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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결함'을 기술로 바꿨다…물방울 제어해 열전달 5.5배 향상

선재관 기자 2026-08-23 15:24:26

얇은 고분자막의 나노 구조 활용해 응축수 생성·제거 동시 제어

발전소·담수화·열교환기·전자기기 냉각 등 에너지 효율 개선 기대

나노 고분자 코팅이 적용된 고효율 응축 구리관 개념도. 나노 고분자막이 구리관 표면에서 수증기의 액적 생성을 촉진하고 생성된 액적을 빠르게 제거한다. 원형 확대 부분은 응축핵 생성에 관여하는 고분자 표면의 나노 응집체를 나타낸다.[사진=KAIST]

[경제일보] 물체 표면에 맺히는 물방울을 더 많이 만들면서도 빠르게 떨어뜨려 열전달 효율을 최대 5.5배 높이는 코팅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발전소와 산업용 열교환기뿐 아니라 담수화 설비와 전자기기 냉각 등 응축과 열교환이 필요한 다양한 산업에 적용될 가능성이 주목된다.

KAIST는 남영석 기계공학과 교수와 임성갑 생명화학공학과 교수 공동연구팀이 표면의 초박막 고분자 코팅막 구조를 조절해 응축 과정에서 물방울의 생성과 제거를 동시에 촉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지난달 16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그동안 고분자막의 ‘결함’으로 여겨졌던 나노미터 크기의 미세 구조를 오히려 물방울을 제어하는 요소로 활용했다는 데 있다.

응축은 발전소에서 터빈을 거친 증기를 다시 물로 되돌리거나 해수에서 물을 얻는 담수화 과정, 각종 열교환기와 냉각 시스템에서 활용되는 핵심 열전달 과정이다. 효율을 높이려면 표면에서 발생한 물이 가능한 빨리 제거돼야 한다. 물방울이 서로 합쳐져 표면을 덮는 물막을 형성하면 열의 이동을 방해하는 열저항이 커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물방울의 ‘생성’과 ‘제거’가 서로 상충한다는 점이다. 표면을 거칠게 만들어 물방울이 맺힐 자리를 늘리면 물방울이 표면에 걸려 떨어지지 않는다. 반대로 매끄럽게 만들면 물방울은 쉽게 떨어지지만 새로운 물방울이 생길 자리가 줄어든다.

연구팀은 이 딜레마를 고분자막 내부의 미세한 응집체를 활용해 해결했다. ‘개시제를 이용한 화학 기상 증착법(iCVD)’으로 표면에 초박막 고분자막을 형성하고 나노 크기의 구조를 물방울이 처음 생기는 일종의 ‘씨앗 자리’로 활용했다. 그 결과 두꺼운 고분자막보다 약 3배 많은 물방울이 표면에 형성됐다.

여기에 열처리 공정을 적용해 물방울이 표면에 달라붙는 힘까지 낮췄다. 물방울이 충분히 커질 때까지 표면에 머무르는 대신 작은 상태에서 빠르게 떨어지도록 한 것이다. ‘많이 만들고 빨리 제거하는’ 응축 구조를 구현한 셈이다.

실제 산업용 응축기에 널리 사용되는 구리관에 해당 코팅을 적용한 실험에서는 일반적인 구리 표면보다 응축 열전달계수가 최대 5.5배 향상됐다. 기존 발수 코팅과 비교해도 열전달 성능이 50% 이상 높았다.
 
왼쪽부터 남영석 교수, 김준수 박사과정생. 상단 왼쪽부터 임성갑 교수, 강민정 박사과정생.[사진=KAIST]

산업적 의미도 적지 않다. 열교환기의 효율이 높아지면 같은 열처리 성능을 유지하면서 필요한 에너지 투입량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발전소와 산업시설처럼 대규모 열교환 설비를 운용하는 분야에서는 열전달 효율 개선이 에너지 소비와 운영비 절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연구팀은 향후 발전소와 산업용 열교환기는 물론 담수화·수분 포집 장치, 전자기기 냉각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iCVD 방식은 용매를 사용하지 않고 복잡한 곡면에도 균일한 박막을 형성할 수 있어 실제 산업용 부품에 적용할 수 있는 공정 측면의 장점도 갖췄다.

남 교수는 “기존에 결함으로 여겨졌던 나노 구조를 물방울 생성과 제거를 조절하는 요소로 활용했다”며 “열전달 효율을 높이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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