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HLB가 담관암 표적항암제 ‘리픽투(성분명 리라푸그라티닙)’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허가를 획득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미국 신약 허가 방식에도 새로운 사례가 만들어졌다.
유한양행의 ‘렉라자’가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수출한 뒤 빅파마 주도로 미국 허가와 상업화에 성공했다면 HLB는 미국 자회사 엘레바를 통해 글로벌 개발·허가와 미국 상업화까지 직접 주도하는 구조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FDA는 지난 23일(현지시간) 리픽투를 이전 치료를 받은 절제불가능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담관암 성인 환자 가운데 FGFR2 유전자 융합 또는 기타 재배열이 있는 환자의 치료제로 승인했다. 리픽투의 허가 근거는 글로벌 1·2상 REFOCUS 임상시험에서 객관적반응률(ORR)은 46%, 반응지속기간 중앙값(mDOR)은 11.8개월로 나타났다.
이번 허가에서 업계가 주목하는 대목은 단순히 FDA 승인 신약을 하나 확보했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엘레바가 리픽투의 미국 허가 신청 과정에 직접 관여하고 향후 미국 판매까지 추진한다는 점이다. HLB 측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글로벌 항암 신약의 신약허가신청서(NDA)를 미국 FDA에 직접 제출해 허가받은 첫 사례라고 설명하고 있다.
국내 기업의 미국 항암 신약 진출 사례에서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제품이 유한양행의 렉라자다. 렉라자는 2024년 미국 FDA 승인을 받으면서 국산 항암제의 첫 미국 진출 사례를 만들었다. 다만 미국에서 허가된 것은 렉라자 단독요법이 아니라 글로벌 제약사 존슨앤드존슨(J&J)의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와의 병용요법이었다. 유한양행은 렉라자의 글로벌 개발·판매 권리를 J&J 측에 이전했고 미국 허가 및 글로벌 상업화는 J&J가 주도하는 구조다.
반면 리픽투는 미국 바이오기업 릴레이 테라퓨틱스가 개발한 물질을 HLB의 미국 자회사 엘레바가 도입했다. 엘레바는 리픽투에 대한 전 세계 개발·상업화 독점권을 확보했고 FDA 허가 이후 미국 시장 출시까지 직접 추진한다.
즉 렉라자가 국내 기업이 개발한 신약을 글로벌 빅파마에 기술이전해 세계 시장에 진출한 모델이라면 리픽투는 미국에서 개발된 신약 후보물질의 글로벌 권리를 확보한 뒤 국내 기업의 미국 자회사가 개발·허가·상업화를 직접 이어가는 모델에 가깝다.
두 회사의 전략은 출발점부터 다르다. 유한양행은 오스코텍으로부터 후보물질을 도입해 임상 개발을 진행한 뒤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수출하는 방식으로 렉라자의 글로벌 사업을 확장했다. 반면 HLB는 글로벌 권리를 확보한 뒤 미국 현지 법인을 중심으로 허가와 상업화 역량을 내재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엘레바는 올해 4분기 미국 시장에 리픽투를 출시할 계획이다. FDA 허가로 규제 관문을 통과한 데 이어 미국 현지에서 제품을 직접 판매하는 상업화 단계까지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HLB는 이를 바탕으로 미국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 확대에도 나선다. 이미 유럽의약품청(EMA)에 담관암 치료제 품목허가신청(MAA)을 제출했으며 FGFR2 융합 또는 재배열을 가진 다른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리픽투는 특정 암종에 국한된 사업으로 끝내기보다 FGFR2라는 바이오마커를 중심으로 적응증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후속 성장 전략과도 연결된다.
이번 FDA 승인은 HLB가 자체적으로 처음부터 발굴한 신약의 허가라는 의미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리픽투의 원개발사는 릴레이 테라퓨틱스이며 HLB는 글로벌 독점 개발·상업화 권리를 확보해 허가와 상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럼에도 HLB 입장에서는 글로벌 항암 신약의 권리 확보 이후 미국 규제기관을 상대로 허가 절차를 직접 수행하고 승인 후 미국 시장 판매까지 연결하는 사업 구조를 구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유한양행의 렉라자가 글로벌 빅파마와의 협업을 통해 국산 항암신약의 세계 시장 진출 가능성을 보여줬다면 HLB의 리픽투는 국내 기업이 글로벌 신약의 권리를 확보한 뒤 미국 현지 법인을 활용해 허가와 상업화를 직접 수행하는 또 다른 글로벌화 모델을 제시한 셈이다.
결국 리픽투의 FDA 승인은 단순한 품목 하나의 미국 진출을 넘어 HLB가 향후 글로벌 신약을 어떻게 확보하고 개발하며 판매할 것인지 보여주는 첫 상업화 사례가 됐다. 향후 미국 출시 성과와 유럽 허가, 적응증 확대가 실제 사업 성과로 이어질지가 HLB의 글로벌 신약 사업 역량을 확인하는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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