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실험실에서 만든 인간 뇌 오가노이드를 생쥐 뇌에 이식해 신경망을 형성시키는 연구가 나왔다. 인간 뇌 조직을 직접 연구하기 어려웠던 한계를 보완해 신경 발달 질환의 병태를 살피고 치료제 후보물질을 시험할 수 있는 새로운 동물 모델이 될지 주목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인간 줄기세포에서 만든 피질 오가노이드를 대뇌피질이 대부분 형성되지 않도록 유전적으로 조작한 생쥐의 뇌에 이식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지난 16일 발표했다. 연구진은 이 모델을 ‘이종 피질화(xenocortication)’라고 명명했다.
연구진은 생쥐의 신피질과 해마를 형성하는 신경세포를 유전적으로 제거한 뒤 생후 이틀 된 생쥐의 뇌에 인간 피질 오가노이드를 이식했다. 기존 동물 이식 모델에서는 인간 신경세포가 동물의 기존 뇌 조직과 공간을 두고 경쟁해야 했지만 이번에는 인간 조직이 자리 잡을 공간을 크게 확보했다.
그 결과 이식된 인간 조직은 생쥐 뇌의 피질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이식 후 3개월이 지나자 생쥐 뇌의 피질 조직 가운데 90% 이상이 인간 유래 조직으로 구성됐으며 인간 신경세포는 생쥐의 신경계와 연결됐으며 뇌 내부와 척수 방향으로 신경 돌기를 뻗었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인간 뇌세포가 단순히 생쥐 뇌에서 살아남는 수준을 넘어 실제 신경회로를 형성하고 행동 변화까지 관찰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었다는 데 있다.
연구진은 실제 질환을 모사할 수 있는지도 확인했다. 생쥐를 저산소 환경에 노출한 결과 인간 피질 조직을 이식한 생쥐에서 운동 협응력 저하가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를 출생 전후 저산소 손상과 연관된 뇌성마비 등 신경 발달 질환을 연구하는 데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인간 뇌 오가노이드는 배양접시 안에서 인간 뇌의 초기 발달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혈관이나 감각 입력 등 실제 뇌 환경을 충분히 재현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동물의 뇌에 이식하면 이런 한계를 일부 보완할 수 있지만 기존 동물의 뇌 조직이 차지하는 공간 때문에 인간 조직의 성장과 회로 형성에도 제약이 있었다.
이번 연구는 생쥐의 대뇌피질을 대부분 제거해 인간 오가노이드가 성장할 공간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기존 모델과 차별화된다. 연구진은 이 플랫폼을 활용하면 인간 신경세포 수준의 변화뿐 아니라 신경회로와 행동까지 함께 관찰할 수 있어 신경 발달 과정과 질환을 보다 입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약개발 측면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있다. 신경 발달 질환은 인간 뇌의 복잡한 회로와 발달 과정 때문에 동물실험 결과를 인간에게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분야로 꼽힌다. 인간 신경세포가 실제 생체 환경에서 형성하는 회로와 질환 관련 변화를 관찰할 수 있다면 후보물질의 작용과 효과를 평가하는 전임상 모델로 활용할 여지가 생긴다.
다만 이번 연구가 곧바로 신약개발 성공률을 높인다는 의미는 아니다. 연구진도 현재 단계에서는 이종 피질화 모델이 신경 발달 연구와 질병 모델링, 치료제 개발을 위한 새로운 실험 플랫폼이 될 가능성을 제시한 수준이다. 향후 다양한 질환 모델에서 재현성을 확인하고 후보물질의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인간 조직과 동물의 결합에 따른 윤리적 문제도 넘어야 할 과제다. 이번 연구는 독립적인 생명윤리 검토 등을 거쳤으며 인간 세포가 동물의 고차원적 인지 기능을 장악하지 않도록 이식 시점과 실험 조건을 고려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인간 뇌를 실험실 밖에서 연구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향후 인간 신경세포를 활용한 질병 모델이 실제 신약 후보물질의 발굴과 전임상 평가 단계에서 얼마나 활용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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