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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경제

[유통명가 DNA] 치약·세제서 피부과학까지… LG생활건강, 기승성 뷰티로 '새 챕터'

정보운 기자 2026-10-27 06:00:00

럭키크림·럭키치약에서 더후까지…연구개발로 생활용품·화장품 시장 개척

M&A로 화장품·생활용품·음료 3대 사업 구축…실적 부진에 핵심 브랜드 중심 재편

중국 넘어 북미로 성장축 이동…'과학 뷰티' 앞세워 글로벌 수익성 강화

LG생활건강 LG서울역 빌딩 [사진=LG생활건강]

[경제일보] 1947년 국산 화장품 '럭키크림'으로 수입 제품에 도전했던 LG생활건강이 79년이 지난 지금 두피 관리 샴푸 '닥터그루트'를 앞세워 미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치약과 세제로 한국인의 일상에 자리 잡은 뒤 궁중 화장품 '더후'로 중국 프리미엄 시장까지 진출한 LG생활건강은 이제 기능성 뷰티로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고 있다.

화장품에서 생활용품과 음료, 다시 피부과학과 두피관리로 이어진 79년의 역사는 소비자의 달라지는 생활 속 필요를 새로운 제품과 시장으로 연결해 온 과정이었다.

LG생활건강의 성장 동력은 일상의 변화를 새로운 시장으로 연결하는 '생활 혁신 DNA'에 있다. 달라지는 소비자 요구에 맞춰 세정·위생에서 피부관리, 두피·구강관리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온 것이 대표적이다.
 
치약·세제에서 궁중 화장품까지…기술로 넓힌 사업 영토
LG생활건강의 뿌리는 1947년 구인회 LG그룹 창업주가 세운 락희화학공업사다. 첫 제품인 럭키크림을 출시한 뒤 1948년 화장품연구실을 마련했고 1954년 럭키치약, 1966년 합성세제 '하이타이', 1972년 주방세제 '퐁퐁'을 선보였다. 외국산이 주류였던 생활용품을 자체 개발하며 국민 일상에 파고들었다.

회사는 페리오·샤프란·엘라스틴 등 장수 브랜드를 잇달아 선보이며 양치·세탁·모발관리 등 일상 전반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이후 소비자 요구에 맞춰 제품의 기능과 사용 편의성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며 브랜드 경쟁력을 높여왔다.

이 같은 생활용품 사업의 성장 기반은 프리미엄 화장품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발판이 됐다. LG생활건강은 1984년 드봉을 시작으로 1997년 오휘, 2003년 더후, 2007년 숨37° 등 화장품 브랜드를 육성하며 원료와 피부과학, 브랜드 가치를 결합한 고부가가치 시장을 개척했다.

대표 사례가 더후다. 궁중 문화와 한방 소재를 현대 피부과학과 접목한 프리미엄 전략이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서 통했다. 2018년 연간 순매출 2조원을 넘어섰고 2025년 3월 기준 누적 순매출은 20조1000억원에 달했다. 국산 생활용품 개발로 쌓은 기술 기반을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로 발전시킨 것이다.
 
인수합병으로 완성한 3대 사업…외형 확장에서 수익성 중심으로
2001년 LG화학에서 분할 출범한 LG생활건강은 연구개발에 인수합병(M&A)을 더해 외형을 키웠다. 2007년 한국코카콜라보틀링, 2010년 더페이스샵, 2011년 해태음료를 인수하면서 화장품·생활용품·음료의 3대 사업구조를 구축했다. 2014년 CNP코스메틱스 인수와 2020년 피지오겔 사업권 확보로 기능성 피부관리 분야도 강화했다.

음료사업은 연구개발 제품군을 넓히는 것과는 다른 확장이었다. 코카콜라 등 글로벌 브랜드의 국내 생산·유통 기반을 확보하면서 화장품과 생활용품에 치우쳤던 사업을 소비자 식음료 영역으로 연결했다.

화장품·생활용품·음료로 다각화한 사업 포트폴리오는 특정 시장의 부진을 보완하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중국 소비 둔화와 면세 판매 부진으로 주력인 화장품 사업이 흔들리면서 사업 다각화만으로는 실적 하락을 막기 어려웠다.

실제 연결 영업이익은 2021년 1조2896억원에서 2025년 1707억원으로 줄었고 같은 기간 매출도 8조915억원에서 6조3555억원으로 감소했다. 이에 LG생활건강은 브랜드 수를 늘리는 외형 확장보다 경쟁력 있는 핵심 제품에 역량을 집중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환하고 있다.
 
중국 넘어 북미로…'과학 뷰티'로 다시 쓰는 글로벌 전략
이선주 LG생활건강 사장은 2026년 '과학적 연구에 기반한 뷰티·건강 기업'을 새로운 성장 방향으로 제시했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네오뷰티사업부문을 신설하고 기존 생활용품 브랜드인 닥터그루트와 유시몰을 두피·구강관리 중심의 고부가가치 기능성 뷰티 브랜드로 육성하고 있다. 아울러 10대 핵심 브랜드에 투자와 마케팅 역량을 집중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2017년 출시한 닥터그루트는 미국 코스트코에 이어 올해 세포라 온·오프라인으로 판로를 넓혔다. 더후가 궁중 문화와 프리미엄 이미지로 중국 시장을 공략했다면 닥터그루트는 구체적인 두피 고민을 겨냥한 기능성으로 북미 소비자를 파고들고 있다.

전략 변화는 실적에서도 나타났다. 2026년 2분기 북미 매출은 20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3% 증가하며 중국 매출 1760억원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북미 사업 성장에 힘입어 뷰티사업도 영업이익 444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고 전체 연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6574억원, 1028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영업이익 증가에는 미국 관세 환급에 따른 일회성 이익이 반영된 데다 상반기 전체 매출도 전년 동기보다 감소한 만큼 북미 성장세가 전사적인 실적 회복으로 이어졌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 향후 북미 시장의 성장세를 안정적인 수익으로 전환하는 것이 LG생활건강의 지속 성장을 좌우할 전망이다.

[아주경제 2026년 10월 26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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