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1956년 출범한 국내 제과회사가 70년 뒤 중국·베트남·러시아·인도에 생산거점을 둔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성장했다. 출발점은 창업주 이양구 회장이 풍국제과를 인수하며 탄생한 동양제과였다.
오리온의 70년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복제와 확장'이다. 하나의 히트상품에서 검증한 성공 방식을 다른 제품과 시장에 잇달아 적용하면서 성장 기반을 넓혀왔다. 초코파이를 앞세워 해외 시장을 개척한 뒤 감자스낵과 비스킷, 젤리, 쌀과자 등으로 제품군을 넓혔고 수출에서 현지 생산, 다시 현지 맞춤형 제품 개발로 사업 방식을 바꿨다.
여전히 초코파이는 오리온을 상징하는 대표제품이다. 다만 최근 성장세를 보면 다른 제품들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감자스낵이 핵심 품목으로 자리 잡았고 베트남과 러시아에서도 쌀과자·파이·젤리 등 다양한 제품군이 매출 확대에 힘을 보태고 있다.
초코파이로 연 시장, 감자스낵이 키웠다
가장 큰 전환점은 1974년 '초코파이情' 출시였다. 브랜드 경쟁력을 키운 오리온은 이후 오징어땅콩, 다이제, 포카칩 등 장수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며 제과 포트폴리오를 넓혔고 이렇게 축적한 경쟁력은 해외시장 진출의 기반으로 이어졌다.
초코파이의 2024년 글로벌 판매량은 40억개를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출시 이후 누적 판매량은 500억개, 누적 매출은 8조원을 돌파했다.
초코파이의 성공은 해외 사업 기반을 넓히는 계기가 됐고 오리온은 이를 바탕으로 현지 생산·영업망을 구축해 스낵·비스킷·젤리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했다.
제품군 확대 과정에서 감자스낵은 초코파이를 잇는 새로운 성장축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글로벌 감자스낵 매출은 8740억원을 기록했고 이 가운데 해외 비중이 73%에 달했다. 포카칩·오!감자·스윙칩·예감 등 주요 브랜드 역시 각각 글로벌 연매출 1000억원을 넘기며 감자스낵 성장세를 뒷받침했다.
중국에서도 감자스낵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오!감자는 지난해 260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스윙칩은 올해 1분기 현지에서 초코파이 매출을 넘어서며 오리온 중국 법인의 2위 브랜드로 올라섰다. 주요 브랜드의 판매 확대에 힘입어 감자스낵은 지난해 중국 법인 전체 매출의 41%를 차지했다.
'한국 과자' 넘어 '현지 브랜드'로…해외 법인 진화
[사진=Chat GPT]
제품 다변화가 본격화되면서 해외사업 방식도 함께 진화했다. 초기에는 국내에서 생산한 제품을 수출하는 데 주력했지만 이후 주요 시장에 직접 생산기지를 구축하며 현지에서 제품을 제조하고 판매하는 구조로 전환했다.
오리온은 1995년 중국 법인을 설립한 뒤 현지 생산시설을 확대했고 러시아와 베트남에도 2000년대 초중반부터 공장을 구축했다. 2021년에는 인도 라자스탄 공장을 가동하며 중국·러시아·베트남·인도에 생산거점을 마련했다.
현지 생산체제를 갖춘 뒤에는 각 국가의 식문화와 소비 취향, 유통채널에 맞춰 제품 전략도 세분화했다. 중국에서는 현지 입맛을 반영한 감자스낵을 확대했고 베트남에서는 쌀과자를 새로운 성장품목으로 육성했다. 러시아에서도 과일잼을 넣은 초코파이를 비롯해 후레쉬파이, 참붕어빵, 초코송이, 젤리 등으로 제품군을 넓혔다.
국내에서 검증된 제품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보다 현지 소비자 취향과 시장 특성에 맞춰 제품을 재설계하고 현지 생산·영업 기반을 활용해 제품군을 확대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전략이 축적되면서 해외 법인의 역할도 단순 판매기지에서 각 시장에서 여러 브랜드를 육성하는 사업 거점으로 확대되고 있다.
현지화와 제품 다변화 전략은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오리온의 올해 상반기 연결 매출은 1조82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980억원으로 17.9% 늘었다.
특히 중국·베트남·러시아 등 주요 해외 법인의 성장세가 전체 실적 확대를 뒷받침했다. 중국 법인 매출은 7877억원으로 24.4% 증가했고 베트남은 2677억원으로 15.9% 늘었다. 러시아 법인도 다제품 체제 확대에 힘입어 매출이 32.1% 증가한 1955억원을 기록했다.
늘어난 수요에 8300억원 증설 계획…수익성 변수는 '운영 효율'
[자료=오리온]
제품과 시장이 확대되면서 오리온의 과제도 생산과 공급 측면으로 옮겨가고 있다. 신규 성장제품 발굴뿐 아니라 늘어난 수요에 대응할 생산능력과 안정적인 제품 공급체계를 확보하는 일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오리온은 늘어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외에서 총 8300억원 규모의 생산능력 확대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충북 진천 통합센터에 4600억원을 투자하고 러시아·베트남에도 각각 2400억원, 1300억원을 들여 생산시설을 확충할 계획이다.
특히 러시아에서는 초코파이 생산라인 가동률이 140%를 웃돌 만큼 수요가 생산능력을 넘어선 상태다. 오리온은 이에 대응해 신규 생산라인을 추가하고 현지 생산능력을 기존의 두 배 수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생산거점과 제품군이 확대될수록 원재료 가격과 환율, 물류비, 국가별 유통환경 등 관리해야 할 변수도 함께 늘어난다.
비용 부담은 국내 법인 실적에서도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1.7% 증가했지만 제조원가와 판매관리비 상승으로 영업이익은 5.4% 감소했다. 해외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외형 확대와 함께 원가 관리와 운영 효율 제고가 향후 수익성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오리온 관계자는 "차별화된 제품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맛있고 품질 좋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한다'는 경영방침을 한결같이 지켜온 것이 오리온의 경쟁력"이라며 "앞으로도 사업가 정신을 기반으로 새로운 시장과 영역에 지속적으로 도전하고 한국·중국·베트남·러시아·인도 등 전 법인의 균형 있는 성장을 통해 '성장-투자-성장'의 선순환 체계를 강화해 글로벌 시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