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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반도체·이차전지·바이오 규제 푼다…정부, 4.2조 투자 물꼬

이창원 기자 2026-08-13 08:53:40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증설 절차 개선…2조5000억원 조기 투자 기대

구미·포항 이차전지 리사이클링 입주 허용·오창 바이오공장 증설 지원

로봇·첨단산업 안전규제·산단 입지규제도 완화…2차 지원대책 예고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기획부 장관이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본부 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TF)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정부가 반도체와 이차전지, 바이오 등 첨단산업 현장에서 기업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를 대폭 손질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공장 증설 절차를 간소화하고 구미·포항 국가산업단지에는 이차전지 리사이클링 기업의 입주를 허용하는 등 약 4조2000억원 규모의 투자 유발을 추진한다.

정부는 13일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본부 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현장중심 기업투자·혁신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정부가 추진 중인 ‘3대 메가프로젝트’를 뒷받침하기 위한 첫 번째 현장 규제 개선책이다. 기업이 실제 투자를 준비하고 있지만 규제나 인허가 문제로 사업이 지연되는 ‘현장대기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규제를 풀어 투자를 조기에 현실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가장 큰 투자 효과가 예상되는 분야는 반도체다. 정부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의 공장 증설 과정에서 건축허가 절차를 개선하기로 했다.

현재는 신규 건축물을 증설할 때마다 기존 건축허가를 변경해야 한다. 대규모 반도체 산업단지처럼 공장과 부대시설이 순차적으로 건설되는 경우 기존 허가를 반복해서 수정해야 해 증설 일정이 늦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정부는 일정 규모 이상의 산업단지에 대해서는 증설 건축물이 기존 건축허가와 별도로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다. 정부는 별도 건축허가가 가능해지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서 약 2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가 조기에 집행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도체 실증 지원법인인 ‘트리니티팹’에 기업이 출연하는 재산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비과세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를 통해 약 8000억원 규모의 추가 반도체 투자를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이차전지 분야에서는 산업단지 입주 규제가 완화된다. 구미와 포항 국가산업단지의 입주 대상 업종에 이차전지 자원재생, 즉 리사이클링 업종을 추가한다. 앞서 두 산업단지에는 이차전지 관련 제조업은 입주할 수 있었지만 폐배터리 등을 처리하는 리사이클링 기업은 폐기물 관련 업종으로 분류돼 입주가 제한됐다.

정부는 사용 후 배터리에서 리튬과 니켈, 코발트 등 핵심 원료를 회수하는 리사이클링을 이차전지 핵심 제조공정의 하나로 보고 입주 제한을 풀기로 했다. 이를 통해 약 100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가 가능할 것으로 정부는 예상했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충북 오창과학산업단지의 제조시설 증설을 지원한다. 기존 제조시설과 연계된 공장을 추가로 건설할 수 있도록 청주시가 소유한 녹지를 산업용지로 변경한다. 정부는 이 조치가 약 530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뒷받침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북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의 토지 이용도 기업 수요에 맞춰 조정한다. 분양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음료제조업 부지를 식음료제조업 부지로 변경해 입주 가능한 기업의 범위를 확대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약 350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유도할 계획이다.

이번에 공개된 주요 현장 프로젝트의 투자 규모를 합치면 정부가 기대하는 투자 유발 효과는 약 4조2000억원에 달한다.

개별 투자 프로젝트뿐 아니라 첨단·신산업 전반의 규제 개선도 병행된다. 우선 협동로봇 등 새로운 형태의 로봇이 산업현장에 빠르게 도입되는 상황에 맞춰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안전기준을 마련한다.

산업용 로봇의 정의도 확대한다. 기존의 고정형 제조 로봇뿐 아니라 제조·물류 현장에서 스스로 움직이면서 작업하는 이동형 로봇까지 제도권에 포함할 수 있도록 관련 기준을 정비한다.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 6개 첨단전략산업에는 ‘성능기반설계’ 도입을 추진한다. 기존의 획일적인 안전기준을 적용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컴퓨터 시뮬레이션 등을 활용해 시설별 위험도를 분석하고 이에 맞춰 안전대책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반도체 공장의 도시가스 증설 과정에서 필요한 안전검사 기간도 단축한다. 현재 7일가량 걸리는 검사 기간을 3일로 줄여 공장 증설과 가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기 시간을 줄일 방침이다.

산업단지 입지규제 역시 손질한다. 신산업 육성이나 RE100 달성 등을 위해 필요한 경우 모든 업종이 입주할 수 있는 ‘제한업종 계획구역’의 지정 한도를 기존 산업단지 면적의 30%에서 50%까지 확대한다.

기업 수요에 따라 입주 업종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업종 특례지구의 지정 요건도 완화한다. 기업형 첨단도시 등 국가 정책적으로 중요성이 높은 국가산업단지에는 국토교통부 장관이 ‘도시혁신구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도시혁신구역은 기존 용도지역의 제한을 크게 받지 않고 고밀·복합 개발을 추진할 수 있는 제도다. 정부는 이를 활용해 산업·연구·주거·상업 기능을 한 공간에 집적하는 첨단산업 거점 개발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비수도권 투자 활성화를 위해 기회발전특구 지정 상한 면적을 확대하는 등 지역 입지규제도 유연하게 적용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시작으로 현장에서 대기 중인 투자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규제 개선을 이어갈 계획이다.

주환욱 재정경제부 정책조정관은 “초혁신경제 선도프로젝트, 녹색산업 등을 중심으로 한 2차 대책도 조속히 마련해 발표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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