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정부가 서울과 인접한 수도권에 10만가구가 넘는 신규 공공택지 공급 계획을 내놓으면서 주택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서울 접근성이 높은 지역에 대규모 주택 공급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단기적인 집값 안정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했다. 정부가 목표로 제시한 2030년 착공이 실제 입주로 이어지려면 토지 보상과 광역교통망 확충 등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3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전날 경기 김포·구리·하남·의정부·고양 등 5개 시, 6개 지구에 7만6700가구 규모의 신규 공공택지 후보지를 발표했다. 지난 8·13 공급대책 당시 공개한 2만7200가구를 합하면 전체 공급 계획은 10만3900가구에 달한다. 이번 후보지는 모두 서울 경계에서 약 5㎞ 이내에 위치하며 정부는 최단기 착공모델을 적용해 2030년까지 착공한다는 방침이다.
신규 후보지 발표를 두고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이번 대책의 의미는 공급의 양뿐 아니라 입지와 속도를 동시에 겨냥했다는 데 있다”고 평가했다. 서울의 주택 수요를 외곽으로 분산하려면 단순한 택지 확보를 넘어 출퇴근 교통망과 교육·상업·문화시설을 갖춘 생활권 조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공급 계획이 단기간에 시장 안정으로 연결되기는 어렵다고 봤다. 신규택지의 경우 지구 지정과 토지 보상, 기반시설 조성, 주택 인허가 등을 거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함 랩장은 실제 입주까지 추가 시간이 필요하다고 짚었으며 현재의 전월세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도심 정비사업과 공공임대주택, 비아파트 공급 등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신규택지는 기존 3기 신도시의 특징을 대부분 가져갈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며 “정부가 별도로 4기 신도시로 구분하지 않은 만큼 사실상 3기 신도시의 연장선에 있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서울과 가까운 입지에 자족기능을 강화하고 광역교통망을 함께 계획하는 방식이 유사하다는 것이다.
다만 기존 3기 신도시의 경우 처음 계획보다 자족용지 비율을 줄이거나 주거지역 용적률을 높이는 등 계획이 변경된 사례가 있어 이번에도 향후 추이를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급 효과가 나타나는 시점에도 주목했다. 이 연구위원은 2018년 처음 발표된 3기 신도시 가운데 인천 계양의 첫 입주가 올해 12월로 예정돼 있다는 점을 사례로 들었다. 그는 “본래 건물을 짓는 사업은 시간이 소요된다”며 “시장 안정 효과도 단기보다는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최초 발표부터 첫 입주까지 약 8년이 소요되는 만큼 이번 신규택지 역시 당장의 가격 안정보다는 중장기 공급 기반 확충에 의미를 둬야 한다는 평가다.
기존에 순차적으로 진행하던 일부 사업 절차를 병행해 착공 시기를 앞당기는 ‘공공택지 최단기 착공모델’도 첫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이 연구위원은 토지 보상에 기존과 같은 협의보상 방식을 적용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기존 3기 신도시에서도 보상과 택지 조성에 상당한 시간이 걸렸던 만큼 절차 개선이 실제 사업 기간 단축으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지역별 수요는 서울의 어느 생활권과 연결되는지에 따라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이번 후보지별 가구 수는 김포아라가 3만7000가구로 가장 많고 구리건원 1만4600가구, 하남미사 K-컬처 1만2000가구, 하남감일2 6500가구, 고양대곡지식융합확장 4000가구, 의정부다락원 2600가구 순이다.
함 랩장은 서울 동남권 출퇴근과 생활환경을 중시하는 수요자에게는 하남미사와 구리건원이, 서부권 접근성과 대규모 공급에 따른 선택의 폭을 고려하는 수요자에게는 김포아라가 관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고양대곡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등 철도 환승 여건이 강점으로 꼽혔다. 이 연구원 역시 하남은 강남권, 고양은 서울 서북권 주택 수요를 흡수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현재 발표된 입지만으로 실제 주거 선호도를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철도 개통 시기와 역까지의 거리, 학교·상업시설 조성 여부에 따라 정주 여건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함 랩장은 특히 공공분양 가격이 주변 시세와 비교해 얼마나 합리적으로 책정되는지가 청년·신혼부부의 청약 수요를 좌우할 주요 변수라고 짚었다.
이처럼 이번 대책의 성과는 발표된 공급 계획이 실제 착공과 입주로 얼마나 빨리 이어지느냐에 달려 있다. 전문가들은 신규택지의 입지 경쟁력 못지않게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연 요인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제시한 최단기 착공모델의 실효성과 단계별 사업 일정의 이행 여부가 향후 공급 정책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좌우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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