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대우건설이 체코 두코바니 원전 시공계약 협상 종료를 둘러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설명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공사비 산정과 계약 조건, 협상 종료 과정 등에 대한 한수원의 주장을 조목조목 짚으며 원활한 사업 수행을 위한 협상 재개도 촉구했다. 양측의 갈등이 공개적인 공방으로 번지면서 체코 원전 수출을 위해 구성된 '팀코리아'의 내홍이 깊어지는 모습니다.
3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한수원의 체코 원전 시공계약 협상 종료 관련 질의응답(Q&A)과 관련해 △협상 과정 △협상 종료 원인 △후속 조치 △대외관계 등 4개 분야, 28개 문항에 대한 반박 의견을 담은 자료를 내놨다. 앞서 한수원은 지난 29일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과의 시공계약 협상을 종료하고 신규 시공사 선정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대우건설은 이번 협상 결렬이 시공사의 무리한 공사비 요구나 협상 의지 부족 때문이라는 해석에 선을 그었다. 핵심 쟁점은 아직 설계가 확정되지 않은 원전의 물량 변동 위험과 계약상 책임을 누가 부담하느냐는 것이다. 회사 측은 협상 과정에서 합리적인 위험 분담에 대한 절충안을 제시했지만 한수원이 시공사가 통제하기 어려운 위험까지 떠안도록 지속적으로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가장 큰 이견은 총액확정계약 방식에서 발생했다. 한수원은 최초 입찰과 수정입찰 당시 시공사가 제시한 방식이며 기본설계 승인 시점에 물량을 반영해 계약금액을 확정하는 조정안도 내놨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대우건설은 APR1000모델이 적용된 2024년 최종 입찰에서 물량 정산 방식을 명시했는데도 한수원이 과거 조건을 기준으로 협상을 진행했다고 반박했다.
대우건설이 물량 정산을 요구하는 배경에는 체코 원전에 처음 적용되는 APR1000 노형이 있다. 기존 APR1400과 달리 참고할 발전소가 없는 데다 기본설계가 진행 중이어서 실제 시공 물량을 확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설계를 맡지 않은 시공사에 향후 설계 변경으로 늘어나는 물량까지 책임지도록 하는 것은 합리적인 위험 분담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공사비 산정 과정도 문제 삼았다. 한수원은 초기 입찰에서 합의한 단가를 기준으로 추가 업무에 따른 비용을 반영했으며, 국내 전문기관의 검증도 거쳤다고 설명했다. 반면 대우건설은 최종 입찰 당시 제출한 시공사 견적이 주계약 금액에 반영되지 않았고, 추가 업무에 대한 증액분도 실제 견적금액의 40%에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대우건설은 한수원이 계약 물량을 늘리면서도 전체 계약금액을 맞추기 위해 단가를 낮추도록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수원은 직접비와 간접비의 구분 및 세부 산출근거가 충분히 제출되지 않아 적정성 검증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우건설은 입찰 과정에서 확보한 견적서를 한수원에 제공하고 장기간 협의를 거쳤다고 맞섰다.
계약상 책임 범위에서도 입장 차이가 컸다. 대우건설은 한수원이 수행한 설계의 오류를 발견하지 못하면 시공사 책임으로 간주하고 다른 협력업체의 과실에 따른 손실도 시공사가 부담할 수 있는 조건을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발주사의 부지 미제공으로 공사가 지연돼도 간접비를 보상하지 않거나 계약에 명시되지 않은 업무까지 시공사에 맡기는 조항도 문제로 지목했다.
한수원은 주계약에 따른 의무와 책임을 시공계약에도 합리적으로 반영하려 했지만 시공사가 이를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대우건설은 시공 업무에 해당하는 주계약 조건을 반영할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업무 범위와 책임을 넘어서는 조건까지 수용할 수는 없었다고 맞섰다.
협상 종료 시점을 둘러싼 공방도 이어졌다. 한수원은 주계약 체결 이후 약 15개월 동안 경영진 면담 2회, 실무회의 78회, 이견조정위원회 11회를 진행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체코 발주사와 전체 공정 일정을 고려하면 더는 협상을 늦추기 어려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우건설은 한수원이 지난 7일 새로운 경영진 협상안을 제시한 뒤 29일까지 결론을 내도록 요구한 점을 문제 삼았다. 유럽 원전사업은 인허가와 품질 기준이 복잡하고 설계 불확실성도 커 변경된 계약 조건을 약 3주 만에 검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협상 기간이 길었다는 이유만으로 최종 제안에 대한 검토 시간이 충분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한수원이 대우건설의 원전 시공 역량에 의문을 제기한 데 대해서도 반론을 폈다. 한수원은 신월성 1·2호기 이후 대형 원전 건설 실적이 부족하고 체코 현지 설계 성과물 제출과 협력업체 관리에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우건설은 증기발생기 교체공사와 수출형 연구용 원자로 등 원자력 관련 공사를 이어왔으며 현지에도 인력을 상주시켜 협의를 진행했다고 반박했다.
현지 설계 지연 역시 시공사만의 책임으로 돌리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우건설은 발주자가 제시한 설계 일정이 현실적이지 않은 데다 현지 업체의 설계 역량에도 한계가 있어 인력 파견과 추가 용역으로 대응했다고 밝혔다. 수행인력 경력요건에 대해서도 완화를 요구한 것이 아니라 EPC 주계약에 적용되는 기준을 시공계약에 그대로 반영하는 데 이의를 제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수원은 내년 7월까지 경쟁입찰을 통해 신규 시공사와 계약을 체결한다는 계획이다. 대우건설과 두산에너빌리티에도 자격요건을 충족하면 참여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대우건설은 신규 시공사 선정이 계약금액 최적화 등으로 곧바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고 보고 있다. 기존 입찰 이후 원가가 상승하고 국제적 요구조건도 강화된 만큼 새로운 업체의 견적이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 8년간 구축한 체코 현지 네트워크와 사업 경험을 다른 업체가 단기간에 대체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이와 함께 체코 원전사업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협상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지난 2018년 체코 신규 원전 팀코리아의 시공협력사로 선정된 이후 작년 본계약 체결에 이르기까지 시공협력사로서 모든 역량을 다해 참여해 왔다”며 “지금이라도 원청사에서 대승적 차원 및 국익을 위해서라도 원만한 협상에 재자 나서 주길 요청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원전 시장이 확대되는 가운데 이번 갈등은 팀코리아의 대외 신뢰도에 미칠 영향으로 떠올랐다. 시공계약을 둘러싼 이견이 공개적인 공방으로 번진 만큼 향후 협력관계 정리와 신규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갈등을 어떻게 수습할지가 과제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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