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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유류세 인하의 한계…휘발유 2000원 시대가 다가온다

한석진 기자 2026-03-11 07:55:06
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주유소 가격표 숫자가 다시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국내 휘발유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정부는 익숙한 대응책을 내놓았다. 유류세 인하다. 그러나 이 정책이 실제로 기름값을 얼마나 낮출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중동 지역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국제 원유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주요 산유국 주변에서 군사 충돌 가능성이 제기되자 시장은 공급 차질 위험을 반영하기 시작했다. 한국처럼 원유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에서는 국제유가 상승이 곧바로 국내 기름값 상승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환율 변수도 작용한다. 원유는 달러로 거래된다. 원화 가치가 약해지면 같은 유가에서도 수입 비용은 더 커진다. 국내 휘발유 가격은 국제유가와 환율이라는 두 축의 영향을 동시에 받는다.
 

이럴 때마다 정부가 선택하는 정책이 유류세 인하다. 세금을 낮춰 소비자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실제로 한국은 고유가 시기마다 유류세 인하 정책을 반복해왔다. 2008년 국제유가 급등 당시 인하 조치가 시행됐고 2018년에도 세율을 낮췄다. 2021년에는 인하 폭을 크게 확대했다.

 

하지만 정책의 실제 효과는 기대만큼 크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유류세 인하분이 소비자 가격에 그대로 반영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일부 연구에서는 인하분의 약 26~49% 정도만 가격에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유통 단계에서 일부 흡수되거나 시장 상황에 따라 가격 반영률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휘발유 가격 결정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분명 크다. 그러나 국제유가 상승 폭이 커지면 세금 인하 효과는 금세 상쇄된다. 유류세 인하는 가격을 낮추는 정책이라기보다 상승 속도를 완화하는 장치에 가깝다.
 

또 다른 변수는 소비다. 가격이 내려가면 소비가 늘어나는 경향이 나타난다. 실제로 유류세 인하 이후 휘발유 소비량이 증가했다는 분석도 있다. 가격 부담을 줄이려던 정책이 수요 증가로 이어지면서 시장 가격에 다시 상승 압력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재정 부담도 적지 않다. 유류세는 교통·에너지 분야 재정의 중요한 재원이다. 세율을 낮추면 세수 감소가 뒤따른다. 고유가가 장기화될 경우 정책을 계속 유지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휘발유 2000원 시대 가능성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이미 일부 지역에서는 2000원을 넘는 가격이 등장하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세가 이어지거나 환율 불안이 확대될 경우 전국 평균 가격도 이 수준에 접근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세금이 아니다. 에너지 가격을 좌우하는 구조가 국제 원유시장과 환율이라는 외부 변수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 정세가 흔들리면 국내 정책만으로 가격을 통제하기는 어렵다.
 

유류세 인하는 급격한 가격 상승을 완화하는 단기 대응책으로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그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 같은 정책이 반복될수록 시장의 기대는 커지고 재정 부담도 함께 늘어난다.
 

휘발유 가격이 2000원을 넘느냐의 문제는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국제 에너지 시장 충격에 대응하는 한국의 정책 방식이 얼마나 지속 가능한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유류세 인하라는 처방을 반복하는 사이 에너지 정책의 근본적인 방향을 다시 고민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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