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ChatGPT 생성 이미지]
[경제일보] 암 발병 위험 논란으로 국내외에서 회수된 인공유방 보형물을 이식한 소비자들이 제조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또 다시 패소했다. 법원은 제품에 제조·설계·표시상 결함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실제 질환이 발생하지 않은 소비자에게 손해가 발생했다고 인정하기도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3부(재판장 이정재)는 김모씨 등 소비자 114명이 엘러간(현 애브비)과 자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소비자들은 엘러간의 거친 표면 인공유방 보형물 ‘바이오셀(BIOCELL)’을 이용한 시술·수술을 받은 이들이다.
논란은 보형물과 ‘유방보형물 연관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BIA-ALCL)’ 유발 연관성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19년 7월 바이오셀 거친 표면 보형물에서 다른 제품보다 BIA-ALCL 위험이 높게 나타났다며 엘러간에 제품 회수를 요청했고 전 세계에서 자진 리콜에 들어갔다. 이어 국내에서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회수 조치에 나선 바 있다.
이번 소송을 낸 소비자들은 엘러간이 제품에 질환 발병을 촉진할 수 있는 제조·설계상 결함이 있는데도 위험성을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제품을 안전한 것처럼 광고해 건강권과 제품 선택권도 침해했다며 1인당 1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제품에 법적 책임을 물을 정도의 결함이 있었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제출된 자료만으로 해당 보형물이 통상적으로 기대되는 안전성을 갖추지 못했다거나 제조·설계·표시 과정에 결함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실제 손해가 발생했는지도 쟁점이 됐다. 재판부는 2020년 3월 소송이 제기된 뒤 6년 넘게 지났지만 원고 가운데 해당 림프종이 발병한 사람은 없고 질환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은 사례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짚었다.
엘러간이 제품의 안전성을 허위·과장 광고했다는 주장도 인정되지 않았다. 법원은 보형물의 품질과 성능, 특징 등에 관해 회사가 소비자를 속일 정도의 거짓 또는 과장된 표시를 했다고 볼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다만 재판부는 소비자들이 보형물로 인해 불안과 두려움을 느낀 점은 고려해 소송비용은 회사 측이 부담하도록 했다.
이번 소송과 비슷한 판단은 올해 초에도 나왔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월 엘러간 보형물을 이식한 다른 소비자 200여명이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 역시 리콜 조치만으로 제조·설계상 결함을 인정하기 어렵고 소비자들이 BIA-ALCL 증상을 보였다는 의학적 근거도 부족하다고 보았다.
두 판결 모두 제품을 둘러싼 안전성 논란과 제조물 책임은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는 데 무게를 뒀다. 해외 규제기관의 회수 조치와 위험성 경고가 있었더라도 개별 손해배상 소송에서는 제품 결함과 제조사의 위법행위, 소비자에게 발생한 실제 손해 사이의 연관성을 각각 입증해야 한다는 판단이 이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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