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연초 해외수주 급브레이크…중동 발주 공백에 건설사 '비상'

우용하 기자 2026-03-13 09:05:49
1~2월 해외수주 12억 달러…전년 대비 74% 감소 미·이란 긴장에 발주 지연 우려 수주 포트폴리오 다변화 필요성 제기
1~2월 해외수주 급락 현황 분석 [사진=노트북LM]

[경제일보] 연초부터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 실적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올해 해외 건설시장 전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국내 업체들이 가장 많은 수주를 확보해 온 중동 지역에서 신규 계약이 사실상 끊기다시피 하면서 해외 수주 흐름이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하는 모습이다.
 
13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2월 국내 건설사의 해외 건설 수주액은 12억2639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한 47억5000만 달러와 비교하면 약 74% 줄어든 규모다. 최근 5년간 같은 기간 평균 수주액이 약 38억 달러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감소 폭은 더욱 두드러지는 모양새다.
 
통상적으로 연초에는 계약 체결이 많지 않다. 그러나 이를 감안하더라도 올해 수치는 이례적으로 낮은 상황이다. 일부 프로젝트의 계약 시점이 뒤로 밀린 영향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발주 공백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주된 의견이다.
 
실적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중동 시장 위축이다. 올해 들어 국내 건설사들이 중동에서 확보한 수주액은 약 2억8600만 달러다. 지난해 같은 기간 약 25억8000만 달러와 비교하면 90%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현재까지 집계된 주요 계약은 쌍용건설이 두바이 국영 부동산 개발회사로부터 확보한 키파프 개발사업이 사실상 대부분이다. 계약 규모는 약 2억4000만 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 계약을 제외하면 중동 시장에서 의미 있는 신규 프로젝트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중동 시장이 국내 해외 건설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 가운데 약 4분의 1이 중동에서 발생했다. 지난해에도 전체 해외 건설 수주액 약 472억 달러 가운데 약 118억 달러가 중동 실적이다.
 
이 때문에 중동 발주 흐름이 흔들리면 연간 수주 실적 전체가 영향받을 수밖에 없다. 올해 역시 몇몇 대형 프로젝트가 해외수주 목표 달성의 핵심 변수로 꼽혀 왔다.
 
대표적으로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 알막툼 국제공항 확장사업이 거론된다. 총사업비 약 320억 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인프라 프로젝트로 국내 건설사들도 수주 가능성을 검토해 온 사업이다. 중동 지역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 역시 주요 후보 사업으로 언급된다.
 
하지만 최근 중동 지역 정세가 불안정해지면서 발주 일정 자체가 불확실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질 경우 대형 인프라 사업의 투자 결정이 지연되거나 사업 일정이 미뤄지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중동 주요 국가들이 재정 지출 속도를 조절하거나 지역 정세가 불안정할 때 인프라 발주가 늦춰진 사례가 반복됐다. 이런 상황이 이어질 경우 올해 상반기 해외수주 실적은 당분간 부진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장기적으로는 상황이 반대로 전개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중동 지역 긴장이 높아지면 국제 유가가 상승하는 경우가 많고 산유국의 재정 여력이 확대되면 인프라 투자 역시 늘어나는 경향이 있어서다. 실제로 2003년 이라크 전쟁 이후 유가 상승이 이어지면서 2010년대 초반 중동 플랜트와 인프라 발주가 크게 늘어난 바 있다.
 
업계에서는 단기적인 수주 공백보다 해외사업 구조 자체를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특정 지역과 일부 발주처에 의존하는 구조에서는 외부 변수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중동 시장 상황이 흔들릴 때마다 국내 해외 수주 실적도 크게 영향을 받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며 “시장 다변화와 기술 경쟁력 확보가 동시에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