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미국 의회 권력을 되찾은 민주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세 번째 탄핵심판대에 세울지 주목된다. 민주당은 하원 다수당으로서 탄핵소추를 추진할 힘을 확보했지만, 상원에서 실제 파면을 이끌어내려면 공화당의 상당한 동참이 필요하다. 지도부는 당장 탄핵보다 생활비 부담 완화와 행정부 조사에 우선순위를 두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 다음날인 4일(현지시간) 백악관 연회장 공사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탄핵 가능성을 우려하느냐는 질문에 “조금도 안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탄핵을 추진하면 오히려 민주당을 파멸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탄핵 시도를 지지층 결집의 계기로 삼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민주당 지도부는 거리를 뒀다. 차기 하원의장으로 유력한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민주당 하원의원 누구도 자신에게 탄핵을 언급하지 않았다며 생활비 부담 완화와 책임성 확보에 집중해 왔다고 밝혔다.
제프리스가 같은 날 공개한 하원의장 출마 서한에서도 우선 과제는 민생과 행정부 견제였다. 그는 새 의회 출범 후 첫 100일 동안 저소득층 의료지원인 메디케이드 삭감 철회, 건강보험 세액공제 연장, 트럼프 관세와 이란전쟁 중단 등에 나서겠다고 제시했다. 부패 의혹에 대한 책임 추궁도 예고했지만 탄핵 추진을 명시하지는 않았다.
탄핵을 아예 배제한 것은 아니다. 제프리스는 지난 9월 ABC방송 인터뷰에서 탄핵과 관련해 어떤 가능성도 확정하거나 배제하지 않았다며 사실과 법률, 헌법에 따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조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후속 조치를 결정할 여지를 남긴 것이다.
당내 강경론도 존재한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과 로 칸나 하원의원 등은 이란전쟁의 의회 승인 문제와 대통령의 권한 남용 의혹 등을 들어 탄핵을 지지해 왔다. 반면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과 태미 덕워스 상원의원 등은 상원 의석 부족과 정치적 소모를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가장 높은 문턱은 상원이다. 미국에서는 하원이 단순 과반으로 탄핵소추안을 가결하고, 상원이 심판을 맡는다. 유죄 판단에는 재적 의원이 아닌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상원의원 100명이 모두 출석하면 67표다.
현지시간 4일 보도 기준 민주당은 상원 54석을 확보했고 알래스카와 미시시피에서는 승패가 확정되지 않았다. 54석을 기준으로 민주당 측이 모두 찬성해도 공화당에서 13표가 더 필요하다. 남은 두 곳을 모두 이겨 56석을 확보하더라도 공화당 의원 11명의 동참이 필요하다.
공화당 이탈표가 나온 전례는 있다. 2021년 트럼프의 두 번째 탄핵심판에서는 공화당 상원의원 7명이 유죄 판단에 동참했다. 그러나 전체 찬성은 57표에 그쳐 필요한 67표를 채우지 못했다. 당시에는 트럼프가 이미 퇴임한 뒤 상원 심판이 진행됐다.
트럼프는 2019년 우크라이나 정부에 대한 수사 압박 의혹으로, 2021년에는 1·6 의회 폭동 선동 혐의로 하원에서 두 차례 탄핵소추됐다. 두 사건 모두 상원에서는 무죄로 결론 났다. 하원 소추 자체는 성립했으며, 단순히 ‘탄핵 시도가 모두 불발됐다’고 표현하면 절차를 잘못 전달하게 된다.
민주당이 선택할 수 있는 견제 수단은 탄핵만이 아니다. 다수당은 상임위원회를 통해 자료 제출과 증언을 요구하고 대통령 가족·측근의 이해충돌, 행정부의 예산 집행과 전쟁 수행 등을 조사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확인되는 사실이 탄핵 논의의 방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포브스는 탄핵 추진이 2028년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민주당이 계획한 조사에 투입할 자원을 분산시킬 위험을 짚었다. 민주당 지도부는 즉각적인 탄핵을 약속하는 대신 민생 성과와 조사 결과로 행정부를 압박하겠다는 입장을 앞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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