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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데스크칼럼] 5년간 기소 8건…공수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한석진 기자 2026-09-18 09:26:38
공수처 현판 [사진=공수처]


[경제일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출범한 지 5년을 넘겼다. 지난 5년간 공수처에 접수된 사건은 1만4154건이다. 공수처가 직접 재판에 넘긴 사건은 8건, 검찰에 공소제기를 요구한 사건도 8건이다. 둘을 합쳐 16건이다. 연평균 3건에도 미치지 못한다.
 

숫자를 하나 더 보자. 공수처가 직접 기소한 사건 가운데 대법원 판결까지 끝난 사건은 3건이다. 김형준 전 부장검사 사건과 손준성 전 검사장 사건은 무죄가 확정됐다. 윤모 전 검사의 고소장 위조 사건에서 징역 6개월의 선고유예가 확정됐다. 현재까지 직접 기소 사건 가운데 확정 유죄는 이 한 건이다.
 

공수처의 성과를 이 숫자 하나로 모두 평가할 수는 없다. 공수처는 모든 사건을 직접 기소할 권한이 없다. 판사와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 등에 대해서만 직접 기소할 수 있고 나머지 고위공직자 사건은 검찰에 공소제기를 요구해야 한다. 공수처가 지금까지 공소제기를 요구한 사건도 8건이다.

 

그 결과도 함께 봐야 한다. 조희연 전 서울교육감 사건은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 사건은 무죄가 확정됐고 김석준 전 부산교육감 사건은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돼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박지원 의원 사건에 이어 전 국민권익위원회 기획조정실장 사건도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됐다. 직접 기소 8건만 놓고 공수처가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다. 동시에 공소제기 요구까지 포함한 전체 실적을 놓고 성과가 충분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더 눈여겨볼 것은 사건 숫자보다 수사의 완성도다. 공수처의 첫 자체 인지 사건인 경무관 뇌물 사건은 1심에서 징역 10년이 선고됐지만 항소심에서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으로 낮아졌다. 항소심은 핵심 뇌물 혐의의 대가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봤다. 공수처가 위법한 방식으로 수집한 증거도 문제 됐다. 거악을 상대하라고 만든 수사기관이라면 몇 건을 기소했느냐 못지않게 법정에서 얼마나 치밀하게 혐의를 입증했는지를 따져야 한다.
 

국민이 이 조직을 공짜로 유지하는 것도 아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공수처의 2024년 결산액은 182억원이다. 지난해 예산은 253억원이었고 올해 예산은 297억원이다. 올해만 전년보다 44억원, 17.4% 늘었다. 수사와 공판 등에 들어가는 공수처 활동 예산은 121억원에서 161억원으로 33% 증가했다.
 

공수처가 제시하는 사정도 있다. 법정 정원은 검사 25명, 수사관 40명, 행정인력 20명이다. 올해 8월 말 수사관은 37명이었고 그중 절반이 넘는 19명이 50대였다. 오동운 처장은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려면 인력을 최소 두 배 수준으로 늘리고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을 일치시키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작은 조직에 고위공직자 범죄 수사를 맡겨놓고 실적만 따진다는 반론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 설명은 출범 초기라면 충분히 들을 만했다. 지금은 5년이 지났다. 인력이 부족했다면 그 인력으로 어떤 사건에 역량을 집중했고 어떤 성과를 냈는지 보여줘야 한다. 기소권이 좁아 수사가 막혔다면 실제 어느 사건에서 어떤 문제가 생겼는지 설명하면 된다. 제도가 잘못 설계됐다면 지난 5년의 경험과 사건 처리 결과가 그 근거가 돼야 한다.

 

공수처는 기존 사정기관이 제대로 손대기 어려운 고위공직자의 권력형 비리를 수사하겠다며 만들어졌다. 검찰도 경찰도 아닌 별도의 수사기관을 둔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그렇다면 평가 기준도 분명하다. 다른 수사기관이 하지 못했던 수사를 했는지, 권력형 비리를 밝혀냈는지, 재판에서 혐의를 입증했는지를 보면 된다. 조직의 존재 이유는 법률에 적힌 설립 목적보다 실제 사건에서 드러난다.
 

1만4154건을 접수했다. 직접 기소는 8건이다. 공소제기 요구도 8건이다. 직접 기소 사건 가운데 확정 유죄는 1건이다. 올해 예산은 297억원이다. 숫자가 공수처의 모든 것을 설명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출범 5년이 지난 수사기관을 평가할 때 숫자를 빼고 말할 수도 없다.
 

공수처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정치적 구호로 흐르면 답은 나오지 않는다. 존치든 개편이든 먼저 지난 5년의 성적표부터 제대로 펼쳐놓아야 한다. 공수처가 더 큰 권한과 더 많은 인력을 요구한다면 더욱 그렇다. 왜 공수처가 필요한지 이제는 설립 당시의 명분이 아니라 수사와 재판의 결과로 설명해야 한다. 5년이면 그 답을 요구하기에 짧은 시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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