라져 구체적인 규모를 확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고에서 더 주목되는 부분은 피해 범위가 티빙 자체 가입자에만 머물지 않았다는 점이다. 앞서 KT가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제공한 티빙 이용권을 등록해 실제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 약 41만6000명도 이번 유출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KT가 제공한 티빙 이용권을 선택한 약 58만6000명 가운데 실제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티빙에 개인정보가 저장되면서 피해 대상이 된 것이다.
 
티빙(TVING) 민관합동조사단은 유출 경로를 ①개발환경 침투, ②운영환경 접근 및 관리권한이 부여된 ‘운영환경 접속키’ 탈취, ③운영환경 침투, ④1차 유출 시도, ⑤2차 유출 시도 및 대규모 정보유출 등 5단계로 구분하였다.[그래픽=과학기술정보통신부]

네이버와 카카오 등 간편로그인을 통해 티빙에 가입한 이용자 역시 피해 대상에 포함됐다. 간편로그인을 이용하더라도 본인 확인 과정에서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 등 개인정보가 티빙에 전달·저장될 수 있으며, 이번 사고로 티빙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관련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제휴사의 시스템이 직접 해킹된 것은 아니지만, 하나의 서비스에 연결된 여러 플랫폼 이용자의 정보가 한 곳에서 함께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가된다.

이 때문에 기업 간 제휴와 간편가입이 확대되는 플랫폼 환경에서 개인정보 보호 책임을 어디까지 물어야 하는지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용자는 네이버나 카카오, KT 등을 통해 서비스를 접하지만 실제 개인정보를 수집·보관하는 주체는 별도의 플랫폼일 수 있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용자 입장에서는 어느 기업에 책임을 요구해야 하는지 복잡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제휴 서비스가 새로운 피해 경로가 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KT 이용자들은 기존 해킹 사고에 대한 보상으로 티빙 이용권을 받았지만, 그 이용권을 사용하기 위해 티빙에 가입하고 본인인증을 거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다시 티빙 시스템에 저장됐다. 결국 한 기업의 사고를 보상하기 위해 다른 플랫폼을 이용하게 된 이용자가 해당 플랫폼에서 다시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입는 연쇄 구조가 발생한 것이다.

티빙은 재발 방지를 위해 오는 2030년까지 정보보호 투자를 직전 5년의 4배 수준으로 확대하고 제로 트러스트 기반의 접근통제, AI 기반 이상징후 탐지와 실시간 대응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CEO 직속 정보보호혁신 자문위원회를 신설하고 CEO·CISO·CPO 중심의 보안 거버넌스도 강화할 방침이다.

다만 사후 보안 투자 확대가 이번에 발생한 피해에 대한 이용자의 불안을 해소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3954만개라는 대규모 계정 정보가 유출된 만큼 향후 명의도용이나 피싱, 스미싱 등 2차 피해가 발생할 경우 피해자를 어떻게 구제할지, 보험으로 보장되지 않는 피해를 어떤 방식으로 보상할지가 남은 과제로 전망된다.

최주희 티빙 대표는 "충분하지는 않겠지만 피해를 입은 고객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며 "이번 사건과 배상과 관련해서도 법에 따라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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