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민주주의에서 선거는 권력의 향방을 결정하지만 자본시장에서 선거는 불확실성의 가격을 결정한다. 정치인은 표를 얻기 위해 경쟁하고 투자자는 미래의 이익을 얻기 위해 경쟁한다. 정치의 세계에서는 누가 이겼는지가 중요하지만 금융시장의 세계에서는 무엇이 달라질 것인지, 그리고 그 변화가 얼마나 예측 가능한지가 중요하다.
미국의 중간선거는 이러한 정치와 경제의 미묘한 관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대통령 임기 4년의 중간에 치러지는 선거에서는 연방 하원의원 435명 전원과 상원의원 약 3분의 1이 새롭게 선출된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중간평가이면서 향후 2년 동안의 입법 권력을 재편하는 정치적 분수령이다.
흥미로운 것은 선거의 정치적 승자와 주식시장의 승자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대통령의 집권당이 의석을 잃고 정치적으로 타격을 입더라도 주식시장은 오히려 상승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정치에서는 권력의 약화가 불안정으로 보이지만 시장에서는 권력의 견제가 안정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19차례 선거 이후 모두 상승한 S&P500
미국 금융시장의 역사는 이 역설을 숫자로 보여준다. JP모건자산운용이 2026년 10월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1950년부터 2022년까지 실시된 19차례의 미국 중간선거 이후 12개월 동안 S&P500 지수는 예외 없이 상승했다. 평균 상승률은 약 15%에 달했다.
블랙록의 분석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1970년 이후 중간선거가 끝난 다음 6개월 동안 S&P500의 평균 총수익률은 14.1%였다. 비교 대상인 비중간선거 연도의 같은 기간 평균 5.7%보다 8.4%포인트 높았다.
물론 두 통계의 측정 기간과 배당금 포함 여부는 다르다. 따라서 수치를 단순히 연결해 하나의 투자 공식으로 만드는 것은 위험하다. 그렇지만 중간선거 이후 미국 주식시장이 상당히 강한 상승 경향을 보여왔다는 사실만큼은 주목할 가치가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반복됐을까
첫째는 불확실성의 해소다. 선거를 앞둔 시장은 세금과 관세, 규제와 재정지출, 산업정책과 국제통상질서의 변화를 걱정한다. 기업은 투자를 미루고 투자자는 위험을 줄인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면 의회의 권력 구도가 드러나고 정책의 실현 가능성을 이전보다 구체적으로 계산할 수 있게 된다.
금융시장은 반드시 좋은 소식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나쁜 소식이라도 그 규모와 방향이 명확해지는 것을 선호한다. 불확실한 미래보다 계산할 수 있는 미래가 투자자에게는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견제와 균형의 효과다. 대통령의 소속 정당이 의회의 지배력을 상실하면 행정부가 세금과 규제, 재정정책을 일방적으로 변경하기 어려워진다. 시장은 급격한 정책 변화의 위험이 줄어들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적 교착이 언제나 경제에 이로운 것은 아니다. 예산안이 제때 처리되지 못하고 정부 셧다운이나 국가부채 한도 갈등이 발생한다면 견제와 균형은 오히려 새로운 불확실성의 원인이 된다. 좋은 정치는 권력의 무력화가 아니라 권력의 절제와 책임 있는 타협을 통해 완성된다.
셋째는 시장의 관심이 다시 기업으로 돌아온다는 점이다. 선거 기간에는 정치인의 발언과 여론조사 결과가 금융시장의 관심을 지배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투자자는 기업의 매출과 이익, 생산성과 기술혁신을 다시 들여다본다.
주가는 장기적으로 기업이 창출하는 이익과 미래 현금흐름의 가치를 반영한다. 선거는 그 가치를 평가하는 환경을 바꾸지만 기업의 경쟁력 자체를 대신할 수는 없다.
이번 2026년 중간선거는 특히 중요한 시험대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와 감세, 산업보호와 규제정책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에 인공지능 투자 확대,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미국의 재정적자와 국채금리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JP모건자산운용은 이번 선거를 앞두고 미국 기업의 이익 성장과 AI 인프라 투자, 경제의 회복력을 증시에 우호적인 요인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전망은 어디까지나 일정한 경제 여건을 전제로 한다. 인플레이션이 다시 높아지거나 금리가 급등하고 기업의 이익 전망이 악화한다면 과거의 선거 후 상승 공식은 흔들릴 수 있다.
특히 AI 산업은 이번 시장의 핵심 변수다.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전력망과 통신 인프라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실제 생산성 향상과 기업 이익으로 이어진다면 증시는 정치적 갈등을 넘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반대로 과도한 투자와 고평가 논란이 현실화하면 선거 이후의 낙관론도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한국 역시 미국 중간선거를 먼 나라의 정치 행사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미국의 정책 변화는 반도체 수출과 자동차 관세, 배터리 공급망, 원·달러 환율과 외국인 투자자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미국 주가가 상승한다고 한국 주가도 자동으로 상승하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의 금리와 달러, 첨단산업 정책이 한국 기업의 이익 전망을 바꾸는 것은 분명하다.
미국의 중간선거가 던지는 교훈은 단순한 투자 기법을 넘어선다. 민주주의는 권력의 집중을 경계하고 시장경제는 예측할 수 없는 권력의 개입을 경계한다. 정치의 견제와 균형이 경제의 자유와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두 제도는 깊이 연결돼 있다.
그러나 시장의 상승을 정치적 교착의 공로로만 돌리는 것도, 역사적 통계를 미래 수익률의 보증서로 사용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19차례의 상승은 중요한 역사적 사실이지만 스무 번째 상승을 보장하는 자연법칙은 아니다.
존 템플턴은 투자에서 대중의 지나친 낙관과 비관을 경계했고, 워런 버핏은 장기적인 기업 가치와 경쟁력에 주목했다. 이들의 투자 철학은 선거 이후의 월스트리트를 바라보는 데에도 유효하다. 정치의 소음에 휩쓸리기보다 기업의 본질을 살피고, 과거의 성공에 도취하기보다 미래의 위험을 계산해야 한다.
선거는 권력을 바꾸지만 경제의 기본 원칙까지 바꾸지는 못한다. 정치의 역할은 시장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질서를 마련하는 데 있다.
미국 중간선거 이후 주식시장이 상승해온 역사에서 우리가 읽어야 할 것은 주가 상승의 마법이 아니다. 권력이 절제되고 불확실성이 줄어들며 기업의 창의성과 생산성이 존중될 때 자본시장은 미래를 향해 움직인다는 사실이다.
정치의 승패는 선거 당일 결정되지만 경제의 승패는 그 이후의 선택과 실적으로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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