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美·이란 MOU 이행 착수…호르무즈는 열렸지만 핵협상은 '60일 시계' 돌입

선재관 기자 2026-06-19 07:55:35
밴스 "협상 기간 공식 시작"…美, 대이란 해상봉쇄 해제 절차 착수 스위스 서명식은 불투명…이스라엘·핵프로그램·제재 완화가 최대 변수
JD 밴스 부통령이 18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AFP 연합뉴스]

[경제일보] 미국과 이란이 전쟁 종식을 위한 양해각서(MOU) 이행에 들어가면서 중동 정세가 일단 확전 국면에서 협상 국면으로 넘어섰다. 호르무즈 해협 통항 정상화와 미국의 대이란 해상봉쇄 해제가 첫 조치로 제시됐지만 이란 핵 프로그램 제한과 제재 완화, 이스라엘의 군사행동 중단 여부는 여전히 협상장 밖의 불안 요인으로 남았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이란과의 MOU에 따른 60일 협상 기간이 공식적으로 오늘 시작됐다고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을 기점으로 계산하면 협상 시한은 8월 중순까지다. 양측은 이 기간 동안 이란 핵 프로그램, 제재 완화, 호르무즈 해협의 장기 통항 질서 등을 놓고 최종 합의를 시도한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번 MOU는 ‘이슬라마바드 양해각서’라는 이름으로 작성됐다. 문서에는 모든 전선에서 군사작전을 종료한다는 선언과 함께 미국이 이란 항구에 대한 해상봉쇄를 30일 이내 완전히 끝내고 이란은 60일 동안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업 선박의 안전한 무료 통항을 보장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파키스탄은 중재자이자 증인으로 참여했다.

첫 시장 반응은 에너지 흐름 정상화에 맞춰졌다. 밴스 부통령은 전날 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석유 물량이 1250만 배럴에 달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전쟁 발발 이후 막혔던 해상 물류가 일부 회복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석유 수송의 핵심 병목 해역이다. 이 해협의 통항 안정 여부는 국제유가와 해상보험료, 아시아 에너지 수입 비용에 곧바로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이번 MOU가 최종 합의가 아니라는 점이다. 밴스 부통령이 이끄는 미국 대표단과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이 19일 스위스에서 만나 공식 서명식과 후속 협상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양국 정상의 원격 서명이 이미 이뤄지면서 서명식 개최 여부는 불투명해졌다. 외신들은 공식 행사는 취소됐거나 축소될 가능성이 있으며 기술급 협의는 별도로 진행될 수 있다고 전했다.

핵심 쟁점은 이란 핵 프로그램이다. 이번 문서에는 이란이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일반적 약속과 향후 협상 틀이 담겼지만 우라늄 농축 제한, 고농축 우라늄 처리,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복원 등 세부 조항은 최종 합의로 미뤄진 상태다. 2015년 오바마 행정부의 이란 핵합의(JCPOA)가 다자 협상과 세부 검증 체계를 포함한 완결형 문서였던 것과 달리 이번 MOU는 전쟁을 멈추고 60일 협상장을 여는 정치적 틀에 가깝다.

제재 완화도 논란의 중심이다. 밴스 부통령은 이란이 약속을 이행하고 행동을 바꿀 때만 경제적 보상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자금이 이란에 직접 투입되는 일은 없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미국의 이란산 석유 제재 완화는 그 자체로 이란의 수출 여지를 넓힐 수 있다. 그동안 제재와 해상봉쇄로 제한됐던 이란 원유가 정상 가격에 가까운 조건으로 시장에 나올 경우 이란 경제에는 단기 숨통이 트일 수 있다.

미국 내부의 반발도 작지 않다. 공화당 내 일부 강경파는 이번 MOU가 이란 핵·미사일 능력을 실질적으로 억제하지 못한 채 제재 완화와 자금 접근 가능성만 열어줬다고 비판하고 있다. 의회가 이란 핵 관련 합의와 제재 완화를 검토할 수 있는 법적 절차를 요구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백악관으로서는 협상 진전뿐 아니라 국내 정치적 방어도 병행해야 하는 셈이다.

이스라엘 변수는 더 직접적이다. 밴스 부통령은 이번 MOU를 비판하는 이스라엘 정치권을 향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이스라엘에 우호적인 거의 유일한 세계 지도자라는 취지로 강하게 경고했다. 이스라엘이 레바논 내 헤즈볼라 공격을 명분으로 군사작전을 이어갈 경우, 미국과 이란 간 협상 국면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한편 이란 역시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완전히 내려놓겠다는 입장은 아니다. 이란 측은 60일 협상 기간 동안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더라도 통항 허가와 관리 권한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향후 해협 통항료나 관리 체계가 협상 쟁점으로 떠오를 경우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 산유국과도 이해가 충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