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삼성바이오로직스 노동조합이 오는 26일 시작할 예정이던 2차 총파업을 연기했다. 법원이 파업 금지 대상 공정을 확대하고 파업 참여 의사를 밝힌 조합원 비율도 40%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노조 집행부가 투쟁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동조합은 “파업은 보류하고 일정을 재조정하기로 했다”며 “기존의 전면 파업은 참여율을 끌어올리기 어려운 상황이라 전략에 변화를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쟁의 기금 확보에도 나섰다. 노조 관계자는 “오는 22일 노조원을 대상으로 쟁의 기금 확보를 위한 임시 총회 소집 공고를 했다”며 “회사에는 19일 저녁 교섭을 요구했는데 대화를 이어가면서도 준비할 수 있는 것들은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사측과 세 차례에 걸친 사후 조정에도 임금 인상과 인사 제도 개선 등에 대한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이달 26일부터 3주간 2차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예고했다. 그러나 법원의 결정으로 파업을 통한 압박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계획을 재검토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16일 노조의 쟁의행위 금지 대상 공정을 기존 3개에서 9개로 확대했다. 대상 공정은 플라스크 배양, 배양기 배양, 회수, 배지 제조·공급, 크로마토그래피, 바이러스 여과, 농축 및 버퍼 교환, 원액 충전, 버퍼 제조·공급 등이다.
재판부는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정이 중단되면 원료와 제품이 변질하거나 부패할 위험이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노조는 파업 기간에도 해당 공정에서 평상시와 같은 인력과 가동 시간, 생산 규모를 유지해야 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생산 구조도 파업 전략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꼽힌다. 회사의 반기 사업보고서를 보면 정규직 5326명 가운데 생산직에 해당하는 공정직은 2802명으로 전체의 약 52%다. 생산 공정이 파업의 핵심 대상이지만 법원 결정에 따라 주요 공정의 가동을 유지해야 하는 만큼 전면 파업의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조 측은 파업 자체가 불가능해진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전면 파업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며 “법원 판결에 맞는 형태로 쟁의행위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전날부터 점심시간을 이용해 사내 집회를 열고 있다. 이날 집회에는 약 200명이 참가했다. 다만 전날 기준으로 파업 참여 의사를 밝힌 조합원 비율은 40%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업 연기를 둘러싸고 노조 내부에서도 집행부의 전략과 의사결정 과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집행부 총사퇴 요구까지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는 올해 임금과 인사 제도 등을 둘러싸고 갈등을 이어왔다. 노조는 지난 3월 23일 사측과의 조정이 결렬된 뒤 4월 하순 부분 파업을 진행했고 5월 1일부터 5일까지는 ‘1차 총파업’으로 규정한 전면 파업을 단행했다. 이후에는 연장근무와 휴일근무를 거부하는 준법 투쟁을 이어왔다.
이번 2차 파업 연기로 노사 간 교섭이 다시 진행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노조는 회사에 교섭을 요구한 상태로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쟁의행위 준비를 병행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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