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시공사 선정을 앞둔 서울 정비사업 현장에 비상이 걸렸다. 현장설명회에 건설사 한 곳만 참석해 경쟁입찰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경우에도 본입찰 마감일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자치구 판단이 나오면서다. 그동안 단독 참석 시 유찰 처리하고 재입찰에 나섰던 것과 달라 시공사 선정 일정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1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북구 미아2재정비촉진구역(미아2구역) 재개발 조합은 강북구청의 제동으로 시공사 선정 재입찰 절차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2일 열린 현설에 현대건설만 참석하면서 유찰 처리 후 재공고에 나서려 했지만 강북구청이 입찰제안서 제출 마감일인 내달 26일까지 기다린 뒤 유찰 여부를 판단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쟁점은 현장설명회에 건설사 한 곳만 참석한 경우 본입찰 마감 이전에 유찰을 확정할 수 있는지다. 미아2구역은 현장설명회를 진행한 결과 한 개 건설사만 참석한 만큼 복수 경쟁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입찰공고상 현설에 참석해 조합으로부터 입찰안내서를 수령한 업체에만 입찰 자격을 부여하고 있어서다. 통상적으로 정비업계에서는 이 경우 자동 유찰로 보고 재입찰 활동을 진행해 왔다.
실제로 송파구 마천1구역 재개발 조합은 지난달 21일 현장설명회에 현대건설만 참석하자 다음 날인 22일 재입찰 공고를 올렸다. 당초 본입찰 마감일인 11월 6일까지 기다리지 않고 후속 절차에 착수한 것이다.
금천구 독산2구역 재개발도 비슷하다. 지난달 24일 첫 현장설명회에 GS건설만 참석하자 유찰 처리한 뒤 이달 1일 재입찰 공고를 냈다. 이어 12일 열린 두 번째 현장설명회에서도 GS건설만 참석하면서 조합은 본입찰 대신 우선협상대상자 지정과 수의계약 절차를 검토 중이다.
여의도 삼익아파트 재건축과 은하아파트 재건축 역시 각각 지난달 21일 첫 현장설명회를 진행했고 두 사업지 모두 GS건설만 참석하면서 경쟁입찰이 무산됐다. 이후 이달 2일 열린 두 번째 현장설명회도 GS건설의 단독 참여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강북구청의 판단은 달랐다. 구청은 서울시가 지난달 14일 전달한 시공사 선정 관련 공문과 시공자 선정기준을 근거로 본입찰 일정이 끝난 뒤 유찰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해당 공문에서 서울시는 현장설명회 이후 별도로 제출받은 입찰참여의향서만으로 유찰 여부를 판단하는 사례를 지적하며 입찰제안서 제출 마감일까지 실제 접수 결과를 확인한 뒤 후속 절차를 밟도록 자치구에 관리·감독을 요청했다.
강북구청 관계자는 “현장설명회에 한 업체만 참석했더라도 최종적인 유찰 여부는 입찰제안서 제출 마감일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며 “서울시 시공자 선정기준상 현장설명회는 입찰제안서 마감일 45일 전에 열도록 규정돼 있고 최근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요청한 만큼 미아2구역 역시 마감일까지 기존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반면 정비업계에서는 복수의 건설사가 현설에 참석한 뒤 입찰참여의향서 제출 단계에서 한 곳만 남은 경우와 미아2구역처럼 애초 현설에 한 곳만 참석한 경우는 구분해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후자의 경우 현설 단계부터 입찰 자격을 갖춘 업체가 한 곳뿐인 만큼 본입찰 마감일까지 기다리더라도 경쟁입찰이 성립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서울시가 추진해온 시공사 선정 절차 단축 기조와도 엇갈리는 측면이 있다. 서울시는 지난 6월 국토교통부에 정비사업 기간을 줄이기 위한 법령·제도 개선안을 건의하면서 경쟁입찰이 두 차례 유찰돼야 가능한 수의계약을 한 차례 유찰 이후에도 허용하도록 기준을 완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최근 공사비 상승 등으로 경쟁입찰 성립이 쉽지 않은 현장을 고려해 반복 입찰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겠다는 취지였다.
강북구청의 판단을 적용한다면 현장설명회에서 경쟁이 어렵다는 사실을 확인하더라도 입찰제안서 마감까지 절차를 유지해야 한다. 재입찰과 시공사 선정에 필요한 기간은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이려는 서울시의 제도 개선 방향과 개별 사업장에 적용되는 판단 사이에 차이가 발생하는 셈이다.
결국 이번 논란의 관건은 현장설명회에 한 곳만 참석한 경우와 복수 업체가 참석한 뒤 입찰참여의향서 단계에서 한 곳만 남은 경우를 같은 기준으로 볼 수 있느냐다. 자치구마다 유찰 판단 시점이 다르게 적용될 경우 재입찰 일정과 시공사 선정 절차에도 혼선이 생길 수 있는 만큼 두 상황을 구분한 명확한 기준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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