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미국의 금리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16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연 3.75~4.00%로 조정했다. 2023년 7월 이후 3년 2개월 만의 인상이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이번 조치가 물가를 2% 목표로 되돌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금융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17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3.6원 오른 1382.2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장중 연 4.090%까지 올라 연고점을 기록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어느 정도 예상됐던 만큼 충격은 제한적이었지만 환율과 채권시장이 동시에 압력을 받고 있다는 점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정부도 경계에 들어갔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금융당국 수장들은 17일 확대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미국 금리 인상의 국내 영향을 점검했다. 현재까지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국채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며 시장의 쏠림이 과도해질 경우 필요한 안정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필요한 대응이다. 하지만 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유동성을 공급하거나 채권시장을 안정시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지금의 장기금리에는 미국의 통화정책뿐 아니라 국내 물가와 경기 전망, 국채 수급과 정부의 재정운용에 대한 시장의 판단이 복합적으로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올렸다. 예상보다 높은 성장세와 물가 압력, 금융안정 위험 등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미국까지 3년여 만에 금리 인상으로 돌아서면서 한은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미국이 금리를 올렸으니 한국도 따라 올려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통화정책은 국내 경제 여건에 맞춰 결정해야 한다. 문제는 기준금리만 바라봐서는 지금의 금리 문제를 제대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국채금리는 기준금리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물가 전망과 국채 공급, 글로벌 금리, 장기간 돈을 빌려주는 데 따른 기간 프리미엄 등이 함께 작용한다. 정부가 앞으로 얼마나 많은 국채를 발행할 것인지에 대한 시장의 예상도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재정과 통화정책의 조합이 중요하다. 정부가 확장적 재정운용을 이어가는 동안 한국은행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긴축 강도를 높인다면 두 정책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에 미국 금리 상승까지 겹치면 국채금리 상승이 회사채와 대출금리 등 민간의 자금조달 비용을 밀어올릴 가능성이 있다.
기업과 가계가 결국 그 비용을 부담한다. 시장금리가 높은 상태가 장기화하면 설비투자가 많은 기업의 금융비용이 커진다.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과 한계기업은 자금조달 여건이 더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 가계 역시 기준금리와 별개로 시장금리가 상승하면 대출 부담을 피하기 어렵다.
따라서 통화·재정·국채정책을 따로 관리해서는 안 된다. 한국은행은 물가뿐 아니라 국채시장을 통해 금융여건이 어떻게 변하는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 정부도 재정을 확대할 때 필요한 지출 규모만 계산할 것이 아니라 국채 발행이 시장금리와 민간 자금조달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해야 한다.
시장안정조치도 원인을 구분해서 써야 한다. 일시적인 수급 불균형이나 과도한 시장 쏠림 때문에 금리가 급등한다면 정부와 한국은행의 대응이 필요하다. 하지만 재정 확대와 국채 공급 증가에 대한 우려가 금리에 반영된 것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때 필요한 것은 단기적인 시장 개입보다 재정운용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일이다.
정부와 한국은행, 금융당국이 한자리에 모인 것도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문제는 회의를 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정책이 실제로 조화를 이루느냐다. 각 기관의 정책 목표는 다르지만 그 결과는 결국 하나의 금융시장에서 만난다. 금융시장의 가격은 정책기관의 업무영역을 구분하지 않는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이 현실을 다시 보여줬다. 환율과 국채금리가 움직이면 충격은 금융시장을 넘어 기업과 가계로 전달된다. 국채금리는 정부가 돈을 빌리는 가격인 동시에 시장이 경제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평가하는 가격이다. 물론 기준금리 전망과 물가, 국채 수급, 글로벌 금리 등 여러 요인이 함께 반영된다. 그렇기 때문에 금리 상승을 단순한 시장의 ‘쏠림’으로만 설명해서도 안 된다.
재정은 재정대로, 통화는 통화대로, 국채는 국채대로 관리하던 방식으로는 복합적인 금리 상승기에 대응하기 어렵다. 정부가 얼마를 지출하고 국채를 얼마나 발행할 것인지, 한국은행이 어떤 통화정책을 펼칠 것인지를 하나의 그림으로 봐야 한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한국 경제에 던지는 시사점은 분명하다. 재정과 통화가 각자의 역할을 하되 큰 틀에서는 정책의 보조를 맞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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